해발 400m 오지, 유기 쌀 ‘황금들판’ 만들어

[한국농어민신문 구자룡 기자]

경남 산청군 차황면 이상일 황매산황금들영농조합법인 대표가 한살림생협에 납품하는 유기농쌀 대표브랜드 ‘오분도미’를 보여주며 친환경생태농업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개발 소외된 지리적 악조건
오염원 없는 청정지역 역이용
친환경생태농업 실천 새 활로
경남도 ‘농업대상’ 등 수상도

한살림에 공급 등 판로 탄탄
전국 최고수준의 쌀값 받아

“다랭이논 즐비한 경남 산청군 차황면의 해발 400m 준고랭지 산골오지를 전국 최고의 유기쌀 재배 황금들판으로 바꿔내 큰 보람을 느낍니다. 뜻 있는 농업인들의 조직된 힘으로 친환경생태농업을 꿋꿋이 실천하고, 소비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온 결과입니다.”
이상일(61) 황매산황금들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난 12월에 받은 ‘제10회 경남도 친환경생태농업대상’(단체부문 대상)의 기쁨을 겨우내 회원들과 나누고 있다며 이와 같이 피력했다.

산청군 차황면은 산골오지의 지리적 악조건 때문에 각종 지역개발사업에서 소외당해왔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단점을 역이용해 오염원 없는 청정지역에서의 친환경생태농업 실천으로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려는 농업인들이 늘어났다.

이 대표는 미래농업의 가치 실천을 친환경생태농업에 둔 이곳 농업인들을 조직해 역량을 꾸준히 끌어올려온 선도 농업경영인이다. 유기농쌀과 유기한우를 생산하며 한살림산청생산자연합회를 10년 가까이 이끌고 있다. 한농연산청군연합회 감사와 차황면 회장 등도 지냈다.

이 대표에 따르면 1984년 부산YWCA와의 관계를 시작으로 차황면 농민들은 무농약쌀과 잡곡을 생산·공급하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친환경생태농업을 확산시켜갔다. 1995년 무농약 벼 최초 수매를 실시했다, 이듬해 이곳은 한살림경남생활협동조합의 생산지로 선정됐다.

2003년엔 차황친환경공동체를 결성해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공동으로 신청하고, 집약적 생태농업 활동으로 농지 및 생산자를 확보해 안정적인 친환경농산물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2004년 마을 두 곳이 ‘생태지정마을’로 선정됐다. 2005년 산청군의 차황면 광역친환경단지 선포, 한살림 ‘하늘땅지기공동체’ 결성, 4개 마을 한살림생산공동체 지정이 잇따랐다.

2006년 산청군이 차황면 전체를 친환경농업지역으로 선포하면서 이곳은 친환경생태농업의 메카로 본격 도약했다. 이 씨와 이 지역 농민들은 2007년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에 적극 동참했고, 2009년 4개 지회 16개 마을의 참여 속에 한살림산청생산자연합회를 창립했다.

이러한 성과 위에 2013년 황매산황금들영농조합법인을 결성했다. 2020년 기준으로 4개 지회, 18개 마을, 124호, 185명이 참여중이다. 유기농산물 인증면적이 쌀 183.6ha, 찰벼 13.8ha, 감자 1ha, 양파 0.6ha, 서목태 0.5ha, 콩 0.3ha, 검정깨 0.2ha로 총 200ha나 된다.

이 법인은 전국 65만여명의 조합원을 가진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의 유기쌀 생산지 및 공동물류공급자로 선정돼 판로가 탄탄하다. 국가인증기관의 유기인증과 공동체 내 자체점검 등을 통해 최상의 친환경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데, 전국 최고수준의 쌀값을 받고 있다.

또한 1992년 이후 매년 개최하는 메뚜기 잡기 대회, 여름·겨울 어린이 생명학교, 정월대보름행사, 단오제, 못자리체험행사, 백중제, 벼 베기, 밤 줍기, 쌀엿 만들기, 가을걷이한마당 등 다양한 도농교류행사를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활발한 소통으로 신뢰를 다져왔다.

이 대표와 황매산황금들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20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숙원사업이었던 친환경 유기벼 도정공장을 설립, 연간 약1100톤의 유기벼 가공·포장 작업을 산지에서 직접 수행하게 되면서 더욱 확고한 신뢰마케팅 전개와 부가가치 증대를 위한 날개를 달았다.

또한 이상일 대표가 생산한 쌀이 ‘2020년 대한민국 유기농 스타상품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이어 ‘제10회 경남도 친환경생태농업대상’ 시상에서 황매산황금들영농조합법인이 최고 영예인 단체부문 대상을 거머쥐며 이곳 유기농쌀 브랜드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상일 대표는 “유기농쌀 재배는 병해충 방제, 생산량 확보, 노동력 투입, 지력 향상 등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수반된다”며 “회원들이 친환경생태농업 실현을 향한 확고한 사명감과 동지애를 갖고서 끈끈하게 뭉치고 협조해준 덕분에 성공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우리 친환경농업인들의 땀방울이 시장에서 외면당하지 않고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탄탄한 판로를 함께 구축해주고, 신뢰와 용기를 지속적으로 불어넣어준 한살림생협 조합원들을 비롯한 깨어 있는 소비자들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산청=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