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품목 시기별 품종 나눠…‘연중 출하’로 꾸준한 수입 창출”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고행곤 전국한우협회 서귀포시지회장이 카라향 시설하우스에서 농업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행곤 전국한우협회 서귀포시지회장이 카라향 시설하우스에서 농업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부분 농가 빚을 내 살다가
연말에 갚는 게 농업 현실

위험요소 큰 대단위 농사보다
분산적 농업형태가 안정적

65세 이후 농사 규모 줄이며
즐기는 삶 살아가고파

“대단위 농사는 위험요소가 큽니다. 지속적인 일정 소득과 함께 효율적인 인력과 농장 관리를 위한 분산적 농업 형태가 농가에게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농업경영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최근 농가 사이에서는 각종 직불금을 비롯해 농민수당, 농업인 월급제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부분 농가의 농업경영 형태를 살펴보면, 농산물을 수확·출하 후 대금을 받아 비료·농약 등의 외상과 부채를 갚는 구조로 일 년 내내 빚을 내 살다가 연말에 빚을 갚는 삶을 살고 있다. 인건비, 비료·농약비용, 운송비용 등 매년 증가하는 농업생산·경영비와 자연재해 그리고 가격폭락 등으로 농가부채 줄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지금의 농업 현실이다.

이에 농가들은 직접 지원인 직불금, 농민수당, 농업인 월급제 등에 관심을 두지만 생계와 소득 차원에서 금액이 크지 않거나 결국, 대출 형태의 선지급 방식에 실망하기 일쑤다.

유사 품목을 출하 시기별로 품종을 나눠 연중 출하체계를 갖춰 지속적인 소득과 인력·농장을 관리하고 있는 고행곤(58) (사)전국한우협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지회 회장을 만나 효율적인 농업경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987년 과수와 축산 등 복합 부문으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그는 한농연서귀포시연합회 회장과 한농연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부회장 등을 역임 후 올해 전국한우협회 서귀포시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34년 이상을 감귤과 한우 사육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현재 노지온주 992㎡(300여평), 온주·카라향·황금향·윈터프린스 시설하우스 1만9835㎡(6000여평)을 운영하고 있으며, 축사 992㎡(300여평)에서 한우 80마리를 사육하는 등 연간 3억원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부모님 농사를 돕다 1987년 후계농 선정이후 후계자금을 바탕으로 독립적 농사를 시작, 파인애플 3967㎡(1200여평) 농사를 지었지만 1번 수확 후 가격폭락으로 모든 것을 잃고 주저앉았다.

그는 “부모를 도와 노지감귤을 하다 당시 새로운 소득작물로 소개된 파인애플을 재배했지만 1년 만에 빚더미에 앉았다”며 “돈 나올 구멍은 없고 1993년도에 다시 빚을 내 땅을 산 뒤 한 해에 1000만원씩 빚을 갚아가며 어렵게 농사를 지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 당시 빚을 상당히 오랜 기간 갚았다”며 “빚이 일정 수준 정도로 줄어든 이후 농장 관리와 생산·경영비를 고민, 밭에 거름이라도 직접 생산에 활용하자는 생각에 2008년부터 한우 5마리를 키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번식을 중심으로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사 실패를 경험했던 그는 농사, 즉 농업경영에 있어 지속적인 분할된 소득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인력 운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단일 품목, 대규모 농업은 인력난, 재해 또는 가격에 따른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며 “소득이 일정 기간별로 꾸준히 들어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농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크게 노지감귤과 시설하우스 감귤로 나눠 출하시기별 소득을 창출하고, 시설하우스도 다시 출하 시기가 다르게 품종을 나눠 운영하고 있다”며 “일 년을 한 주기로 본다면, 카라향, 가온 온주, 황금향, 윈터프린스, 노지온주 등 감귤 품목을 시기별 다양한 품종으로 나눠 지속적인 소득구조를 가지고 농사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하시기가 분산되면 인력 활용과 농장관리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며 “분산을 통한 연중 출하 구조가 농가입장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농업경영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생 설계에 맞춰 34년 이상을 농사에 전념해 온 그는 앞으로 65세를 기점으로 농사 규모를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그는 “농사를 통해 희노애락을 느끼는 동안 농사 자체가 하나의 살아온 과정이자 삶의 대부분이 됐다”며 “나이가 들수록 농사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나이인 65세를 기점으로 감귤도 축산도 최소치로 줄여 즐기는 삶을 사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그는 축산업과 관련해 규제 강화에 따른 한우농가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퇴비 부숙도와 밀식 사육 문제에 대한 정부, 지자체 그리고 한우협회 차원의 고민을 당부했다.

서귀포=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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