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맡으며 눈 뜨고 하루 마무리 행복”

[한국농어민신문 구정민 기자] 

무주군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성곤 한농연무주군연합회장이 아내 김옥순씨와 함께 직접 재배한 사과를 들고 밝게 미소 짓고 있다.
무주군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성곤 한농연무주군연합회장이 아내 김옥순씨와 함께 직접 재배한 사과를 들고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오랜 대도시 생활 지쳐 1994년 귀농
한우 사육·배추·무로 ‘쓴맛’ 봤지만

고랭지 백합 재배로 다시 일어서 
수출단지 조성 등 연간 3억 이상 소득

산촌 생태마을 만들어 관광객도 유치
1인 가구 겨냥 중·소 사과 재배 ‘인기’ 

“농사는 제 인생 그 자체입니다. 농민으로 산다는 것, 흙냄새를 맡으며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이게 얼마나 행복한 줄 모릅니다.”

전북 무주군 무풍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성곤 한농연무주군연합회장(58)은 무주에서 ‘사과농사 달인’이라 불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농민의 인생을 살아온 ‘천상농부’는 아니었다.

그는 24세 군 제대 후 비파괴 검사 기술을 배워 산업기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젊은 나이에 성실함과 실력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팀장이 됐다. 전주 서신동에 서곡교, 진북동에 백제교 등 전주에 굵직한 공사들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대도시들을 오가며 적지 않은 수입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하지만 타지에서 오랜 생활은 그를 지치게 했고 직장에 대한 회의와 농촌과 가족에 대한 향수는 깊어져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다.

1994년 한우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김 회장은 정책자금 1600만원으로 70평 축사에서 소 3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년만인 1996년 한우파동을 겪으며 사료값 폭등, 소값 폭락으로 더 이상의 경영이 어려웠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해발 650m에 2000㎡(600평) 규모의 3연동 비닐하우스를 지어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무주는 높은 산지가 많아 여름철에도 평지와 달리 비교적 서늘하고 강우량이 많아 고랭지 채소인 배추와 무를 재배했다. 하지만 얼마 안가서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여름철 기온이 높아져 농사를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이 농장마저 접었다.

그런 와중에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고랭지에서 재배한 백합이었다. 그는 무주군 시범사업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무풍면 덕지리 일대 9만9000㎡(3000평) 규모에 수출백합단지를 조성, 연간 3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서 농사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일본 대량 수출의 발판을 마련한 김 회장은 배추, 무 등 고랭지 채소에 대한 대체작목으로 백합을 선정해 무주농민들이 짧은 재배기간에 고소득을 창출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2005년 산림청에서 시행한 총 16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 산촌 생태마을 사업에 선정됐다. 하늘땅 산촌 생태마을 대표를 맡은 그는 관광객 유치 및 마을의 실질적 소득 창출을 이끌어내 지방자치단체와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2012년도에 1만560㎡(3200평) 규모로 본격적인 사과농사를 시작하며 평생의 업으로 삼기로 했다.

김 회장은 ”나만의 과수원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준비 단계부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제 실패하면 뒤는 없다는 생각에 밤잠 줄여가며 열심히 배웠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 그는 명실공이 최고의 사과전문가가 됐다. 나무 모양만 봐도 어떻게 전정을 해야 할 지 안다.

김 회장의 사과는 맛과 향이 특별하다. 그의 사과를 맛본 소비자들은 대부분 재구매를 한다고 한다. 실제로 무주 사과는 고산지대로 일교차가 커 착색이 잘되고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여기에 김 회장만의 노하우를 더해 수확 전 3-4주부터는 질소질 비료 사용을 줄이고 점적호스를 통해 각종 자료를 연구한 끝에 개발한 최적의 양액을 공급함으로써, 무주에서 제일가는 고품질 사과를 재배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대과 위주로만 생산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먹기 좋은 크기로 판매한다.

“대과는 명절 때만 찾는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중·소과를 찾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라며 “맛있는 사과를 만들어야지 크기만 키운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고 뚝심 있는 고집과 끝없는 연구심이 지금의 명품사과를 만든 것이다.

이제 김 회장은 지역을 선도해야 할 후배양성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농장으로 찾아오는 청년농부들과 작목반 참여농가들에게 자신이 습득한 다양한 고품질 사과재배 노하우를 적극 전수해 주변 농가의 큰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8년째 초중고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통해 지역 학교발전과 인재양성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와 기부에도 열심이다. 매월 유니세프 정기 후원과 해마다 한농연 회원들과 함께 지역인재양성을 위한 장학금 기탁도 꾸준히 하고 있다.

과거 무주군농민회 의장과 지역농협인 구천동농협 이사 등을 역임한 그는, 현재 농업인단체인 한농연 활동 외에도 신활력사업 위원회, 자율방범대, 무주 태권도 육성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왕성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본업을 뒤로 한 채 왕성한 활동이 가능한데는 동반자인 아내의 내조와 헌신 덕분이었다. 자신의 일보다 농민을 위해 늘 앞서 일하는 그를 보며, 든든한 조력자인 아내 김옥순씨는 묵묵히 농사일을 책임지며 그의 뜻을 응원해 왔다.

김성곤 회장은 끝으로 “쌀값 폭락과 농자재값 상승 등으로 우리 농민들은 어느 해보다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이 농업농촌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농민들을 대표해 늘 앞장서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무주=구정민 기자 kooj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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