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원스톱 농업시스템 고민을”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홍성효 대표가 더덕 재배지에서 농업경영 등 농사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홍성효 대표가 더덕 재배지에서 농업경영 등 농사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혼자서 감당 못 할 농사규모는
생산비 증가로 적자 쌓여

생산부터 유통·가공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 필요

노지감귤·관행 더덕 등 경작 중
잉여 생산물로 조청도 제작

“농사 규모를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리면 생산비 증가로 적자가 쌓이고, 가격이 떨어지면 결국 지금보다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에 큰돈을 벌겠다고 농사를 투기로 해서는 안 됩니다. 생산부터 유통·가공까지 농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소규모 자가 원스톱시스템을 농가는 고민해야 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지역 농가소득은 2019년 기준 4896만3000원으로 전국 2위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 408만원 수준으로 2021년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이 487만6290원과 비교해 다소 낮지만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농외소득과 이전소득 등을 제외한 농업소득 1527만7000원과 비교했을 때 순수 농업을 통한 농가의 소득은 크게 떨어진다. 농가는 농업소득을 올리기 위해 밭을 임대해 재배면적을 늘리지만 매년 상승하는 인건비와 생산비로 적자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농산물 가격까지 폭락하면 그 어려움을 더욱 가중된다. 일부에서는 소위 ‘3년에 한 번만’이란 생각을 가지고 대규모 재배에 나서는 투기성 농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농산물 생산부터 유통·가공까지 전 부문을 스스로 운영·실행하고 있는 홍성효(59) 촘 소도리농원 대표를 만나 안정적인 소득 창출과 농업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997년 경종 부문으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그는 한농연서귀포시 표선면회장, 한농연제주도연합회 감사, 한국농업유통법인제주연합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25년 이상을 감귤과 밭작물 재배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현재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일대에서 무농약 친환경 노지감귤 3305㎡(1000여평)과 관행 더덕 9917㎡(3000여평)을 경작하고 있으며, 더덕·비트·쌀을 활용한 조청 식품제조시설을 운영하는 등 연간 7000~8000만원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1990년까지 호텔업에 종사하며 직장 생활을 하던 그는 일을 그만두고 농업에 뛰어들어 감귤, 고구마, 콩, 유채 재배를 시작했다.

그는 “고구마나 콩, 유채 작목이 하향길에 접어들면서 소득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힘든 시기도 있었다”며 “2005년부터 작목을 더덕으로 전환해 매년 혼자 재배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더덕을 수입하기도 하지만 국내산 가격이 좋아 괜찮은 작목”이라며 “감귤과 더덕 모두 직거래로 판매해 좋은 가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거래 감귤 기준 10kg당 3만원에 판매해 일반 노지감귤이 관당 3000원 수준임을 생각할 때 3배 가량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에는 더덕, 비트, 월동무 등 잉여 생산물을 활용해 조청을 만들어 판매해 소득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가공과 관련해 “더덕·비트 조청, 감귤칩, 감귤 말랭이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가공은 소규모 기계를 통해 이뤄져 농사일을 하면서 가능하기 때문에 여건에 맞춰 적절한 가공을 선택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농사만 짓는 구조에서는 소득이 낮아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돈을 벌기 위해 대규모로 확장하면 비싼 인건비와 생산비 등으로 답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접 생산하고 직접 유통을 함은 물론 가공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농가 스스로가 적정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생산·유통·가공 구조인 자가 원스톱시스템을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비트로 예를 들면, 원물 가격이 20kg에 2만원으로 kg당 1000원 꼴로 비트 1kg을 말린 100g의 비트 말랭이가 1만원임을 생각할 때 매출 부가가치는 10배,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최소 4~5배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테나숍 역할로 카페에서 가공품을 판매해 제품에 대한 소비자 기호나 선호도 등을 알아보고 가공에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농사는 욕심을 부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투기성으로 가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기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가공이 소득을 높이고 농사일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농사는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대가가 크게 없어 고통이지만 수확할 때 기쁨이나 보람도 있어 버티는 것이며, 지금 수준을 유지하다 마무리하거나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앞으로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귀포=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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