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은 천직, 45년 한우물만 파”

[한국농어민신문 윤광진 기자] 

김준수 감사(좌)가 서춘선 한농연논산시연합회장(우)이 본인 축사에서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 세월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김준수 감사(좌)가 서춘선 한농연논산시연합회장(우)이 본인 축사에서 농사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 세월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새마을지도자·이장 20년 등
농민운동·주면 편의 위해 노력

인삼 재배·수도작·한우 사육
연간 조수익 3억 육박 ‘대규모’

“물려받은 것 없이 자수성가
아내 남인순 씨 도움 매우 커” 

“지금 생각해 보니 농사일이 천직인 것 같네요. 오직 한우물만 파는 소신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20살 무렵 농사를 처음 접한 김준수 한농연논산시연합회 감사의 말이다. 현재 그의 나이가 68세. 영농 이력은 45년 가까이 된다. 이제 편히 감투 쓰고 살 만한 나이임에도, 김 감사는 ‘마이 웨이’ 나의 길을 강조한다.

“주위에서 농협, 지방의회 등의 출마를 수없이 권해왔어요. 하지만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그저 봉사하면서 건강 챙기고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게 ‘인생 최고의 길’ 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이 같은 생각에는 변함없어요.”

그를 잘 아는 서춘선 한농연논산시연합회장은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동료 농업인과 마을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장본인이며, 지금도 농민운동과 주민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훌륭한 선배”라고 치켜세웠다.

새마을지도자 20년, 이장 20년(현 이장단장), 부적농협 이사(현 이사) 20년 등 화려한 경력이 김준수 감사의 봉사 이력을 뒷받침해 준다. 그는 3년 전 정부가 지원하는 마을경관사업에 신청, 최종 선정돼 2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농가지붕 개량 및 주변 정리 사업 등을 펼쳐 마을 이미지를 산뜻하게 바꾸었다.

이에 앞서 2013년 무렵 농협중앙회로부터 2억원의 지원금을 얻어내 마을회관 부지 구입 및 회관(2층)을 건립하고 팔각정 정자를 지었다. 고령화, 부녀화가 심화되고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으며, 인근 개발지역으로 떠오른 탑정저수지와 연계해 마을 가치는 더욱 커졌다.

이 같은 마을 개발 사업과 주민들의 화합 등 마을에 대한 이미지 호평이 널리 알려지자 정부부처 관계자와 장관이 직접 마을을 두 차례 이상 방문해 마을발전 사례를 청취하고, 이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모두 김 감사의 업적이라 볼 수 있다.

그의 농사 규모 또한 어마어마하며, 한 치의 소홀함 없이 매사에 매진한고 있다. 인삼 재배 5만평, 수도작 4만평, 한우 사육 43마리 규모가 그가 하고 있는 농사 일과이다. 인삼은 5년 근을 재배하고 있다. 매년 7000~8000평에서 수확하고 있으며, 수확 면적만큼 심고 있다.

처음에는 4년 근을 했으나, 기후변화 등으로 발육이 느려 최근에는 5년을 해야 크기와 무게를 맞출 수 있다는 귀뜸이다. 벼농사는 대부분 임대농이며, 송아지 생존율을 높여 소득도 괜찮은 편이다. 모두 합치면 연간 조수입 3억원에 육박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감사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 하나 없이 오로지 자수성가 했다”며 “그동안 묵묵히 자신을 믿고 따라준 아내 남임순 씨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한 때 김 감사는 농사일을 잠시 접을 때가 있었다. 1979년 도시에서 공장을 경영했으나, 부도로 문을 닫았다. 이듬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2년여의 근로자 생활을 몸소 체험했다. 고생 끝에 종자돈을 모아 귀국한 김 감사는 1983년 소 1마리를 140만원에 구입했다.

1985년도에 소 5마리로 늘렸으나, 소 값 파동으로 5마리 가치가 129만원에 불과했던 아픔도 겪었다. 그해 농어민후계자(수도작)로 선정돼 600만원을 지원받아 재기에 몸부림쳤던 그는 당시 송아지 1마리 가격이 6~7만원에 불과하다 보니, 동료 농민들과 거리로 뛰쳐나가곤 했다.

인터뷰 내내 김 감사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부인 남임순 씨가 갑자기 끼어들어“남편 따라 농민 동지들과 서울 파고다공원에 가서 집회시위를 했던 게 생각나는데요, 그때 너무 추워 얼어 죽을 것 같다”라며 옛일을 회상했다.

이 같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김 감사는 농사에 매진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의 대표적 농산물인 인삼을 수확하자마자 전국 최대 인삼 유통지인 금산 도매시장으로 전량 출하한다.

아직 농민단체 활동도 왕성하다. 그는 한농연논산시연합회 부적면회장을 역임한 이후 현재는 한농연논산시연합회 감사를 맡고 있다.

“후배들이 농민운동하고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나이 많은 선배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2003년에 농협중앙회로부터 새농민상을 수상하는 등 일찍이 지역에서 인정받는 농민이었다.

자녀는 3남. 둘째와 함께 농사일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부인과 함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농사를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논산=윤광진 기자 yoonk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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