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우수 후계농업경영인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박태환 딸기꽃사랑 대표.
박태환 딸기꽃사랑 대표.

 

양념용 많이 쓰이는 ‘남도종’
20여년째 재배 포기하지 못 해 

기계화 힘들어 많은 인력 필요
10년새 생산량 절반 이상 줄어

인력만 제때 확보할 수 있고
TRQ 등 수입만 줄면 나아질 듯

“농업은 우리의 문화와 음식을 지키는 일입니다. 다른 작목으로 소득을 더 벌수는 있지만, 마늘농사를 계속하는 것은 최소한 우리의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노력입니다. 가격이 싸다고 수입산 농산물을 먹기보다는 우리 땅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순환구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마늘은 김치를 비롯해 한국의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 갈 정도로 우리 음식문화의 대표적인 식재료다. 

제주에서 주로 생산되는 남도종 마늘은 매운맛이 강해 생식용보다 김치 양념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품종이다.

하지만, 기계화가 힘들어 많은 농작업 인력이 필요한 남도종 마늘은 지난 2013년 생산량 4만여톤으로 전국 점유율 10%를 기록했으나 지금은 1만9000톤으로 절반 이상 줄어 존폐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생산과 경영상 어려움으로 제주지역 마늘 재배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20여년째 마늘 재배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박태환(54) 딸기꽃사랑 대표를 만나 마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지난 2011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그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서 시설딸기 3636㎡(1100여평), 마늘 1만6528㎡(5000여평) 규모의 농업 경영을 통해 시설딸기 1억2000만원, 마늘 8000만원 등 총 연간 2억원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20대인 지난 1997~1998년 마늘 9917㎡(3000여평)과 감자 1만6528㎡(5000여평)를 기반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그는 “마늘과 감자 농사를 짓던 당시에는 지금처럼 수입에 대한 걱정도 크지 않았고 인건비도 높지 않아 생산경영비도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이어 “1998년도 마늘 가격이 2500원이었다”며 “그 가격이면 어느 정도 소득은 보장 받을 수 있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마늘 가격은 그대로인데 인건비, 농자재비 등이 크게 올라 적자 농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화 되지 않아 매년 부채에 시달리고, 나이도 들어가는데 일할 사람은 예전보다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 많은 마늘농가들이 마늘 재배를 접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늘 농사가 힘들고 예년에 비해 소득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실제로도 마늘보다 작은 면적에서 더 많은 조수입을 올리는 시설딸기를 재배하고 있지만, 시설딸기 재배를 늘리기보다 마늘 재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마늘 농사가 힘들고 가격도 오르지 않지만, 마늘 농사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있다”며 “마늘을 포기하고 다른 월동채소로 전환하면 다른 작물 수급과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작목 전환으로 전체에 피해를 입히느니 계속해서 마늘을 재배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람은 김치를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제주산 남도종 마늘은 김치 양념으로 사용되는 마늘로 우리의 음식과 문화 그리고 우리 땅에서 나는 식재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늘이 어려워도 계속 재배하는 것은 우리 먹거리를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이라며 “싸다고 수입산 먹지 말고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을 우리가 소비하는 순환 구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생각 때문인지 그는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장을 역임했던 시기가 20여년 농사를 지으며 가장 보람됐던 때라 얘기한다.

당시 도지부장으로서 그는 2020년 마늘수매가 2000원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마늘농가 대신 마늘 주산지 농협 조합장들과 협상을 벌여 수매가를 2300원으로 재조정해 농가들의 격려와 감사인사를 많이 받았다.

그는 “나 혼자 잘 살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농가들이 안정적 수익이 보장돼야 농사를 짓는 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아쉽다”며 “젊은 청년농들이 소득을 중심으로 작목을 선택하고 재배하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면 정부는 농산물 수입부터 생각한다”며 “언제나 낮은 가격에만 농산물을 판매한다면 농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도 마늘 농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인 그는 “인력만 확보할 수 있다면, TRQ 등 수입만 줄어든다면, 마늘 농사도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제주도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마늘농가들을 도와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편 그는 제17회 제주특별자치도 후계농업경영인대회에서 최고농업경영인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귀포=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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