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서 농사지어 순소득 1억원, 그 꿈 이뤘죠”

[한국농어민신문 윤광진 기자]

겨울 동면에 들어간 마늘을 살펴보고 있는 구본길 회장.

산세 좋고 경치 좋지만 구릉지역 많아
농사 짓기 좋지 않은 조건에도 꿋꿋 
콩·옥수수·마늘·벼농사로 고소득

육묘·파종·방제 등 농업기계화로 
생산비 줄이고 생산량은 늘려
“잡곡센터 세워 잘사는 마을 만들 것”

차령산맥 지대에서 콩 등 밭작물을 농사지어 연 순소득 1억여원을 구가하는 농민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한농연공주시연합회 유구읍회장인 구본길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구 회장이 살고 있는 공주시 유구읍은 차령산맥이 지나가는 지역으로 산세가 좋고 경치가 아름답지만, 구릉지역이 많아 농사짓기가 쉽지만은 않은 곳이다. 자연히 논농사보다는 밭농사의 비중이 큰 편이며, 다랑이 논이 많아 평야지대처럼 대규모 기계농업이 쉽지만은 않은 게 특징이다.

구 회장은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고 콩, 옥수수, 마늘, 벼농사 등을 재배하며 고소득을 실현하는 선도농가로 인정받았다. 4-H 활동을 기반으로 1990년대 후반 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구 회장은 2010년 무렵 새로운 영농철학을 확립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살기 힘들었어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타 작물 재배에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사실 이 지역은 토질이 그리 좋은 편이 못 된다. 때문에 타 지역 비옥 토지에 비해 미질과 수확량이 떨어지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본인 소유는 물론 임차농지까지 모두 경지정리를 했다. 다랑이 논의 논두렁을 없애 좀 넓은 평지밭으로 전환해 콩·옥수수·마늘 등 밭작물 기계화 작업을 도모했다.

14㏊ 면적에 백태, 팥, 녹두 등을 재배하고, 수확한 콩은 경남 사찬지역으로 개별출하 해 정부수매 또는 농협출하 등을 통해 전량 판매하고 있는데, 올해는 약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골에서 농사지어 1억원의 순소득을 올리는 제 꿈이었는데, 올해 그 꿈을 이뤘어요.”

물론 그냥 된 건 아니다. 육묘, 파종, 방제, 수확 및 건조 등 농업기계화를 추구, 생산비를 절감하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늘렸다. 주 작목인 콩 재배 경쟁력 향상을 위해 파종기·이식기  등 콩 관련 농기계(구)도 모두 갖췄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주시로부터 드론 시범사업자로 선정됐다. 신청농가가 전무한 상태에서 주위 눈치 보지 않고 드론 구입 신청서를 제출해 최종 선정됐다. 농약 살포 시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됐으나, 드론 구입으로 콩 농사 경쟁력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여기에 수도작 6㏊, 옥수수 1㏊, 마늘 4000평 등을 재배하면서 도전적인 자세로 재배기술 향상과 개선에 힘쓴 것도 한몫해 결국 자립에 성공했다.

올해 큰 아들이 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것 또한 구 회장에게는 원군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대를 이어 농사짓겠다”고 나선 큰아들이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산업특기생으로 확정됐고, 구 회장은 내년에 아들 몫으로 육묘장을 지어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콩 관련 법인체를 조성해 잡곡센터 건립 및 운영 구상을 드러냈다.

“콩은 선별이 매우 중요해요. 돌이 섞이면 상인들이 이를 트집 잡아 가격을 크게 하락시키거든요. 농가가 큰 손해를 보게 돼요.”

콩 선별을 포함 규모화 및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 잡곡센터를 건립, 색채선별기 등 각종 농기계를 갖추고 참여 농가 수를 늘려 잘사는 마을 만들기에 나설 계획이다. 고품질 작물을 생산하고 제값 받고 판매하는 농사 시스템을 구축하면 농가소득 증대의 지름길이 되고, 이를 통해 농촌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아울러, 구 회장은 “농협이 백태 1·2호만 수매하고 3호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상인들로부터 가격 급락 피해를 입지 않게 백태3호도 수매해 줬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구 회장은 올해 충남도농어촌발전대상 식량작물 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역 농업·농촌 발전을 선도하며, 타의 모법이 되는 농업인으로서 농촌 공동체 유지 및 농가소득 향상에 앞장서고 있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또한 고품질 콩 생산과 신기술 보급 등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농연공주시연합회 유구읍회장을 5년째 이끌고 있는 봉사정신도 부각됐다.

“지난해 공주지역 농·특산물 베트남 판촉행사에 참여해 우리 농·특산물 해외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하는 구 회장은 “콩 농사로 잘사는 농가 모델이 돼 동료 및 후배 농업인의 귀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공주=윤광진 기자 yoonk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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