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우수 후계농업경영인

[한국농어민신문 조성제 기자]

임진모 성암농산 공동대표가 두부의 재료가 되는 경북지역에서 생산된 콩을 살펴보고 있다. 
임진모 성암농산 공동대표가 두부의 재료가 되는 경북지역에서 생산된 콩을 살펴보고 있다. 

생산 콩 안정적 판로 확보위해
1년 전 ‘성암농산’ 공동 창업
지역농가 콩도 높은 가격 매입

소포·유화제 등 유해성분 빼고
신선도 유지 위해 이틀만 판매

농민 참여 지역의 두부공장에
학교급식시장 진출 길 터줘야

“논에서 쌀농사를 대체할 작목으로 콩을 선택한 뒤, 생산한 콩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추가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증대로 농가소득을 조금이나마 높여보려고 국산 콩 두부 가공공장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GMO 걱정 없는 검증된 국산 콩을 원료로 만든 두부 등 콩 가공식품을 유통거리가 비교적 짧은 지역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상태로 공급하고자 합니다.”

경북 경주시 남산동 일대에서 벼농사 3만평과 콩 농사 6000여 평을 지으며, 직접 지역에서 수매한 국산 콩을 가공해 두부 등 콩 가공식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는 임진모(45) 성암농산 공동대표. 임 공동대표는 지난해부터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콩을 포함해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믿을 수 있는 국산 콩을 수매해 두부 등 콩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성암농산’(경산시 용성면 소재)을 1년 전 공동으로 창업해 운영해오고 있다.

임 공동대표는 수도권이 아닌 경상도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젊은 농부다. 그는 고향인 경주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서울의 한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곧바로 대기업에 취직해 몇 년 간 직장생활을 했다. 이후 그는 뜻한 바 있어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문적인 농업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농업대학(현재 한국농수산대학)에 새로 진학했다. 한국농업대학 졸업 후에는 경기도 이천에서 2년 정도 호박과 대파 농사를 지었다.

이후 2015년 고향인 경주시로 귀향해 현재까지 대규모로 논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두부 등 가공식품을 만들어 지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그는 한국농업대학 재학 당시 총학생회장을 맡았으며, 한농연경주시연합회 정책부회장과 경주시 농어업회의소 사무국장을 역임한 이력도 있다. 현재는 경주시 농어업회의소 이사를 맡고 있다.

임 대표는 “3만평 벼농사 짓고 있는데 논농사를 위해 필요한 대형농기계 등의 감가상각비 등 비용을 빼면 벼농사를 지어서 평당 1500~1800원 정도의 순수익이 난다”며 “논농사는 아무리 늘려도 소득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대체작목으로 콩 농사를 짓게 됐고, 두부 가공도 하게 됐다”며 두부공장을 시작하게 된 사정을 설명했다.

또한 임 대표는 “쌀값 안정을 위해 논에 콩 생산을 장려했는데 이제는 콩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 콩 수매가격 하락을 걱정하게 된 상황이다. 그래서 농가가 제 값을 받고 콩을 판매할 소비처를 늘리기 위한 취지로 직접 두부공장을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 공장에서는 일반 수매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콩을 매입해 지역 농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에 따르면 성암농산에서는 경주·경산·예천 등 경북에서 생산, 검증된 콩을 두부가공 원재료로 직접 수매하고 있으며, 실제 지난해에는 경주지역 한 작목반에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콩을 전부 매입해 농가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는 것. 성암농산에서 생산된 두부는 현재 경산지역 농협 하나로마트와 일반 마트 등에 납품되고 있다.

임 대표는 “우리 두부공장에서는 콩·응고재·천일염만 원료로 사용하고, 소포재·유화재·GMO 콩·충진수 등 인체에 유익하지 않은 성분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며 “신선도를 중요하게 생각해 오늘 만든 물량을 저온저장고에서 식혀서 다음날 마트 등에 납품해 이틀 동안만 판매하고 남은 물량은 공장에서 생산하고 4일째 되는 날 수거한다”고 제조와 유통원칙을 밝혔다.

특히, 임 대표는 “장기적인 지역 콩 수매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콩이 생산농민이 직접 운영하는 가공공장에서 두부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져 공급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이를 위해서는 가장 확실한 대규모 두부 등 콩 가공식품의 소비처인 학교급식 시장 진출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임 대표는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두부 등 가공식품은 주로 대규모 홍보판촉비를 투입해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식품 대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농민이 참여하는 지역의 작은 두부 제조업체가 아무리 우수한 품질의 두부를 만들어도 식품 대기업과의 납품경쟁에서 학교급식 시장을 뚫는 것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선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콩 등의 농산물을 원료로 지역의 두부공장에서 생산, 유통거리와 유통기간을 최대한 줄인 신선한 가공식품이 우선적으로 학교급식에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임 대표는 “학교급식 등 생산한 두부를 판매할 고정적인 판로가 확보될 경우 우리 두부공장에서만 연간 최소 50톤 이상의 콩이 원료로 필요할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두부공장의 운영에 콩 생산농가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조합 형태로 콩을 현물로 출자 받고 두부를 판매해 수익이 나면 수익금을 나눠 갖는 방식도 고민 중”이라고 운영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경산=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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