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록한 데이터 모아 양돈장 앞날 대비”

[한국농어민신문 최상기 기자] 

박종두 한농연함평군연합회장은 운영하는 양돈장 관리 데이터를 직접 입력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로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박종두 한농연함평군연합회장은 운영하는 양돈장 관리 데이터를 직접 입력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로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엑셀 통해
돈사 운영전반 데이터 축적

자신만의 노하우 녹여 넣고
가격변동 등 돌발변수 대비 

돼지파동·구제역 이겨내고
지난해 매출액 20억 달성 

“기록이 없는 역사란 없다. 매일 기록을 하다보면 패턴이 생기고 나만의 노하우로 발전시켜 앞날을 대비할 수 있다.”

전남 함평에서 27년째 돼지와 함께하고 있는 박종두 한농연함평군연합회장을 만났다. 박종두 회장은 평소 성격처럼 인터뷰에도 자신감이 느껴진다. 투박한 말투와는 다르게 양돈과 관련된 내용에는 수년 전 사료 값부터 월 운영비까지 막힘이 없다. 준비된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여유다.

그는 “2010년부터 돈사 운영전반에 관한 내용을 엑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활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머리에 기억돼 있다”고 설명한다.

매일 정보를 입력하니 시간이 지나며 숫자화 된 데이터가 축적돼 농장운영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 수 있었다. 계량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농장을 운영하니 갑작스러운 가격변동 등 돌발변수에도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현재 사육하고 있는 돼지는 2500~3000두 규모로 2021년 기준 매출액은 약 20억 원. 지역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지만 지금이 있기까지 순탄한 과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박종두 회장은 조선대학교에서 환경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부모님께서는 돼지 600두·소 20두·농사 1만9800㎡(6000평) 규모로 농장을 운영하셨지만 아들이 농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반대해 공학도가 됐다. 어려서부터 농업인이 꿈이었던 박 회장은 방향을 잃고 오랜 시간 방황했다.

대학교와 군대 그리고 졸업 후 3년 등 10년 가까운 긴 방황을 끝내게 해준 것은 아내였다. 아내는 아무것도 없이 방황하는 박 회장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줬다.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원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처음에는 부모님과 형님이 운영하던 농장에서 월급 받으며 일을 시작했다. 바쁜 생활이었지만 내 일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다. 5년 동안은 외출도 하지 않고 집과 농장을 오가며 일에만 집중했다. 2001년 형님에게 돈사를 구매하고 이듬해 후계자로 선정되면서 “이제 내 일만 잘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밝은 미래만 꿈꾸고 있을 때 돼지파동이 그를 덮쳤다. 2002부터 시작된 돼지파동의 여파는 3년이나 이어졌다. 부채가 9억원까지 불어나며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구제역 이슈가 터졌다. 전국에 구제역이 퍼지면서 돼지가격이 급상승한 것.

수많은 양돈농가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사건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구제역 피해에서 벗어난 나머지 농가들에게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쌓여온 부채로 벼랑까지 내몰렸던 박종두 회장은 구제역 사건을 발판으로 자금난에서 벗어나 농장운영을 안정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

박 회장은 과거를 회상하며 “방황하던 시기에 본인을 믿고 결혼해 시골에 내려와 곁을 지켜준 아내가 지금이 있게 했고 나를 살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아내의 정성으로 딸 2명과 아들 1명은 반듯하게 자라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박종두 회장은 양돈농가에 대한 정부 정책에 대해 “농림부와 환경부의 큰 시각차이로 일선에서는 어려움점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새로운 규정을 만들 때 정확한 메뉴얼 없이 규제만 강화하다보니 농가상황과 동 떨어지는 정책이 많다”며 “축산업을 오염원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나라 농업환경에 대해 “식량전쟁이 시작된 지금 소농들이 살아남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미래 농업발전을 위해서 “각 지자체에서 귀농·귀촌인들에 대한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역출신 청년들은 소외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역출신 청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시대에는 맨몸으로 열심히 하면 이뤄낼 수 있는 것이 많았는데 지금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 청년들이 농업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청년들이 농업에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규제를 혁신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함평=최상기·이강산 기자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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