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한국농어민신문 최상기 기자] 

여섯 번 도전 끝 후계자 선정
축산인생의 대반전으로 꼽아

‘소 파동’ 등 이겨 내고
150두 농장 유지, 연소득 억대

농업 진입하려는 후배들에 
꾸준한 노력이 중요 당부도

최병연 대표(왼쪽)는 ‘농업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축산에 전념하고 있으며, 젊은 후배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조언한다. 
최병연 대표(왼쪽)는 ‘농업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축산에 전념하고 있으며, 젊은 후배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조언한다. 

“농업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전남 보성 토박이가 한우로 자수성가했다고 자자한 칭찬이 끊이지 않는 최병연(59) 우영농장 대표가 대뜸 한 말이다. 말수 적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그가 “‘기다림’에는 과정도 열정도 녹아내야 결과물이 생산되니 농업에 딱 맞는 단어”라는 것이다.

보성은 녹차 수도라고도 한다. 전국 차(茶)생산량의 40%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보성차의 뛰어난 품질과 명성을 보증하는 지리적표시 전국 1호로 등록된 유명지역이기도 하다. 이와 연관된 녹차 쌀, 녹돈 등도 지역 농·특산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보성에서 태어나 축산 공부를 하기 위해 잠시 지역을 벗어나 축산학 배움 시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지역에서 축산에 골몰했다. 1990년부터 2년여 동안 개인 농장에서 현장실습을 겸한 농장지킴이 역할을 하면서 기술을 습득하기도 했다. 1992년부터는 축산관련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농장 만들 꿈을 키웠다.

그는 축산인생 대반전으로, 여섯 번째 도전 끝에 성공한 후계자 선정을 꼽았다. “선정된 것이 꼭 성공의 지름길로 가는 것만은 아니었다”고 그때를 소환했다. 후계자 지원금 3000만원에 대출을 더해 젖소를 들여 부농에 도전했지만 소 파동으로 원금도 건지지 못하고, 송아지 10마리로 바꿔치기하는 아픔의 서곡이 시작됐다. 송아지를 키울 때까지 약 3년의 시간동안 밭농사와 버섯농사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찌든 가난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축산인생 고락을 같이한 아내 이영미(56세) 씨는 “도시지역 친척이 보내준 아이들 옷가지를 입히며 키웠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매일 학원에 데리고 가는 번거로움을 단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며 “농촌 오지지역에서 눈물 났던 시절을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부부의 노력을 보고자란 아이들은 시골 어려운 교육여건 속에서도 반듯하게 자라줬다. 세 자녀는 서울 사립 명문대에 두 명, 지방 국립대에 한 명이 재학 중이다. 그동안 두 차례의 소 파동을 이겨내고 현재는 150두 규모의 농장을 유지하고 있다. 비육과 번식의 비율을 4:6으로 나름 원칙을 고수하며 완벽한 정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소득은 1억5000만 원 그 이상이라고 살짝 밝혔다.

아무리 여력이 더 있다고 하더라도 규모는 늘리지 않겠다고 말한다. 150두 수준은 부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대신 여윳돈이 생기면 농지를 구매해 수익 다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소에만 의존했던 과거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었다. 논과 밭을 늘리고 축사에서 발생한 분뇨를 농지에 거름으로 사용하며 밭에는 소 풀을 키워 사용하는 순환농업을 하고 있다. 많은 축산 농가들이 분뇨처리와 악취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병연 씨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 하다고.

그는 “이제 농업을 걱정하고 불투명한 미래농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때”라며 “무턱대고 젊은이들만 농촌지역으로 밀어 넣으면 안 된다”고 청년 귀농정책을 강하게 꼬집는다. 기존 농촌 정착 농민과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차별지원, 토지 임대 우선권 등 문제점도 짚어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일 년 농사와 비교해서 축산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없다. 기반조성도 쉽지 않다. 때문에 중장기 계획이 일반농사에 더해져야 한다고 강변한다.

본인을 1세대 후계농이라고 말하며 새로 농업에 진입하려는 후배들에게 “농업은 기다림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쫓는다”며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조언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맨손으로 시작한 최병언 씨는 오늘날 미래를 내다보는 한우생산에 날 저물지 모르는 그를 ‘자수성가한 진정한 축산농민’이라고 부른다.

보성=최상기 기자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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