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우수 후계농업경영인

[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채광옥(60)·박유정(55) 부부는 오랜 기간 유자 묘목 생산과 만감류 재배로 고흥에서 유자 전도사·만감류 도사로 불린다.
채광옥(60)·박유정(55) 부부는 오랜 기간 유자 묘목 생산과 만감류 재배로 고흥에서 유자 전도사·만감류 도사로 불린다.

유자 묘목 생산·황금향 재배
고흥 만감류 도사로 불려

2017년 수종 레드향으로 변경
한해 총 수입 2억원 훌쩍

끊임없이 자신 뒤돌아보며
미래를 위해 도전해 나가야

채광옥 한농연고흥군연합회장은 유자 전도사, 고흥 만감류 도사로 불린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유자 묘목을 생산하면서 유자가 고흥 특산품이 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 중 한 명이다. 또한 2007년부터 황금향 재배를 시작한 그는 현재 고흥 스마트밸리 만감류 강사로 활동 중이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수많은 실패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고 있는 채광옥 회장을 만났다.

1963년 고흥군 도덕면에서 태어난 채광옥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농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두고 강진 농업고 진학을 선택했다. 당시 강진 농고는 농업후계자 양성을 위한 실습 위주 교육과 해외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선진 농업기술을 전파하는 현대 농업교육의 산실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지 못하는 제약이 있었지만, 대신 군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채광옥 회장은 소 파동이 한창이던 1986년 후계자에 선정, 후계자 자금 940만원으로 송아지 10두를 입식하고 땅 2000평에서 농업인으로 삶을 시작했다.

젊은 나이 의욕이 넘치던 시절, 남과는 다른 것을 하고 싶었던 그는 터널 고추와 마늘 주아 재배를 시작했다. 밭 한쪽에는 학교에서 배워온 기술을 이용해 탱자나무에 유자를 접목해 키우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나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두당 20만원에 샀던 송아지는 18개월을 키워 200만원에 팔아 수익을 발생시켰고, 유자 묘목은 내놓는 대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유자 묘목이 꾸준히 팔리면서 생활이 안정을 찾았다.

축산에는 관심이 없었던 채 회장은 선배에게 기술을 배워 양봉과 용달 사업에 뛰어들었다. 10년 동안 이어진 사업, 한때는 용달 5대를 운용하고 꿀벌 봉분 100개가 넘도록 성공도 했었다. 하지만 각 가정에 화물차 보유가 늘고, 전염병에 꿀벌이 전부 폐사하며 그의 사업도 하룻밤 꿈처럼 사라졌다.

주저앉을 수도 있는 상황, 채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제주도로 날아갔다. 따뜻한 고흥의 기후 특성을 활용해 만감류 재배에 도전한 것. 2007년 고향땅 3000평 땅에 비 가림 하우스를 세우고 황금향 재배를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특히 추위에 강하다고 알려진 황금향이 재배 4년 만에 찾아온 영하 10도 한파에 모두 죽어버렸다.

2012년 3000평에 다시 가온이 가능한 하우스를 새로 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친환경재배로 생산한 황금향은 판로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팔려나가기 시작했고, 친환경물류센터에서 먼저 학교 급식을 제안하면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 수종을 레드향으로 변경한 채광옥 회장의 한해 수입은 3000평 레드향 농장에서 평균 1억5000만원, 유자 묘목 판매로 1억원 등 한해 2억50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채광옥 회장은 본인 삶을 돌아보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기록과 도전 두 단어로 설명했다. “우리 부부는 지금도 매일 각각 영농일지를 기록하고 서로 비교하면서 성과분석을 한다”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3년 동안 데이터를 모아 미래 성공 여부를 예측하고 안 되는 것은 과감하게 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어 “안 되는 것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처럼 아까운 것이 없다”면서 “농업인도 한 작물에만 매달리지 말고 언제든 미래에 대비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회장은 또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노지 3000평에 유자를 심은 것. “유자는 고흥지역에서 생산하는 특산품으로 K-FOOD 열풍을 타고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는 유자 재배에 집중하고 주변 농가들에도 보급을 권장해 나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과 관련해 “현재 학교 급식으로 납품 과정은 학교에서 2달 전 물량을 농가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농가의 안정적 판로확보를 위해 연 초 업체와 농가, 학교가 미리 물량을 정해 계약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채광옥 회장은 후배들을 향해 “현실에 안주하면 내 삶의 선택권을 남에게 주는 것과 같다”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위해 도전해 나가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고흥=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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