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귀농”

[한국농어민신문 양민철 기자] 

박근열 한농연전북도연합회 감사는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 하나로 불혹의 나이에 귀농해 경영 규모화 도입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프로 농군으로 성장했다.
박근열 한농연전북도연합회 감사는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 하나로 불혹의 나이에 귀농해 경영 규모화 도입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프로 농군으로 성장했다.

불혹의 나이에 귀농 선택
벼농사·번식우 사육 병행
연매출 40억원 이상 올려

체육회장 맡는 등 봉사 열심
매년 200만원씩 기부 챙겨
농식품부장관상 등 영예도

“땅은 사람을 속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노력한 만큼 소득을 올릴 것이고 그리고 농업에 정년이 없어 몸만 받쳐준다면 늙어 죽을 때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어디 있을까요? 나아가 이 믿음 하나로 귀농해 경영 효율화를 내세워 고수익 창출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전북 정읍시 이평면 박근열(56) 한농연전북도연합회 감사는 23세에 운수업을 시작,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박 감사는 당시 8톤 트럭을 구입, 직접 운수업에 뛰어들었다. 전주에서 울산·부산·구미 등지를 오가며 화물 운송에 열을 쏟았다. 더해 대형 윙바디 트럭(14톤)을 사들여 적지 않은 수입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하지만 한창 잘 나가던 운수업이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쳤다. 1998년 IMF 외환기가 불어 닥친 것. 기업들은 하나같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이 대거 운수업에 몰려들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박 감사는 과감히 운수업을 정리했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박 감사는 고향으로 내려갈 결심을 했다. 고뇌 끝에 귀농을 택한 것. 불혹의 나이 40세였다. 연로한 부모님을 보살피며 농사를 짓는 행복을 떠올렸다. 땅은 정직하다는 믿음을 신뢰했다. 여기에 정년이 없는 농사는 매력적이었다.

귀농 즉시 벼농사와 한우(번식우)사육을 병행했다. 부친의 논과 농지를 빌려 농사를 시작했다. 논농사의 성과에 놀랐다. 볍씨 종자 40kg으로 나락 70∼80포대의 큰 수확을 내서다. 이후 비용·노동력 절감 등의 장점인 10일모를 지역에서 최초 도입, 성공했다. 주위 농가들이 따라할 정도였다. 농지의 규모화도 꾀했다. 벼 농사는 33만㎡까지 늘렸다. 하지만 쌀값 정체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때 한우 번식우 10여마리가 그를 유혹했다. 번식우는 점차 60여마리까지 늘렸다. 전국 한우 사육두수 증가는 번식우를 비육우로 전환케 만들었다. 2013년 말부터 송아지를 입식했다. 송아지 90마리를 구입했다. 당시 숫소 100만원, 암소 80만원 시절이었다. 사료 값으로 250만원이 들었다. 2016년 봄 첫 출하의 행복감을 느꼈다. 무려 1마리에 1000여만원을 받았다. 큰돈을 벌기 위해 규모화의 절실함을 깨달았다.

2013년 정읍 이평면에 280여두 규모를 시작으로 2016년 정읍 덕천면에 140여두, 이후 2019년에 고창군 부안면에 400여두 규모의 농장을 신축했다. 축사는 모두 8251㎡ 6동에서 800여두를 사육할 수 있는 대규모 농장으로 변신했다.

박 감사는 고급 한우 생산에 심혈을 기울인다. 축적된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다. 먼저 건강한 송아지 구입에 초점을 둔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전북 정읍·순창, 고창·부안, 충남 홍성 등지에서 자질 있는 송아지를 사들인다.

다음은 가축질병 미연 방지에 힘쓴다. 구제역 예방접종을 6개월에 1회 실시한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먹인다. 나아가 현대식 자동화의 사료급여기는 제때 사료를 급여한다. 이는 인력 절감은 물론 사료급여량의 자동 조절 기능을 갖춘 것. 나아가 총체보리한우 브랜드로 유명한 전북한우협동조합의 명품 총체보리섬유질배합사료(TMR)를 급여한다.

육성기 때 기초를 다지는 명품송아지사료와 육성우탑 사료를 13개월까지 급여한다. 그리고 비육전기 배합사료를 14개월부터 21개월까지 그리고 22개월부터 30개월까지 비육후기 배합사료를 먹인다.

정성을 곁들인 사양관리는 최근 한우 출하 성적에서 증명된다. 올 1월에서 2월21일까지 모두 320두를 출하, 1++114두, 1+ 90두, 1등급 89두, 2등급 27두의 각 등급 출현율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박 감사는 이 같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50대의 만학에 경희대학교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각각 경영을 전공했다. 농축산에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위한 공부다. 생산기술에 유통·마케팅, 회계까지 망라했다. 먼저 전북한우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 총체보리한우 출하장려금·도축비용·상장수수료 등 60여만원을 보전 받는다.

또 사료 값은 일반 농축협보다 저렴하다. 자동급여화 시스템에 의한 사양 관리 비용 절감 또한 한 요인이다. 여기에 농장은 개방형에 자연통풍으로 건강한 소 사육의 요건을 마련했다. 축사 처마는 3미터 정도 길게 뺐다. 눈·비가 축사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우에 대한 배려다.

축사 바닥에 톱밥을 다른 농장보다 배는 두껍게 깐다. 좋은 사육 환경 제공과 질병 예방 차원이다. 축분은 철저한 발효를 거쳐 부숙도 검사를 통해 자원화센터로 보내져 농가에 공급된다. 경축순환농업 활성화로 연결된다. 경종·축산농가가 상생하는 것이다. 농장은 냄새로 인한 민원 발생 한번 없다. 농식품부장관 이름으로 깨끗한 농장으로 지정됐다. 고창군 부안면에서 첫 번째다.

땅 한 평 없이 귀농한 귀농 17년차 박 감사는 농지도 크게 불렸다. 논 4만7520㎡에 축사 부지 8251㎡ 등 모두 5만5771㎡로 늘렸다. 축사 지붕 일부에 태양광도 설치했다. 박 감사는 연 40여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자신이 구상하고 꿈꿨던 규모화에 의한 경영 효율화와 수익 창출은 현실이 됐다.

최근 사료 가격 폭등과 한우고기 소비둔화, 사육 두수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들의 악재가 해소되면 더 환한 웃음으로 다가올 것이다.

박 감사는 지역 체육회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아 봉사 활동에도 열성이다. 자신의 마을 등에 매년 200여만원을 기부 한다. 주위의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함이다.

박 감사는 정읍시장상과 전북도지사상, 농식품부장관상, 경희대학교총장상 등을 수상했다.

2007년 농업경영인에 이어 2016년 우수후계농업경영인에 각각 선정됐다. 샘골농협 감사(2회)를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한우협동조합 이사다. 한농연전북도연합회 감사(3선)를 맡고 있다.

박근열 감사는 “우리 농업인들은 일부 중간상인들이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재 농산물 유통단계로는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우리 농축산인들인 생산자가 제값을 받고 또한 소비자들은 착한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돈 버는 농업·농촌 실현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피력했다.

정읍=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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