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민감한 화훼,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승부”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국화 재배에 집중하던 고정흥 한농연서귀포시연합회 감사가 화훼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한 가운데 ‘아미초’를 들고 있다.

국화 신품종 특허만 10여개로 
30여년을 국화·육종에 주력했지만
들꽃·야생화 중심 소비 변화 반영

순환재배형태로 연중생산체계 자랑
주변의 ‘미쳤다’는 반응도 아랑곳없이
틈새공략으로 안정적 소득 자신

“농업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바뀌는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면 농업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화 단일 품목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 화훼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복색(여러색)의 여름 국화를 만들 수 없다는 기존 인식을 깨고 복색 여름 국화 3종을 신품종으로 등록하고, ‘프로포즈’ 품종으로 국내 국화 시장을 선도했던 고정흥(54) 한농연서귀포시연합회 감사의 말이다.

지난 1992년 화훼 부문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그는 30여년을 국화와 육종에 모든 열정을 쏟아왔다. 전국 육종가협회를 구성할 만큼 국화 자가 육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최상위 품종 10개 중 3~4개의 품종 소유권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국화 전문가다. 더욱이 그가 개발한 ‘프로포즈’는 육종 전문가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국내 출하 된 ‘프로포즈’ 가격을 직접 결정·유통할 정도로 국화 시장을 선도했다.

그는 “국화 신품종 특허만 해도 10여 종류고, 프로포즈 품종은 전국 신품종 경진대회에서 우수품종으로 선정될 만큼 호평을 받았다”며 “국화 품종 하나로 연 평균 7000만원에서 1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라고 얘기했다.

그는 “시대가 흐르면서 우리나라 꽃 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연예인 결혼식에 사용된 소박한 들꽃 부케, 플로워리스트의 선호 등 시대적 변화로 화려한 주연급 국화, 백합, 장미가 대세이던 화훼시장이 조연급인 들꽃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훼 트렌드 변화로 국화 단일 품목만 재배하던 그는 시장의 한계성을 직감, 기존 국화를 접고 ‘아미초’, ‘트리폴리움’, ‘투베로사’, ‘냉이초’ 등 8~9품종의 들꽃 및 야생화를 중심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재배를 전환하고 있다.

그는 “국화 대신 다른 품종으로 화훼재배를 하겠다고 주변에 얘기했을 때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시대에 맞게 그리고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 다양한 품목을 선택해 소량 생산하는 방법이 앞으로 화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화훼시장이 어려운 지금 시기에 들꽃과 야생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 1년인 내년 8월에는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안정적인 농업 경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훼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과 소비자 트렌드 파악을 위해 매주 화훼시장과 꽃집을 돌아다녔다”며 “각 꽃은 한 철만 생산되는 품목이지만 제철 생산이 가능하게끔 순환 재배 형태로 연중 생산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화에 모든 열정을 쏟아 온 그이지만 국화에서 들꽃과 야생화 전환에 따른 아쉬움은 없는 듯 했다.

그는 “프로포즈를 신품종 국화로 등록하고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품종상을 받을 정도로 인정 받았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지만 국화 재배 중단으로 아쉬운 것은 없다”고 얘기했다. 이어 “국화 품종을 유지 확대를 바라는 마음에 충남농업기술원 예산국가시험장에 국화 신품종 및 특허권을 기증했다”며 “기존 제 열정이 전문 재배될 수 있도록 그리고 농가에 보급돼 소득이 늘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화훼농가들이 김영삼 정권 때 줄도산 한 일이 있다”며 “그 이후 화훼에 대한 지원사업도 거의 없고, 화훼시장은 각자 개인이 뚫고 나가야하는 곳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현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육종 전문 기술을 살려서 농가에 많은 화훼 품종을 보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고정흥 한농연서귀포시연합회 감사는 한농연서귀포시연합회 부회장, 제주도FTA범도민특별대책위원회 위원, 농촌경제연구원 KREI 리포터 중앙회 감사 등을 역임·수행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농업 100주년사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수상을 비롯해 지난 2013년 전국으뜸농산물 한마당에서 화훼부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수상 이후 올해까지 매년 화훼부문 상을 수상했다.

서귀포=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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