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한 우물 판 ‘토마토 명인’…“농사 지으면서 곁눈질 말아야”

[한국농어민신문 최상기 기자] 

1985년 하우스 2동 물려받아
토마토 재배로 규모 늘려가

1988년부턴 멜론 농사도 시작
현재 연소득 2억5000만원 올려

양액에 영양제 넣지 않고 
pH 6.3 유지가 성공의 비결

맛의 고장 전남 담양 무정면에서 ‘토마토’ 명인 농업인으로 우뚝 선 정승오(60) 씨. 무려 40여 년 동안 토마토와 함께했다. 토마토는 그에게 농업 인생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토마토로 부를 창출해 성공한 농업인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작은 몸짓 하나도 습관이 된 겸손과 배려가 주변을 기분 좋게 한다. 취재를 위해 무정면 토마토 하우스를 찾았을 때 하우스 물 조절장치 수리 중이라며 흙 묻은 옷을 입고 나오는 정승오씨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5년째 같이 일하는 네팔출신 외국인 노동자 2명은 “사장님 덕분에 그 동안 모은 돈으로 고향에 땅 사고 작년에 결혼도 했다”며 “이번에 비자를 연장해서 건물 올리려고 다시 돌아왔다”고 말한다.

정승오 씨는 “일 잘하고 착한 외국인 노동자 만나 일하기 수월하고 이제는 알아서 척척 일을 해 낸다”며 “복 받았다”고 자랑한다. 서로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에 인터뷰 전부터 성공 이유를 알 것 같다.

무정면에서 태어난 정승오 씨는 학교 다닐 때 공부가 싫었다. 광주에서 중학교 다니던 16살, 부모님 반대를 뒤로하고 친구 한명과 아는 사람 한명 없는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정신없이 서울역 구경하고 있을 때, 그들을 잡아끌던 손에 이끌려간 공장에서 5년 일했다. 숙식비 떼고 월급 3500원 일하는 동안 돈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타지생활 하면서 인내심을 배우고 노동자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병역이행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오자 아들이 고생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아버지는 설득에 나섰다. 당시 부모님은 250평 하우스 두 동에서 토마토를 재배하셨다. 아버지 설득에 고향을 지키는 특수부대에서 병역을 마치고 1985년부터 아버지 하우스 두 동을 물려받아 토마토 농사를 시작했다. 첫 3년 동안 1년에 한 동씩 하우스를 늘려 토마토 재배를 확대했다.

1988년부터는 추석 대목을 타켓으로 여름에는 멜론을 재배했다. 다행히 품질을 인정받아 거래처를 늘려갔고 큰 어려움 없이 농사일은 안정화에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성공하면 무리한 확장을 시도하거나 다른 곳에 눈 돌리지만, 정승오 씨는 토마토와 멜론에만 매진했다.

꾸준한 성과를 내오던 그는 1996년도 후계자에 선정, 후계자금 1500만원과 그동안 모은 돈을 보태 1200평 하우스를 건립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 농사규모는 하우스 총 2400평 규모로 작년에 토마토 1억6000만원, 멜론 9000만 원 등 총 2억5000만원 소득을 올렸다.

40년 토마토와 멜론 재배 노하우를 묻자 정승오 씨는 “양액에 영양제를 넣지 않는 것이 내 성공의 비결이다”고 말했다.

과거 영양제를 넣고 실패한 후 농촌진흥청 김성국 박사 도움으로 원재료를 수입해 집에서 양액조성을 했고, 현재까지 그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고 있다. 정승오 씨가 사용하는 양액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4가지 양액조성표 중 네덜란드(화란) 방식으로 단단하고 맛을 내기 위해서 영양제 대신 칼륨을 조금 더 넣는 것을 추천했다.

또한 하우스 양액 환경을 pH 6.3, EC 2.2~2.8을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특히 pH가 틀어지면 생육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별히 관심을 갖고 관리 중이다. 더불어 수질 좋은 물 제공을 위해 중형관정 2개를 120미터 지하 암반수로 끌어올려 공급하고 있고, 최근에는 연료비 절감을 위해 전기시설로 교체했다.

정승오 씨는 후배 농업인들에게 “농업인은 농사하면서 곁눈질 하지 말아야 한다”며 “농민은 농사 한 우물만 파야한다”고 강조했다.

52세에 취득한 대학 졸업장을 보여주며 그는 “배움에는 때가 있고 노력에는 결과가 따른다”며 “후배 농업인들이 선배들을 보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인이 대우 받는 사회건설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

담양=최상기·이강산 기자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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