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 시대적 상황 맞게 발전해야”

[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 기자] 

명준 씨가 아버지 김익환 씨와 4대째 이어지는 과수원에서 새로운 경영방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명준 씨가 아버지 김익환 씨와 4대째 이어지는 과수원에서 새로운 경영방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4대째 이어 
1만4000㎡ 배 과수원 경영

‘배배 젤라또’ 카페 11월 오픈
홍시·사과·곤드레·백향과 등
지역 제철 농산물 재료로 써

“삶의 여유 찾는 명소되길 바라”

‘농업은 산업이고 모든 산업은 시대적 상황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

지난 2018년 강원 양양에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돼 부모님과 함께 1만4000㎡ 규모의 낙산배 과수원을 경영하는 김명준(30세) 씨는 농업의 시대적 상황에 맞는 발전론을 주장했다.

11월에 명준 씨는 과수원 안에 자신이 생산한 배를 주원료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판매하는 카페 ‘배배 젤라또’도 오픈했다. 시중의 아이스크림과 다르게 배 원료로 생산한 젤라또는 낙산 배 특유의 담백한 시원함과 상큼함이 그대로 묻어나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카페 창 너머로 보이는 잘 정돈된 과수원 풍경은 덤으로 주어진다.

이 곳 과수원에서 낳고 자란 명준 씨는 “자연스럽게 농업과 친해져 가업을 이어받게 됐다”며 “단순하게 배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와 볼거리를 조합해 소비자와 만나는 통로를 만들어 서로가 상생하기를 원해 배배 카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명준 씨는 양양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강원도립대학 레저스포츠학과졸업 후 수상안전요원과 스키 강사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33년 조성돼 자신을 포함해 4대째 이어지는 가업인 낙산 배 과수원의 경영주인 농업을 선택한 것은 농업의 미래가 충분히 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 지금처럼 단순하게 생산만 하는 것은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 김익환 씨는 한농연강원도회장을 지낼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낙산 배 명품화에 노력했으며, 어머니 박정숙 씨는 양양군의원을 지내며 지역 사회를 위해 공헌하며 배 판매에 주력했다. 부모님의 유전자를 이어 받은 명준 씨는 현재 4-H 양양군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으며 어머니와 함께 2년 동안 서울을 오가며 젤라또 기술을 배웠다.

배배 카페의 주 메뉴는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유명한 낙산 배를 100% 원료로 만드는 낙산 배 젤라또와 홍시·사과·곤드레·백향과·리조 등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농산물을 재료로 만드는 다양한 아이스크림이다. 커피 등 일반 음료도 판매하기는 한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아이스크림과 음료보다 무료로 제공되는 배 과수원 풍경에 젖어든다. 지금은 잎이 다 떨어진 배나무와 텅 빈 바닥만 보이지만 상상을 통해 배꽃이 피고 노랗게 익어가는 배가 열리고, 그 곳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건강한 농부를 볼 수 있다.

명준 씨는 소비자들의 이런 욕구를 채워주며 농산물을 판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카페를 오픈했다. 농업인들에게는 일상이고 단순한 작업의 공간이지만 농업의 특성상 농촌은 누구도 어떻게도 재현 할 수 없는 볼거리 체험거리라는 것이다.

겨울의 앙상함과 꽃 피는 봄의 설레임, 여름의 싱그러음, 가을의 풍만한 수확의 기쁨을 소비자들과 공유하며 단순하게 농산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모든 과정을 제공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충만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농업의 기본인 생산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품질향상에는 더 신경 쓰면서 시대적 요구에 맞게 유통환경을 바꿔나가고 있다.

명준 씨는 “이런 신념을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다”라며 “이러기 위해서는 재료가 건강하고 가격이 적정한 슬로푸드 원칙을 실천해야 하는데 정성 들여 배를 생산하고, 등급별 선별을 통해 판매용과 착즙용, 젤라또 생산용으로 분리해야 한다. 예민한 아이스크림 생산 공정을 거쳐야 젤라또가 완성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렇게 들인 정성과 노력은 반드시 성과로 돌아와 지금은 카페 고객도 늘고 배즙과 배 판매도 늘고 있다.

명준 씨는 “사람들이 양양하면 낙산사, 하조대, 최근에는 서핑 해변을 떠올리는데 여기에 더해 낙산 배 과수원에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잠시 자연에 젖어들어 삶의 여유를 찾아가는 명소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양양=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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