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농민 작가 박경만 전 한농연울산광역시연합회장

[한국농어민신문 구자룡 기자] 

울산의 ‘농민 작가’로 떠오른 박경만 한국후계농업경영인울산광역시연합회 직전회장. 울주군 농촌마을 율리를 배경으로 ‘어른들의 동화, 수채화 같은 옛이야기’를 엮은 소설책 ‘율리 이바구’를 들고 서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울산의 ‘농민 작가’로 떠오른 박경만 한국후계농업경영인울산광역시연합회 직전회장. 울주군 농촌마을 율리를 배경으로 ‘어른들의 동화, 수채화 같은 옛이야기’를 엮은 소설책 ‘율리 이바구’를 들고 서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농산물 유통 불합리 개선 위해
한농연 활동 적극적으로 참여 

농사 가운데 틈틈이 글 써나가 
지역신문 연재 ‘미경이’로 등단

단편소설 엮은 ‘율리 이바구’
지난해 시월의 마지막 날에 펴내

울산광역시 울주군 청량읍의 농촌마을 율리를 배경으로 ‘어른들의 동화, 수채화 같은 옛이야기’를 엮어 단편소설집 ‘율리 이바구’를 펴낸 한 후계농업경영인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울산에서 ‘농민 작가’로 새롭게 떠오른 박경만(59)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농연울산광역시연합회 회장을 지낸 후 이임식을 앞두고 그동안 힘써온 농민권익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정리하면서 소설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농사’로 설레는 열정을 다시 점화하고 있다.

박 회장은 고향마을 율리에서 1994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돼 농촌을 지키며 청춘을 바쳐왔다. 부친께 받은 9917㎡(3000평)의 배 과수원을 일구기도 했지만, 인력난이 심화되고 재해도 잦자 밭농사로 전환해 영농규모를 조정했다. 옥수수와 콩 이모작을 하면서 로컬푸드매장 등에 납품한다. 남의 손을 최대한 덜 빌리면서 내실 있게 농사를 지으려 노력해왔다고 한다.

박 회장은 농산물 유통과정의 불합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픈 갈증을 안고 한농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농연울주군연합회 청량읍회장을 지낸 직후 한농연울산광역시연합회장을 맡아 △농산물도매시장 개혁 △로컬푸드 활성화 △학교급식 우리농산물 공급 체계 개선 등을 위한 활동에 앞장섰다. 특히 울산광역시 남구의 친환경급식 지원체계와 운영방식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면서 공고한 학교급식 카르텔과 위법행위 수사 촉구, 다수 농민 배제 문제와 GAP농산물 홀대 문제 개선 등의 목소리를 지난해까지 강력히 높이기도 했다.

박 회장은 농사를 짓거나 농민단체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도 틈틈이 글을 써나갔다. 2020년 봄부터 SNS에 올리기 시작한 그의 농사일기와 옛 이야기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2021년 가을 팔로우가 급증하면서 글쓰기에 더욱 재미가 붙었다. 그해 12월부터는 글쓰기에 본격적으로 열정을 쏟았고, 소설을 써보라는 많은 권유도 받게 됐다.

용기를 내어 어린 시절 농촌마을 율리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단편소설로 썼는데, 지역신문에 연재돼 인기를 끌었다. 2022년 울산제일일보에 실려 그를 등단시켜준 연재소설 ‘미경이’이다.

‘미경이’는 농촌마을 순박한 소년의 풋사랑을 담았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가 소년의 사랑이야기를 3인칭으로 풀어갔다면, 박경만의 단편소설 ‘미경이’는 소년의 갈등과 사랑을 1인칭으로 풀어가면서 시대상과 정다운 농촌이야기를 재미있게 담아냈다. 이후 ‘송아지’, ‘나무하기’, ‘써레 타는 날’, ‘꽁꽁 언 시골’, ‘고무얼음’ 등의 여러 단편소설을 잇따라 써서 연재했다.

이어 박 회장은 울주문화재단 주최·주관의 ‘2022 울주 이바구를 찾아서’ 공모전에서 ‘대동댁 잔치’로 입상하면서 ‘농민 작가’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대동댁 잔치’는 옛날 전통혼례를 울산 사투리의 감칠맛을 곁들여 코믹한 에피소드로 재미있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사로잡는 글들을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요청이 쇄도하자, 박 회장은 단편소설을 엮은 책 ‘율리 이바구’를 2023년 시월의 마지막 날에 출간했다.

울산대학교를 중퇴하고 농부가 돼 농권운동에 매진하던 박 회장은 감성이 풍부한 농민활동가였고, 틈틈이 글쓰기를 하다 어느새 소설가로 변신했다. 그는 50여 년 전 작은 농촌마을 율리를 배경으로 펼쳐진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과 고난 속에 피어나는 가족애 등을 ‘율리 이바구’에 진솔하고 재미있게 담아 ‘고향의 향수’를 듬뿍 선사한다.

박 회장은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농촌마을의 옛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으로 담으려 노력했다”며 “50대 이상의 농민들이 ‘율리 이바구’를 읽는다면 참 많이 공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농민단체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소설로 다채롭게 펼쳐보고 싶다”면서 “4%의 농민이 96%의 소비자들을 농민 편으로 끌어들여 농업·농촌의 현안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농민들의 창의적인 글과 생각이 더욱 풍성히 생성·공유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울산=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