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우는 작물 이론적인 바탕 잘 다져야”

[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장흥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위희환 한농연장흥군연합회장 시설원예 농가의 안정적 수입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생산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장흥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위희환 한농연장흥군연합회장 시설원예 농가의 안정적 수입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생산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대학 전공 컴퓨터 뒤로하고
토마토 하우스 19개동 운영

기초부터 최신 기술까지 공부
농장 적용하며 규모 키웠지만
‘설비투자보다 내실 중요’ 조언

위기의 시설원예 지원도 절실

“내가 키우는 작물에 대한 이론적인 바탕이 없이 농업에 뛰어드는 건 기름을 뒤집어쓰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경험이 쌓여도 새로운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 해야만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위희환(56) 한농연장흥군연합회장은 23년째 천관산이 내려 보고 있는 관산읍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1만560㎡(3200평)에서 하우스 19동을 운영하는 위희환 회장, 1980년대 후반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할 때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그가 농업인이 된 이유가 궁금했다.

“대학에서 4년 동안 도스 프로그램을 배웠는데 졸업 전에 윈도우가 나오면서 무용지물이 됐다”면서 “살다 보니 계획대로 되는 건 별로 없었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니 지금에 이르렀다”고 답했다.

위희환 회장은 장흥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위해 광주로 유학을 가면서 농업과는 멀어졌다. 컴퓨터를 전공하며 밝은 미래를 기대했지만, 졸업 후에 서울과 대구를 돌아다니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판매 영업 등 기대와는 다른 힘든 사회생활을 경험했다. 타향에 적응하고 살만해지자 1998년 금융위기가 몰아쳤고 위 회장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래도 사회에서 열심히 일해 모아둔 돈이 있어 당시 소 파동으로 싼 가격에 나온 암송아지 15두를 입식하면서 농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2000년 2년 동안 송아지를 열심히 키워 전부 수정시켰을 때 후계자로 선정, 후계 자금 5000만원을 받았다.

농업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던 시기, 축산업과 시설원예를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당시 전폭적인 정부 지원이 이뤄지던 시설원예의 장래가 더 밝다고 판단, 한꺼번에 소를 정리하고 2640㎡(800평)에 하우스 4동을 지어 방울토마토 재배를 시작했다. 주변 말만 듣고 시작한 농사, 당시 방울토마토 가격이 좋아 초반에는 많은 돈을 쥐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병해충과 가격폭락으로 수입이 줄어들었다.

문제 원인과 해결방안을 알고 싶었던 그는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 대학교를 돌아다니며 논문과 자료들을 수집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토마토 기초에 대한 내용부터 최신 재배 기술까지 공부하고 농장에 적용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주위에서 부자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계속된 시설확장과 설비 재투자로 실수입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는 “시설원예를 하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한번 시작하면 설비투자를 멈출 수 없다”고 말하며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설비투자보다는 규모를 유지하면서 내실을 다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2015년 시설확장과 함께 자동화 시설을 갖추며 외국인 4명과 함께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토마토 가격이 폭락하면서 파프리카로 작물을 전환하는 등 몇 번의 위기도 있었지만 2010년 늦은 나이에 결혼한 아내가 옆을 든든하게 지켜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일상의 활력소라고 자랑한다.

위희환 회장은 지금이 시설원예 농가에 위기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외국인 인건비는 7년 사이 2배로 증가했고, 그나마 오래 일할 사람 구하는 게 어렵다. 비료 및 영양제 ·전기료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상승해 어려움이 가중됐다”면서 “정부가 작년 말 시설원예 농가의 등유에 대한 지원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설원예 농가 대부분 전기로 난방을 하는 상황에서 농가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대책발표였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시설원예는 최초 시설에 대한 지원을 제외하고 정부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축산과 경농 등에서는 농가소득증대를 위해 생산비에 대한 직접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시설원예 농가의 안정적 수입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생산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위희환 회장은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시설원예 농가들은 가격하락과 판매량 감소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모두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 농업인들이 한목소리로 힘을 모아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전남=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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