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팜카페 열어 소비자에 더 가까이”

[한국농어민신문 조성제 기자]

▲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유통하고 있는 곽해묵 한울영농조합 대표가 ‘로컬팜카페 8062’을 통해 도시민에게 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농산물 직거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영농조합서 유통망 다변화 나서
카페 옆 시설하우스 마련
농작물 재배과정 보고 체험도
도시민이 농업 가치 알아가길


대구 팔공산 자락에 지난 18일 문을 연 ‘로컬팜카페 8062’(대구시 동구 팔공로 814-3)는 지역 농산물 판매와 체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한울친환경영농조합법인(이하 한울영농조합)이 운영하는 도시민과 생산자를 연결하는 휴식의 공간이다. 카페를 찾은 소비자들은 따뜻한 차 한 잔을 즐기면서 동시에 카페 옆 시설하우스에서 농작물이 재배되는 과정을 살펴보거나 농사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복합공간이다. 

카페 이름에 붙은 숫자 ‘8062’는 ‘팔공’(80) 산에서 ‘유기’(62) 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운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카페를 운영하는 한울영농조합은 출자한 조합원이 13명, 출하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준조합원까지 합치면 모두 52명의 생산자가 참여하는 공동체이다. 대구의 허파로 알려진 청정 공간 팔공산 자락에서 시설하우스를 통해 딸기, 미나리, 쌈 채소 등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로컬팜카페 8062’를 구상하고, 본격적인 운영을 통해 도시민에게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데 앞장서고 있는 곽해묵(60) 한울영농조합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지난 1999년 후계자 자금을 받은 한농연 회원이다. 농업경영인 대구광역시 동구연합회장과 대구광역시연합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08년 농림축산식품부 신지식 농업인 제246호로 선정된 친환경 선도 농업인이다. 그로부터 한울영농조합을 설립하고 ‘로컬팜카페 8062’을 운영하게 된 배경과 취지를 들었다.

-언제부터 친환경 농사를 짓게 됐는지.

“지난 1995년 12월에 이 동네(팔공산 자락)에 들어와서 시설채소로 처음 농사를 시작했다. 그때 당시 미나리, 방울토마토, 상추 등 직거래를 통해 특수 야채를 처음 농사지었다. 농업에 처음 뛰어들면서 기술도, 자본도 없는 상태에서 농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해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친환경 농사를 시작했다. 내가 대구에서는 친환경 인증 1호 농가다. 또한 농사 초창기부터 600평 시설하우스에서 수경재배로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나섰다.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전국적으로 수경재배를 하는 농가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친환경 농산물 유통은 언제 시작했는지.

“1990년대 중반 당시 친환경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도매시장에 출하해 봤는데, 포장상자 값 못 받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차별화를 위해 소포장을 시작했다. 1996년 봄부터 생산된 농산물을 소포장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농장에서 농사짓고, 오후에는 수확해서 포장해서 저녁 6시쯤부터 대구시내 전역의 대형 슈퍼마켓을 돌면서 소포장한 친환경 농산물을 진열해서 판매하도록 납품했다. 슈퍼마켓 매장 점주에게 안 팔리면 이틀 뒤 새 물건으로 바꿔주겠다고 농산물 리콜 제도를 제안해서 유통망을 뚫기 시작해 자리를 잡았다. 새벽에 농사짓고 낮부터 밤까지는 농사지은 농산물을 팔러 다니는 유통 일에 몰두했다. 이후 판매처에 납품할 친환경 농산물의 물량 확보를 위해 인근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한울영농조합도 설립하게 됐다.” 

-로컬팜카페 8062을 설립해 운영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08년에는 이마트 납품을 통해 한울영농조합 전체 조수익이 30억 원을 넘어선 적도 있었다. 나중에 이마트에서 품목별로 나눠서 개별농가와 직거래망을 새로 만들면서 우리 영농조합의 납품규모가 크게 줄어들어 당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마트 외에도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과 농협마트, 직거래 등으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유통망 다변화에 나섰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집에서 가까이에 있는 도시근교 농업체험을 통해 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직거래 확대를 통해 생산농가의 유통망도 확대한다는 취지로 최근 로컬팜카페를 오픈하게 됐다. 로컬팜카페 운영을 통해 방문한 도시 소비자들이 체험농장을 견학하고, 체험을 통해 농업에 더욱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체험농장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도시민들에게 농업을 또 한 번 어필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울영농조합과 로컬팜카페 8062의 향후 운영 계획은.

“로컬팜카페는 영농조합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를 늘리고, 농장을 찾은 도시민들에게 농업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종의 관광농원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 5억원 수준인 한울영농조합의 농산물 판매 조수익을 20~30억원 이상으로 늘려, 참여농가 1곳 당 한울영농조합을 통해 최소 5000만원 이상의 농산물 판매 조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로컬팜카페에서는 한울영농조합에서는 가급적 직접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만 판매한다는 원칙은 지켜나갈 것이다. 로컬푸드 매장의 특성을 살려서 비록 구색을 다 갖출 수 없더라도, 영농조합에서 직접 생산한 믿을 수 있는 물품만 판매할 계획이다. 내년 봄 이후부터 로컬팜카페를 통해 공급하는 농산물 품목은 양파, 딸기, 쌈 채소, 쌀, 잡곡, 미나리, 토마토, 애호박 등이 될 것 같다. 추가로 참여 농가 중 GAP 인증을 받은 농가들이 공급하는 GAP농산물도 판매할 계획이다. 향후 로컬팜카페는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지역에서 생산된 지역 농산물을 적극 홍보하고 직거래 판매, 농업 체험을 두루 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대구=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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