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침수 극복 ‘늦깎이 농업경영인’…코로나19시대 불구 순소득 1억 육박

[한국농어민신문 윤광진 기자]

늦깍이 농업경영인으로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범 한농연부여군연합회 부여읍회 부회장이 직접 재배한 메론 시장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하천부지서 하우스 30동 농사, 상습침수로 7년간 쓴맛 봐

30대 후반 무렵 농사에 뛰어든 농민이 농민단체 임원 활동에 열성적이고, 고소득 농사를 짓는 농민으로 자리 잡아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에 살면서 가증리 농토에서 시설하우스 농사에 전념하고 있는 김영범 씨(56)가 최근에 ‘늦깎이 농업경영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김 씨는 본래 농사꾼이 될 생각이 없었다. 충청도의 대도시 대전에서 거주한 도시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일명 주위 동료들로부터 ‘대학물을 먹은 인재’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잘 나가는 도시민이었다. 부인 노태희 씨와 1남을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나, ‘건강 이상’이란 불행이 닥치면서 고향 부여로 휴양 차원으로 내려왔다.

“저는 귀농·귀촌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건강 회복을 위해 공기 맑고 조용한 시골생활을 하고자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에 내려왔던 겁니다.”

그러나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농사에 눈을 돌린 김 씨는 “한 번 해보자. 못할 게 뭐 있나”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적지 않은 규모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새 농사터 마련 뒤 심기일전품질 좋은 사과대추·멜론 생산

도조를 주고 하천부지를 얻어 시설하우스 30동을 건립하고 수박, 오이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첫 해는 대박을 터트렸다. 부농의 실현이 눈앞에 다가온 느낌이었다. 초보 농부로서 환희와 기쁨이 아닐 수 없었었다.

그러나 결과는 뻔했다. 이듬해 여름철 비 피해로 망친 것이다. 시설하우스 내에 침수로 인해 농사를 망쳤는데, 7년 동안 반복 지속됐다.

“당시엔 멘토가 없었어요, 그냥 농사지으면 되는 줄 알았지요, 한마디로 농사를 우습게 알았던 거지요”

2002년 첫 농사를 시작해 7년여의 세월을 쓴 맛으로 보냈던 김 씨. 뒤늦게 농사터를 옮겼다. 상습 침수지역 하천부지 시설하우스를 철거하고 이곳 부여읍 가증리에 새 농사터를 마련했다. 27동의 시설하우스에서 수박과 멜론을 그리고 4동의 시설하우스에서 사과대추를 재배했다. 수박은 타 지역에 비해 좀 일찍 5월초에 수확 출하한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9월 중순 추석용 멜론을 수확하고 최종 10월 초에 사과대추를 수확하면 그의 1년 농사는 끝난다.

그러나 11월 한 달은 휴식기라고 해도 이 때 하우스 소독 및 연작피해 방지 위한 지력 증진 작업, 기타 등등의 일로 사실상 쉴 틈이 없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1년 내내 바쁘지만, 그에게는 ‘고소득’ 이란 결실을 안겨준다.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르는 법이란 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산된 수확물 중 일부는 농협 출하를 하고, 대부분은 포전매매 거래를 한다. 워낙 품질이 좋아 산지수집상이 매년 찾아와 계약하는 등 출하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특히 예년 못지않게 올해 소득이 좋았다. 조수입 2억 5000만원, 순소득은 1억원에 육박한다.

“수박을 심은 뒤 3월경 쯤 됐는데 코로나19가 대유행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판매 안 될까 봐 걱정했는데 기우였어요.”

고품질 작물 생산을 위해 질 좋은 비료 사용을 주저하지 않았고, 두 달(10~11월)간 담수하는 것을 빠트리지 않은 게 도움 됐다. 지력 증진과 내병성 강화로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고, 이는 산지수집상의 ‘러브 콜’을 받게 돼 결국 농가 소득 보장으로 귀결된다.

농사 노하우 축적 어려움 극복2012년 농업경영인으로 선정

하지만, 김 씨에게도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농사 인력 확보 건이 항상 신경 쓰인다. 봄에 수박농사 때는 노인들을 활용해야 하고 연중 외국인 근로자의 일손을 빌리는 실정이다. 갈수록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가 만만치 않은 현실이 걱정된다.

“농사일에도 정년이 있다”고 말하는 김 씨.

최근 건강을 많이 회복한 그는 65세까지만 농사짓고, 이후는 농사 규모를 대폭 줄이고 노후생활을 편히 보낼 계획이다.

늦깎이 농업인으로 성장한 또한 2012년에 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한농연부여군연합회 부여읍회 부회장인 김 씨는 “자신만의 농사 노하우를 축적하고 관리를 잘 하면 병충해와 이상기온, 출하물량 급증 등의 어려움 정도는 충분히 극복해 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부여=윤광진 기자 yoonk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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