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이 천직, 묵묵히 내 역할”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청년농부 백현행 씨는 부모님의 가업인 낙농업을 승계하기 위해 젖소 사육 기술을 익히고 좋은 우유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청년농부 백현행 씨는 부모님의 가업인 낙농업을 승계하기 위해 젖소 사육 기술을 익히고 좋은 우유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우유 소비 줄고, 조사료 가격↑
멸균우유 수입 늘어 힘든 시간 

매일 2차례 고된 착유작업
적정량·1등급 우유 생산 주력

인건비·조사료 상승은 늘 고민
다각적인 정책 지원 뒤따라야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유 소비량이 많이 줄었는데 조사료 가격은 전년대비 10~15% 올라 어려움이 많아요. 최근에는 멸균우유 수입량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힘들지만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방법 밖에는 없어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묵묵히 내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최근 경기 김포에서 낙농업을 천직으로 선택한 청년농부 백현행 씨(31세)가 최근 낙농제도 개편으로 어순선한 낙농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승계농을 하겠다는 꿈을 위해 연암축산대학 낙농학과를 다녔으며, 졸업과 동시에 부모님의 가업을 잇기 위해 낙농업을 선택했다. 부모님을 도와 후계농의 길을 걸어 온지 벌써 7년째에 접어들었으며, 3년 전에는 후계농업경인에 선정됐다.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는 신샘농장은 30년 가까이 경영돼 온 농장으로 현재 96두의 젖소를 키우는데 이중 착유우는 52두이다. 전국 낙농농가의 평균 사육두수보다 많다보니 120마력 트랙터, 볏짚을 뭉치는 베일러 및 랩핑기 등 대형 농기계 구입은 필수다. 매년 가을이면 벼 수확이 끝난 논에서 젖소에게 공급할 곤포 사일리지를 만들어 보관하고 일부 판매하기도 했다.

백현행 씨는 “사육두수가 많다보니 볏짚을 충분하게 확보해야 하고, 곤포 사일리지 1개 무게가 350kg 정도여서 대형 농기계가 많다”라며 “지난해에는 볏짚 품질이 나빠서 사일리지를 많이 확보하지 못했는데 최근 조사료 가격 상승도 이런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곤포사일리지 작업을 할 때는 발효를 위한 효모와 유산균을 함께 첨가한다. 이러면 사일리지 내 잡균 발생과 부패를 억제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조사료 섭취량을 높일 뿐 아니라 젖소 면역력 증진과 소화촉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도 볏짚은 건우, 육성우에게 공급하고 착유우는 옥수수 사일리지를 주로 먹인다. 옥수수 사일리지가 볏짚보다 에너지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엽맥, 옥수수, 농후사료 등을 섞은 TMR 사료를 시기별로 맞춰서 공급하고 있다.

낙농업은 1년 365일 매일 새벽과 오후 2차례 반드시 착유작업을 해야 하는 고된 분야다, 그럼에도 젖소를 키우는 이유는 승계농으로 성공하겠다는 포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착유량을 늘리는 것보다 우유를 적정량 생산하는 사육 관리 방식을 택하고 있다. 착유량을 늘리려다보면 젖소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농장별로 생산 쿼터가 정해져 있어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은 농가 소득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도 적정 생산량을 고집하는 이유다.

그리고 젖소의 위생적인 관리와 체계적인 사육기술로 1등급 우유를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원유는 체세포수 및 세균수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뉜다. 세균수는 원유가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되지는 평가하는 지표이고, 체세포 수는 젖소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체세포 수는 젖소의 유방염이나 노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호르몬 분비가 많으면 우유에 죽은 체세포가 많이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두 등급이 높을수록 좋은 우유라고 할 수 있다.

6년 전에는 착유시설 현대화 사업에 2억원을 투자했다. 완전 로봇 착유시스템은 아니지만 착유시간을 줄이면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도록 현대화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경기도와 김포시는 신샘농장을 ‘아름다운 농장’으로 지정했다. 이렇게 합리적이고 순리에 맞춘 경영 및 사육관리 덕분에 납품처인 서울우유에서 대부분 1등급을 받고 있으며, 신샘농장 연간 매출은 5억원에 육박한다.

백현행 씨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낙농가라면 누구든지 하는 일이니깐 특별히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낙농업을 지속하기 위해 고가의 농기계를 구입비용을 차근차근 갚아야 해서 효율적으로 농장을 경영하려 고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최근 1억원이 넘는 가축분뇨 발효 기계 구입하면서 경영부담이 큰데 인건비 및 조사료 상승 등 지출도 계속 늘고 있어 낙농가들의 고민이 크다”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개인 농가들이 해결하기는 어려운 부분인 만큼 저가의 수입우유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낙농산업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포=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