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우수후계농업경영인

[한국농어민신문 이우정 기자] 

김연섭 자두 명인이 정선 눈꽃자두를 보여주며 이상기후 문제로 인한 미래 소득 작목 육성에 대한 포부를 전하고 있다.
김연섭 자두 명인이 정선 눈꽃자두를 보여주며 이상기후 문제로 인한 미래 소득 작목 육성에 대한 포부를 전하고 있다.

 

18년 전 자두 재배 시작으로
고랭지채소 대체작목 육성 앞장

연구회 설립·친환경 기술 적립 등
지역특화단지 조성 ‘일등공신’

예측 불가 기후변화 대비 
새 소득작목 개발 끊임없이
‘쪽파·시금치’ 재배도 도전

“지역의 새로운 소득 작목 육성을 통해 심각한 이상기후에 대비하고 농업·농촌의 미래를 책임지는 농업인들에게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싶어요.”

1985년도 복합영농으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김연섭 씨(64세)는 고랭지 배추와 양배추 각각 9만9713㎡(3만평), 쪽파 3만3057㎡(1만평) 이기작, 자두 6만6115㎡(2만평)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

김연섭 씨는 재래식으로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농업기술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에 21살 때 농사에 뛰어들었고 우연한 기회로 듣게 된 농업교육에서 4-H 이념에 매료돼 본격적으로 농업 활동을 전개했다.

과거 집회가 많을 당시에는 1년에 200일을 아스팔트 농사를 지을 정도로 농민운동에 앞장선 김 씨는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농민운동에 앞장섰다”고 말한다. 그는 “농사일을 하면서 집회에 참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풍전등화와 같은 농업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명감을 가지고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농업·농촌을 위해 선도적 활동을 전개해 나간 김연섭 씨는 지난 11월 9일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명인 과수 부문에 선정된 자두 명인이기도 하다.

그는 18년 전 정선에서 자두는 성공할 수가 없다는 주변의 만류와 비웃음에도 고랭지 채소 대체 작목 육성을 위해 과감하게 재배를 시작했고 이후 정선자두연구회를 결성, 자두 친환경 초생재배 기술 정립과 지역 특화단지 조성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그가 재배 기술을 공유하고 고품질 자두 생산을 위한 교육과 벤치마킹, 협력 사업 등을 다양하게 추진한 결과 정선 자두는 2015년 11ha에서 2022년 76.8ha로 확대됐고, 정선 눈꽃자두로 브랜드화에 성공하며 정선 10대 작목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그는 농업·농촌의 미래를 걱정하며 선제적으로 작목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과거부터 해외에서 여러 작목을 들여와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지금처럼 정보를 쉽게 찾지 못하는 시절에는 직접 외국 서적을 번역하면서 작목 개발에 앞장섰다”며 “유럽에서 파프리카를 들여와 가락시장에 납품하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피망으로 판매되기도 했고, 일본에서 들여온 완숙 토마토를 보고 이렇게 빨간 토마토를 가져오면 어떡하냐고 가격이 3만5000원 할 때 2만6000원을 받았던 것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도 정선에 쪽파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노지 시금치 재배에 도전하기 위한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그가 계속해서 작목 개발에 도전하는 것은 심각한 이상기후에 대비하고 지역 소득 작목 육성을 통해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농민들에게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해주기 위함이다.

그는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많이 내리거나 가장 힘든 것은 농민들이다. 병해충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기후 변화로 일어나는 피해는 예측 불가고 농가 차원에서 대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미래 농업농촌의 변화를 생각하며 새로운 작목을 도전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는 이상기후로 피해를 입고 있는 농민들의 삶의 궤적을 파악하고, 현장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상기후 문제에 관해 제대로 인지하고 공부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민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농가 현실에 맞는 대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농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선=이우정 기자 leew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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