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유기농업 근간은 조직화”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신만균 제주한울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과 지역순환농업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신만균 제주한울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과 지역순환농업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기장·보리 부산물로 소 키우고
퇴비 생산해 밭에 뿌리는 
‘순환고리’ 이뤄져야 지속 가능

호텔리어 하다 노지감귤 재배
과수·밭작물 조수입 연평균 1억
“청년농 위한 기반 만드는 게 일”

“친환경·유기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근간은 지역순환농법과 조직화 그리고 유통입니다. 친환경농업을 위해 유기질 비료 자급화를 고민하고, 이를 위해 주변 친환경농가들과 함께 기장과 보리를 재배 후 도정 부산물로 소를 키워 퇴비를 생산해 밭에 뿌리는 하나의 조직적 순환고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귀농·귀촌 바람이 일면서 다수의 사람들이 농촌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늘고 있다. 농촌으로 들어온 귀농인들은 친환경농업에 관심을 두고 농사일을 시작하지만,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친환경·유기농업을 하며, 청년 농사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지역조직화에 앞장서고 있는 신만균(53) 제주한울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만나 친환경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2001년 복합 부문으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그는 한농연제주시연합회 회장, 한농연제주도연합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제주지역 농민운동에 앞장서 왔다. 제주시 조천읍 일대에서 한라봉 1652㎡(500평), 레드향 2809㎡(850평), 천혜향 4958㎡(1500평) 등 시설과수 9421㎡(2850평)과 노지감귤 6611㎡(2000평), 콩·보리·기장·브로콜리 밭작물 9917㎡(3000평)를 경작하고 있으며, 66㎡(20평) 사육장에서 한우 7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20여년을 농업에 종사한 그는 현재 과수와 밭작물 재배로 연평균 1억원 가량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설과 추석 등 명절에 출하하는 한우는 별도의 소득이다.

그는 “20~30대 초반까지 호텔리어를 하다 지난 1999년부터 부모님이 경작하던 과수원에서 노지감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귤 농사를 지으면서 가격 파동을 겪고 일반 관행농업으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친환경·유기농업으로 전환했다”며 “친환경농업을 시작하면서 한살림, 흙살림과 관계를 맺으면서 친환경·유기농업으로 완전히 전환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그는 “한살림 등에서 생산 품목 확대를 요청하면서 지역 친환경농가들과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단순 과수에서 경종농업까지 품목이 늘었다”며 “친환경농가들과 유기질 비료를 자급할 수 있을 방법을 고민하다 콩과 기장 도정 부산물을 활용해 축산업을 연계한 지역순환농업까지 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환경농가들과 한울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지난 2007년도에 도정공장을 지어 보리와 기장 등을 도정해 한 살림에 납품했다”며 “한살림 소비자 70만명에게 공급하는 보리와 기장 등을 한울에서 50%를 담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리와 기장 도정 부산물을 활용한 퇴비를 만들기 위해 6농가가 모여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다”며 “부산물과 각 지역의 콩 비상품을 수매해 여물로 먹여 한살림 등 한우를 납품하는 등 자급형 축산 개념으로 한우 출하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 내 농가들과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부산물로 자급형 축산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 50% 이상의 퇴비자급화를 이뤄 친환경·유기농업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역순환농업 및 친환경농업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수 십 년 친환경농업을 지어오면서 그의 농사일은 안정화가 됐지만 농업 신규 진입자에게 친환경농업은 쉽지 않은 길이라 얘기한다.

그는 “친환경농업은 일이 많다보니 일반 관행보다 가격을 더 받아야 하지만 출하처가 확보되지 않아 쉽지 않다”며 “예전에는 친환경 농산물의 양이 부족해서 생산을 하면 소비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친환경 소비 시장도 포화상태”라며 “한살림 등의 친환경농산물 유통조직도 생산자 줄이기 및 기준 미달 농산물 납품 거절 등 조절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귀농귀촌인들이 친환경농업에 관심이 많고 친환경농사를 짓지만 판로가 없어 직거래에 나서는 것”이라며 “시간이 흘러 지역 내 조직화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한계에 봉착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제주도의 경우 친환경급식에 제주농산물이 많이 들어가면서 제주 친환경농업이 일부 안정화가 되어 있지만 시일이 지나면 포화가 될 것으로 예상돼 정책적 변화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얘기했다.

끝으로 그는 “죽을 때까지 농사 속에서, 한울영농조합 속에서 다른 농업을 시작하거나 생산자나 청년 농사꾼들이 있으면 희망을 줄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며 “자녀가 농사를 짓겠다면 최선을 다해 해보라 할 수 있는 지역 친환경농업 조직을 만들어야 제주 친환경농업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농업에 새롭게 진입하는 젊은 농사꾼은 기존 세대, 우리와는 다르다”며 “젊은 청년 농사꾼들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것이 기존 농사꾼들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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