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가 너무 즐겁고 좋아서, 그냥 시작”

[한국농어민신문 이우정 기자] 

신성호 한농연 춘천시연합회 회장이 조경용 전지가위로 복숭아나무 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신성호 한농연 춘천시연합회 회장이 조경용 전지가위로 복숭아나무 가지를 정리하고 있다.

자유로움 존재하는 농사가 ‘천직’
복숭아 나무 300주·소 15마리 키워

과수 농가, 하늘에 많은 것을 의존
생산 일정하지 않아 지원 절실

농산물 재해보험 연속성 확보 중요
농사의 가치 알리는데 적극 나서야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단지 농사가 너무 즐겁고 좋아서 재밌게 일할 뿐이에요.”

1997년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신성호 한농연춘천시연합회장(63)은 현재 2만㎡ 면적에 복숭아나무 300주 규모로 농사짓고 있다. 나무에 거름을 주기 위해 소도 15마리 가량 키우고 있다. 7살 때 지게를 짚기 시작한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17살에 농사에 뛰어들었다.

그가 농사를 시작한 계기는 나이 드신 부모님을 위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냥’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농사일이 좋고 재밌어서 ‘그냥’ 시작했다는 것이다. 농사꾼의 자유로움이 적성에 맞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원래 직장 생활처럼 틀에 박히고 메여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자유로움이 존재하는 농사가 천직이다”라며 “온종일 일을 하더라도 내가 힘들면 언제라도 집에 들어가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는 등 강박에 대한 스트레스가 농사에는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그가 농사하는 모습을 보면 무릉도원에 있는 신선놀음을 보는 듯하다. 농사일을 즐기기에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뭐가 그리 즐겁고 신나서 노래를 부르냐고 묻는 것이 그에겐 일상이다.

1987년부터 10년간 집안이 어려워 돈벌이를 위해 리비아로 떠나기도 했다. 농사가 천직인 그는 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면 농사는 당연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한 감정은 없었다.

이런 그에게도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 과수가 90% 이상 얼어 죽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나무를 다시 심고 키우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최악의 사태였지만 나무가 자라는 10년 동안 중학교 검정고시를 보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는 등 인생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올리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한다.

농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그이기에 농업에 대한 걱정과 생각도 남다르다.

그는 “일반적인 사업장은 정해진 대로 생산하기 때문에 인건비 단가를 맞추는 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농가의 경우 특히 과수 농가의 경우 하늘에 모든 것을 의존해야 해서 생산이 일정하지 않아 정부나 지자체에서 인력을 충당해주고 인건비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라며 현재 농가의 심각한 인력난과 오르는 인건비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이어 “작년에 폭우로 피해를 입은 농가가 많은데 현재 농가는 대부분 보험을 들어도 피해가 2~3년 없으면 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농산물 재해 보험의 연속성이 없어 국내 보험가입자가 30%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3년 정도 피해가 없었으면 4년 차에는 시에서 보험비를 100% 대주는 등 보험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평균적으로 3년 주기로 피해가 없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정부나 지자체 예산도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는다”라고 하며 농산물 재해 보험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특히 “고령화, 불확실한 기후변화, 인력난 등 농가는 점점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서 농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농사의 가치는 단순히 숫자로 가늠할 수 없으니 정부나 지자체가 힘들더라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농촌에는 이것도 저것도 지원해준다며 농촌의 상황을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제는 지원 없이 농사가 제대로 유지 될 수 없다는 것은 알지 못하니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를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교육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춘천=이우정 기자 leewj@agrien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