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우수 후계농업경영인

[한국농어민신문 이우정 기자] 

박천희 회장이 양상추 모종 앞에서 농업·농촌의 미래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박천희 회장이 양상추 모종 앞에서 농업·농촌의 미래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사과·양상추·한우 사육 등 열심
영월군 농작업단 창립 멤버로
드론 방제 선도 ‘최고 전문가’ 자부

돈 안 되고 힘든 경마장도 운영
‘관계인구’ 유입시키는데 큰 역할

외국인 근로자 없인 농업 불가
한농연이 앞장서 관리 힘쓸 것

“농업은 저에게 있어서 자부심이에요. 농업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2004년 복합영농으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박천희(54) 한농연영월군연합회장은 사과 1만743㎡(3250평), 양상추 3만9669㎡(1만2000평), 이모작 서리태 3만9669㎡(1만2000평), 벼 6611㎡(2000평), 한우 45두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

박 회장은 2018년부터 진행된 영월군 농작업단의 창립 멤버이며 주천면에서 가장 먼저 드론 방제를 시작한 농업의 선두주자이다. 박 회장은 현재 영월에서 유일하게 30L 드론을 보유하고 있고 농지 규모가 가장 큰 주천면 지역의 90%를 직접 방제하고 있다.

박 회장은 내 농지처럼 생각하고 방제를 진행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수동방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주천면의 김정호'라고 불려도 될 만큼 면에서 생산되는 작물에서부터 농지 형태까지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다.

그는 “작물에 따라 지형에 따라 방제 방법이 상이해 수동방제를 원칙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역 특성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방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드론 전문가가 오더라도 나만큼 방제를 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농협이나 지자체에서 방제약 테스트할 때도 그는 단골손님이다. 올해에도 2건 이상의 요청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박천희 회장은 도내 유일한 승마장인 한반도 승마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한반도 승마장은 지역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영월에 관계인구를 유입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영월 신천초 등 농촌 유학 학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진행하는 체험프로그램에서 박천희 회장의 승마장은 큰 호응을 얻고 있고 이에 따라 서울 등 각지에서 영월을 찾아오게 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박 회장은 “승마장은 운영도 힘들고 수익도 되지 않아 가족회의에서 반대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승마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소멸 위기에 처한 영월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며 “나중에는 가족들도 이러한 자부심을 인정해 주었는지 배우자와 아들이 서라벌대 승마과를 나와 운영을 도와주고 있다”고 든든해 하기도 했다.

농업은 인생에 있어 자부심이라고 이야기하는 박 회장은 농업·농촌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기계화가 빨리 된 것을 나름의 노하우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새로운 시스템이나 기계가 들어오면 누구보다 먼저 시범적으로 시행해 본다. 복합영농을 진행하고 있고, 드론 방제에 승마장까지 운영하는 그에게 기계화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새로운 문물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들의 영향도 있다.

박 회장은 “현재는 아들하고 같이 농사를 짓고 있고 견해 차이로 가끔은 다투기도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어딜가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함이 있다. 또 아들은 아버지에게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나 또한 아들에게 새로운 문화나 방식을 배우기도 하는데 이를 접목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해가고 있다”며 “농업·농촌의 경우 후계자가 없어서 은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인데 뒤를 이어 나가 줄 아들이 있으니 2년 뒤에는 은퇴하고 서포트 해주는 역할로 한 발짝 물러서는 게 현재의 목표지만 계획대로 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앞으로 농업·농촌도 청년농 발굴과 함께 기존의 농업인들과 화합과 교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농업·농촌이 발전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단언했다.

박천희 회장은 “현재 농업·농촌에서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 중 하나이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업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농가가 외국인 근로자를 떠받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안타까워했고 “이에 한농연영월군연합회, 농업기술센터, 다문화센터가 MOU를 체결, 외국인 근로자 관리를 한농연영월군연합회에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농촌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영월=이우정 기자 leew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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