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야생조수와 전쟁, 대책 절실”

[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 기자]

농사지은 양상추를 들어 보이는 원주 솔미마을 이장 신기영 씨. 농촌 고령화 문제와 인력난 위기가 크다며 이에 맞는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애써 지은 농산물 안 뺏기려
매일 밭일 끝나면 총알 장전
지난해 고라니 72마리 등 잡아

외지인 위한 농촌 정비 좋지만 
지역 주민의 행복이 더 중요
상습침수지역도 보험 가입을

2020년 10월 7일 오후 6시39분. 하루 종일 힘들었던 밭일을 끝낸 그는 총에 총알을 장전하고 생존권 투쟁에 나선다.

오후 9시경 배추밭을 헤집고 있는 대형 멧돼지 한 마리를 발견하고 40분간 경계와 쫓기를 반복하다 9시52분경 사살한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에 논농사 1만8000㎡와 양상추, 배추 고추 등 밭농사 5만2000㎡를 경작하는 신기영 씨는 밤마다 야생조수와 사투를 벌인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애써 지은 농산물을 거의 수확하지 못하고 야생조수들에게 다 빼앗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 씨가 잡은 야생 조수는 고라니 72마리, 멧돼지 11마리다. 400만원이 넘는 총 구입과 매년 100만원이 넘는 총알 값은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 1997년 농업인후계자로 선정된 신 씨는 공수특전사 227기로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정착해 농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신씨는 “군대에서 사격을 특별히 잘했는데 이렇게 써먹을 줄은 몰랐다며 야생조수 피해가 갈수록 심각하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솔미 마을 이장을 맡아 일하는 등 그동안 농업과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봉사를 했다. 좋은 마을 만들기 종합계획사업을 유치해 마을회관 건립과 경관조성, 주민역량강화 등 10억 원이 투입되는 마을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외지인들을 위한 농촌마을 가꾸기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며 이것이 외지인들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 신 씨의 지론이다.

한농연원주시 회장과 강원도연합회 감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농권운동에도 앞장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지방선거에서 농촌에 불리한 선거구를 조정했으며, 원주시 농업예산을 증액시키는데도 앞장섰다. 지난 몇 년 동안 농협의 벼 수매가 인상을 위한 투쟁에도 앞장서 올해 40kg(조곡) 한 포에 7만1500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밖에도 지역의 의용소방대장과 적십자봉사대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했다.
신 씨는 “농촌의 고령화가 가장 큰 문제라며 농촌복지와 인력난 등 총체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력난을 대신하고 있지만, 그 마저도 코로나 사태로 입국이 막히면서 인력난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씨의 농지와 이 마을의 상당한 농지가 남한강변에 위치해 홍수피해가 자주 발생하지만 농업재해보험에 가입하지 못한다. 이유는 상습침수지역이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차등적용해서라도 반드시 모든 농지의 보험가입이 가능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고령화와 인력난 등 농업과 농촌이 위기를 맞고 있어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신기영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농촌이 주는 식량과 휴식공간으로써의 가치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주=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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