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통성 있는 양돈정책 추진 바라”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제주에서 3000여두의 흑돼지를 키우는 김현일 태연농장 대표는 양돈업 현실을 반영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올해 제주 후계농업경영인대회에서 최고농업경영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흑돼지 3000두 사육 통해
조수입 1억 5000만원 올리지만  

구제역 파동·가축분뇨 문제 등
양돈업의 길 순탄치 않아

단속 위주 정책, 기준치 높아
환경 바탕 명확한 기준 필요

“흑돼지를 키우는 양돈업은 삶의 원동력입니다. 양돈산업이 가축분뇨와 냄새라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행정에서도 기준과 규제만을 강화하기보다 융통성과 유연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 주기를 바랍니다.”

제주에 있어 양돈산업은 감귤, 월동채소와 함께 제주 1차산업을 지탱하는 주요 산업이지만, 산업 특성상 발생하는 가축분뇨 및 악취 문제는 지금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양돈농가의 가축분뇨 무단 방류 사례가 적발되면서 양돈산업과 관련한 지하수 등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돼 양돈업 관련 환경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양돈농가들은 강화된 기준에 맞춰 양돈장을 관리·운영하고 있으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김현일(47) 태연농장 대표를 만나 양돈산업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지난 2006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그는 제주시 구좌읍 일대에서 돈사 8동·2644㎡(800여평)와 흑돼지 3000두를 사육해 연간 1억5000만원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양돈업을 시작했지만, 양돈업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돼 독립 경영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제역 파동이, 그 이후에는 가축분뇨 무단방류가 문제 되면서 각종 규제가 강화돼 양돈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후계농 자금으로 돈사를 추가한 이후 2010년 구제역 파동이 발생하면서 돼지 가격이 떨어지고, 부채가 급격히 증가해 이자 상환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며 “구제역이 안정화 되면서 나아지는 듯 했으나 이후 다른 지역에서 가축분뇨 무단방류 사례가 적발돼 환경문제로 이슈화 되면서 여러 기준과 규제가 강화돼 농장들이 이에 맞추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양돈업 문제로 가축분뇨와 냄새 문제를 많이 지적한다”며 “양돈업을 하고 있는 이상 기술적으로 100% 냄새를 잡을 수 없다”고 얘기했다. 이어 “가축분뇨도 예전에는 먼 바다에 버리는 방식이었지만, 해양오염 문제가 제기되면서 농식품부에서 자연순환농업이란 이름으로 액비를 초지에 살포하는 방식을 권고했었다”며 “지금은 액비를 많이 살포하면 지하수가 오염된다고 액비 자체를 환경부서에서 폐기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축분뇨를 일반 용수와 같은 수준인 정화처리수도 생산하고 있지만, 농장 밖으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어 농장 청소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며 “가축분뇨 처리물에 대해 환경부서에서는 폐기물로, 육지부보다 높은 기준치로 단속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제주 양돈농가들이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 양돈정책에 대해 “한 쪽에서는 강화된 기준으로 농가 단속에 나서고, 다른 쪽에서는 양돈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농가를 지원하면서 농가에게 냄새와 가축분뇨 처리 책임을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가는 문제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지만, 실제 강화된 기준치를 맞추기도 힘들고 기준치를 넘어도 왜 넘어서는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국 동일하게, 명확한 환경 기준치를 바탕으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제주도나 정부가 양돈농가에 지원해 주는 예산을 차라리 냄새 저감과 가축분뇨 처리 연구에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농가에 보급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액비 살포에 대해서도 “기준치에 따르면 1000평당 한 차 정도로 이는 액비 살포 효과가 미미해 정확한 데이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환경부서에서는 액비나 정화처리수를 폐기물로만 인식해 앞으로 살포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농약·비료와 액비 중 무엇이 더 환경오염에 영향을 주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올해 열린 제17회 제주특별자치도 후계농업경영인대회에서 최고농업경영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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