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도 자식 키우는 것 같아, 늘려가는 게 보람이자 즐거움”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17세부터 44년째 농사에 매진
7년 전 주 작목 딸기로 전환
연평균 500~1000명 체험 참여
가격도 좋아 농가소득에 도움

경매·중매인별 달라지는 가격
농민들 스스로 결정권 가져야

제주 최고농업경영인상 ‘우수’도


“농사일도 자식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 인생의 한 단편인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농사를 짓고, 농사로 자식들도 키우고, 농사도 늘려가는 것이 보람이자 즐거움인 듯합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40여년 이상, 인생 3분의2를 농업과 함께해 온 좌방헌(62)씨를 만났다.

지난 1997년 경종농업 분야 농업인후계자로 선정된 그는 현재 제주시 한경면에서 딸기·토마토 1460평, 브로콜리 850평, 노지감귤 3000평을 경영하고 있다.

홀로 계신 모친을 위해 학업보다 생계에 우선을 둔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17세부터 마늘, 콩, 보리, 감자 등 웬만한 밭작물은 다 재배했다. 콩과 보리를 주 작목으로 재배하던 그는 7년 전 딸기 작목의 지속가능성을 인식, 주 작목을 딸기로 전환해 현재 딸기 생산과 체험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44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데 젊을 때는 마늘 9900㎡(3000평), 콩 1만3200㎡(4000평), 감자 3300㎡(1000평) 등 많은 면적을 재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 넓은 면적을 하기는 힘들다”며 “기존에 콩과 보리를 재배했지만 소득이 되지 않아 판로가 있고 가격도 괜찮아 소득에 도움이 돼 딸기로 전환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딸기 체험 역시 농가 소득에 한 몫 한다”며 “연평균 500~1000여명이 체험차원에서 다녀가는데 제가 생산한 딸기의 맛을 알리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농사 베테랑인 그에게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나이와 안정적이지 못한 가격. 이에 농민들이 스스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가격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딸기는 지속가능성이 있지만 이제 나이 때문에 더 늘리기보다 줄여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이보다 더 문제는 경매·중매인들의 기분에 따라 결정되는 들쑥날쑥 한 농산물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딸기를 공판장에 보내면 가격이 일정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다”며 “경매·중매인들이 마음대로 가격 정하고 같은 상품임에도 가격이 다르고 농가에 가격결정권이 없어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데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판장에서 가격이 안 나온다고 되가져오면 생물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상품성이 떨어져 다시 팔수 없어 낮은 가격이라도 넘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농사의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농사를 짓는 이유는 다름 아닌 평생을 해 온 일이자 인생의 단편이기 때문인 듯하다.

그는 농업의 의미에 대해 “농사일은 열심히 한 만큼 돌아오는 일이고 밤낮으로 열심히하다보면 남들도 인정해주고 그 만큼 수확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며 “농사일은 제게 있어 자식이나 마찬가지이자 인생의 대부분이다. 농사를 지어 자식들 교육도 시키고 농사일에 투자해 농사 면적을 늘려가는 것도 하나의 보람이자 재미”라고 말했다.

농업정책에 대해서는 “각종 농업 관련 보조사업 중 자부담 부분이 농가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자부담이 적은 기술센터 사업은 연줄이 있어야 가능하고, 농가를 위해서는 자본적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어느 농가나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농가가 불법임을 알고 있음에도 외국인 노동자 고용 사례가 많다”며 “농민들이 스스로 잠재적 범법자가 되는 이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지난 10월 제15회 제주특별자치도농업경영인대회에서 최고농업경영인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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