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우수 후계농업경영인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고정훈 장개빌레농원 대표
고정훈 장개빌레농원 대표

제주 한경면으로 귀농 10년
천혜향·레드향 등 억대 조수입

지역사람들과 교류·융합 중요
정책 변화 꾸준히 공부해야

자동화 시스템·기계화 등
가능 작목 위주로 농업 지속

“고향으로 돌아와 귀농을 한지 10년, 기본에 충실하면 누구나 농사를 짓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귀농을 선택해 지역주민과 교류하고, 농업 관련 교육을 꾸준히 받아 배움을 늘려 간다면,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소득 등 여러 성과가 따라 올 것입니다.”

지난 2021년 기준 제주지역 농가 및 농가인구는 3만1549가구·7만5548명으로 이는 지난 2012년과 비교해 각각 17.4%, 33.3% 감소한 수치로 일부시기를 제외하고 지속적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청년농업인 수(20~44세 기준)는 1만1591명으로 지난 2019년 대비 27.6%인 4422명이 감소했으며, 제주 농업인구 중 청년농업인 비율도 19.3%에서 15.3%로 줄어들고 있다.

제주지역 농업인구 및 청년농업인 감소는 농촌 소멸위기로 이어져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가 이를 막기 위해 귀농·귀촌 지원 확대 및 청년농업인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여러 이유로 농업·농촌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채 겉돌다 다시 떠나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귀농·귀촌인이 안정적으로 농업·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40대 초반에 고향으로 귀농해 지역일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후계농업경영인제주시한경면회 총무 고정훈(50) 장개빌레농원 대표를 만나 귀농과 정착 과정을 들었다.

지난 2017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그는 제주시 한경면 일대에서 천혜향 3305㎡(1000여평), 레드향 4958㎡(1500여평), 노지감귤 9917㎡(3000여평), 단호박 8264㎡(2500여평), 월동무 3만3057㎡(1만여평) 규모로 농업을 경영해 연간 1억4000만원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제주지역 골프장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그가 귀농한 시기는 2013년. 40대 중반쯤 그는 귀농을 생각했지만 아버지 병환으로 생각보다 이른 만 40세에 귀농해 농사를 지은 지 10년이 됐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승계 받은 땅은 노지 감귤원 6611㎡(2000평)과 밭 9917㎡(3000여평)로 귀농 초창기 연간 조수입은 3500~4000만원 선이었다. 

당시 지역 선후배 농가들의 지원과 도움으로 조수입이 조금씩 상승해 후계농업경영인 선정 4년 뒤 1억원을 넘어섰으며, 지금은 연간 조수입 2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귀농을 하면서 농업분야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한농연 선후배 등의 자문과 도움을 받으면서 시작했다”며 “귀농 초기 생계나 운영자금 등 현실적인 문제로 힘들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농가가 처음부터 다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큰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그는 “직장 생활을 했을 때는 업무 스트레스가 많아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농사를 지으면서 개인생활도 할 수 있고 지역 봉사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수확·판매할 때, 지역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람들과 한농연 선후배들과 즐거움을 나눌 때 귀농한 보람과 성취감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귀농한지 10년째인 지금, 그는 귀농·귀촌인들에게 안정적 정착을 위한 방안으로 지역민과 융합 그리고 지속적인 배움을 강조한다. 

그는 “퇴직 후 전원생활을 하겠다고 혼자서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대다수가 지역과 교류하기 보다는 혼자만의 생활을 하다 힘들어 떠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어느 지역으로 귀농·귀촌을 하든 그 지역사람들과 교류하고 융합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귀농·귀촌을 생각해야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교류도 있겠지만,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소득이 안정화 돼야 한다”며 “귀농 초창기 농사로 조수입 4000만원 밖에 못 벌었지만, 주변 도움과 기술센터 등에서 실시하는 재배기술 교육 등을 꾸준히 받아 지금은 조수입이 1억원이 넘어서 소득도 안정화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누구나 기본에 충실하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과신하지도 말고 시대에 따라 변하는 농업 정책을 인지하고 공부를 꾸준히 하면, 고품질 농산물도 생산하고 안정적 소득화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시설하우스 3305㎡(1000평) 가량을 늘려 농사 규모를 키우고 연간 조수입 2억원을 목표로 달려갈 계획”이라며 “점점 농업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지는 현실을 감안해 자동화 시스템, 기계화가 가능한 작목을 중심으로 농장 경영을 지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편 그는 올해 열린 제17회 제주특별자치도 후계농업경영인대회에서 최고농업경영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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