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사양시설 구축…이상기후에도 벌 늘었죠"

▲ 한농연전남도연합회 안성호(오른쪽)감사가 양봉협동조합원과 ‘양봉농가 경영비 및 노동력 절감 사양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을 실시 중인 자신의 양봉장을 둘러보고 있다.

양봉가 안성호(56)씨는 전남 장흥군에서 ‘꿈꾸는 벌지기’로 통한다. 벌통 3군을 갖고 취미로 양봉을 시작한 안 씨는 그 매력에 빠져 이젠 벌통 200군의 어엿한 전업농이 됐다.

양봉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안 씨의 남다른 열정과 의지는 그를 단시간에 지역을 선도하는 양봉가로 만들었다.

한농연전남도연합회 감사직을 맡고 있는 안 씨는 함께하는 ‘두레’의 공동체 정신과 그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일찍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지역의 양봉전업농을 모아 조합을 구성한 안 씨는 매일 영농일기를 쓰고 1주일에 한 번씩 조합원들과 토론을 한다. 일손이 필요한 날에는 함께 모여 작업도 돕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농촌의 노동력부족 해소는 물론 고품질 꿀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올해 이상기후로 주변 양봉농가의 벌이 많이 죽었는데 유일하게 우리 조합 9농가만 힘든 여건 속에서도 벌이 늘었습니다.”

장흥 관내에선 120농가가 60톤의 꿀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조합원이 1800군에서 1년에 벌어들인 수익은 약 10억원이다. 이렇다보니 양봉농가들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이 나 전북 등 타 지역에서도 조합원 참여를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생겼다.

안성호 씨의 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벌통 하나에 꿀 1말, 2.4kg 꿀병 10병이 나온다. 여기에 꽃가루(화분)과 로얄제리와 프로폴리스, 봉독까지 판매하면 경영비를 제외한 순수익은 50만원가량이 된다.

“앞으로 500군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규모만 되면 주변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시범적으로 일부를 분양하고, 그만큼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그가 지역에서 꿈꾸는 벌지기로 통하는 이유는 꿀벌과 함께 달콤한 혁명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양봉은 1차 산업에 속합니다. 벌을 자연 생태적으로 교감하면서 수작업으로 꿀을 생산하죠. 그런데 이젠 더 이상 기존의 양봉을 답습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양봉산업도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시스템이란 변화에 발맞춰 핵심 기술개발은 물론 이를 서비스에 연계시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벌통은 2000원 정도인 반면 호주 양봉농가 시더 앤더슨이 3D프린터로 만든 벌통은 개당 13만원에 판매됐습니다. 수십배의 부가가치 상승효과를 눈으로 확인한거죠.”

이에 안 씨는 양봉 4차 산업과 스마트팜의 발판으로 장흥군축산사업소에 ‘양봉농가 경영비 및 노동력 절감 사양시스템 구축사업’을 제안, 올해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안 씨를 포함해 사업에 참여한 5농가는 자부담 600만원 포함 각각 2000만원을 지원받아 봉장에 자동이송기와 내검기, 비가림시설 등 자동사양시설을 설치했다.

“40kg이 넘는 벌통을 들고 하루에도 수백번씩 왕복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올해는 특히 비가림시설이 벌통에 내리는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효자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양봉에 관련된 생산, 가공, 유통, 연구 등 모든 시설을 갖춘 공동자동화양봉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장 흥산 벌꿀을 먹고 싶은 소비자들이 조합을 만들고, 이들은 공동자동화양봉장의 스마트벌통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합니다. 채밀이 시작되면 소비자들을 초대해 각종 체험과 밀원수 꽃밭을 둘러보며 양봉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개선해 나가는거죠.”

그가 양봉전업농들로 조합원을 꾸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봉자동화를 위한 각종 시설 등의 비용 문제는 개인농가별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드웨어인 공동양봉장을 뒷받침할 줄 소프트웨어 양한봉 오투오(온라인투오프라인)플렛폼도 강조했다. 이곳에선 봉산물 거래와 위수탁양봉, 원격관제 등 모든 것이 이뤄진다.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에서 판매하는 거래물은 엄격한 검사를 통해 인증이 붙는다.

또 신규농가가 지번을 검색하면 산림청, 국토부, 행안부, 기상청 DB를 바탕으로 밀원수가 얼마나 존재하고, 최적 규모와 예상소득을 95%의 정확도로 보여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처럼 안성호 씨가 꾸는 꿈을 실현하는 일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만 그는 양봉장에 꿀벌 수백 수천만 마리가 날갯짓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묵묵히 준비해 나가고 있다.

안성호 씨는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보통 꿀과 같은 생산물로 양봉업의 가치를 측정하지만 인류가 먹는 식량의 3분의 1은 꿀벌 등 곤충의 수분활동으로 생산된다”며 “앞으로 정부에선 양봉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생태와 환경보존에 대한 지원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흥=최상기·김종은 기자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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