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발전 위해 농민이 행복해야”

[한국농어민신문 최상기 기자] 

수박·총각무·메론, 한우 등 복합영농으로 연간 3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김종수 한농연영암군연합회장. 그는 농민이 행복해야 농업이 발전한다고 말한다. 

수박·총각무·멜론 농사에
수도작·한우도 150두 사육 

미래 내다본 과감한 변신에 
매년 3억원 가량 벌어들여

농민들 마음 편히 웃으며
농사짓는 세상 오길 바라

“농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으로 농민이 행복해야 하고, 현재가 없는 미래는 없다.”

전남 영암군 시종면에서 만난 김종수(영암·55세) 한농연영암군연합회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농업인과는 다른 경력의 소유자다. 영암 시종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 1990년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김 회장은 친형과 동업해 삼겹살을 주 메뉴로 음식점을 운영했다. 2년 후에는 식당 주변에 주유소를 창업해 사업을 했고 한때는 5톤 화물차 10대를 운영하면서 농산물 관련 운송업체를 경영한 때도 있었다.

여러 경험을 한 이후 김 회장은 1998년 영암 수박을 재배할 결심을 하고 1억5000만원을 투자, 4500평 부지에 비닐하우스 15동을 지으며 농업인으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에게는 큰 시련이 닥쳤다. 1999년 전국을 강타한 태풍 올가에 큰 금액을 투자했던 비닐하우스가 출하 한 번 하지 못하고 완파가 됐다.

당시에는 농작물 재해보험도 없어 군에서 마련해준 위로금 1000만원이 전부였다. 군 제대 후 모은 돈 전부를 투자했던 비닐하우스가 날아가며 크게 낙심했지만 형님과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다시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여름에는 수박을 겨울에는 총각무를 재배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2002년에는 후계자에 선정되면서 받은 3200만원으로 논 1000평을 매입했다.

특별한 기술은 없었지만 성실한 아내의 도움과 접근성 좋은 위치 덕분에 출하에 대한 고민 없이 하우스 농사를 이어왔다. 하지만 2018년부터 상승하는 인건비와 원자재비를 때문에 고심하던 그는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메론 재배와 수익선 다변화를 위한 한우 사육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일에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코로나19 등 상황을 겪고 보니 결과적으로 김종수 회장의 판단은 성공이었다. 현재 김 회장은 비닐하우스 4500평(15동)에서 수박·총각무·멜론으로 1억 원, 수도작 2만 평(임대 1만 평) 7000만 원, 한우 150두 사육으로 1억 원 등 연 3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김종수 회장은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는 아내의 도움이 가장 큰 힘이 됐다”며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나를 대신해 아내가 금전과 관련한 모든 것은 철저하게 관리해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회장은 급속한 사회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농업인들의 유연한 사고를 강조했다.

“농업인이라고 해서 일만하고 힘들게 사는 모습만 보인다면 누가 시골에서 살고 싶겠나”며 “과거와는 다르게 개인 취미생활도 즐기고 여행도 다니면서 식견을 넓혀야 한다.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미래를 내다보고 변화가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변신해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며 “정부 대책만을 바라보며 기다리기보다는 농업인들 자신도 유연한 사고를 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정부 정책과 관련해 양곡관리법을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작년 양곡관리법을 준수하지 않아 쌀값이 전년 대비 25% 이상 떨어졌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농민단체들은 양곡관리법 개정만을 주장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현재 창고에 쌓여있는 구곡 처리방안도 정부와 농협 등 기관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고심해야 할 시기”라면서 “농업 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모든 국민들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일부 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농작업 지원 사업과 관련해 “기존에는 영농활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청년들에게 임대를 내주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진행됐었지만, 농협 농작업 지원 사업이 시작되면서 청년들에게 임대한 땅을 회수해 농협에 맡기는 상황이다”라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젊은 사람들이 농업에 진입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며 미래를 위한 염려의 마음을 전했다.

김종수 회장은 “농민들이 마음 편히 웃으며 농사짓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영암=최상기·이강산 기자 leeks@agri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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