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농사 짓는게 최고”

[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가격 변동성이 적은 작물을 선택해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경영하는 것이 최고라고 강조하는 이성웅 오름농장 대표.
가격 변동성이 적은 작물을 선택해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경영하는 것이 최고라고 강조하는 이성웅 오름농장 대표.

규모 키우면 투입 비용도 커
외부환경에 따라 손해 볼 수도

키위 등 가격 변동 적은 작물로
연평균 조수입 1억2000만원

농가들 최고의 난제 유통·판로
택배비·박스 등 지원 절실

“농사는 농민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한 만큼 보답을 해 주는 것이 농업입니다. 농사 규모를 크게 하면, 그 만큼 투입되는 비용도 커 농가의 위험부담을 높여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어 가격 변동이 적은 작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인부를 부려도 사람들을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농사를 짓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지역 농업소득은 지난 2021년 기준 1336만1000원으로 제주지역 노동자 월평균임금 290만6566원, 연 3487만8792원과 비교해 3분의1 수준이다. 낮은 수준의 농업소득 증대를 위해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농사 규모를 수십만평까지 늘리는 등 농업의 규모화를 추진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규모화에 따른 투입 비용 증가, 자연재해와 가격 등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 확대로 투기성 농업으로 전락이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력한 만큼 땅은 진실 되게 돌려준다’는 농업철학을 가지고, 자신이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재배면적과 외부변화로 가격변동이 적은 작물을 선택해 안정적인 농업경영을 하고 있는 이성웅(59) 오름농장 대표를 만나 30여 년간의 농사 얘기를 들었다. 1992년 과수부문으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그는 제주 서귀포시 도순동 일대에서 4958m²(1500여평) 규모로 레드키위 재배를 하고 있으며,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서 농산물 판매장을 함께 운영해 연평균 1억2000만원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시작한 그는 후계농으로 선정된 1992년부터 청견과 그린키위 재배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자신만의 농사를 시작했다. 주변 농가와 함께 제주참다래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2만9752㎡(9000여평)에 이르는 면적에서 키위 생산에 열중했다. 이후 키위 및 기술 보급을 위해 농업위탁회사까지 만들어 키위 재배를 시작한 농가에 인력과 재배법 등을 지원했다. 노지감귤 재배가 주를 이루던 당시에 그가 키위를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가격의 안정성이었다.

그는 “청견과 노지감귤을 재배하다 키위로 전환한 이유는 다른 작목과 비교해 수입 농산물이 들어와도 국산 키위의 가격변동이 크지 않고 일정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키위 가격 등락폭이 크지 않고 수입산에 대한 경쟁력도 갖춰가고 있어 매년 생산량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아 가격 등락폭이 큰 감귤보다는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키위 유통 및 판로였다. 당시에는 키위 품종이 생소해 재배 농가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통 및 판로가 적어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유통기간이 짧아 선택한 방법이 직거래였다”며 “현재 상인거래의 경우 레드키위 1kg당 5000원 선이지만 직거래는 품질이 좋으면 7000원에서 1만2000원까지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재배상의 어려움 등은 어떻게든 해결해 나갈 수 있었지만 유통과 판로는 농가에게 있어서 가장 난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직거래로 단골이 많아지면서 소득이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농협과 농가간 협의를 통해 크기와 당도에 따라 가격을 책정, 농협에 납품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며 “단순히 농협을 통해 도매시장으로 가서 경락가를 받는 것이 아닌 농협과 협의를 통해 농가가 스스로 농산물에 대한 가격을 결정해 납품하는 방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농가들이 당시대적 상황에 맞춰 농사를 지은데 반해, 작물의 가격 안정성과 미래를 살펴보고 자신만의 농사를 지은 그는 농업에 대해 “농업도 옛날 같지 않아 열심히 하면 한 만큼 보답을 준다”며 “농사를 크게 했다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가 농사일을 잘 알고 사람들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에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농사를 짓는 것이 최고”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를 인식하고 판로를 제대로 선택해 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농업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키위 직거래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그는 농업정책과 관련해 “제주의 지역적 특성상 물류유통비가 농가 소득을 감소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어 농가의 유통물류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품목별 직거래 박스 지원 및 택배비 지원 확대 등을 제언했다.

그는 끝으로 한농연에 대해 “매년 후계농이 선정되지만 조직으로 영입되는 젊은 후계농이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한농연 조직에서도 미래를 위해 선정된 젊은 후계농 영입이 힘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지난해 제7회 서귀포시후계농업경영인대회 및 최고 후계농업경영인상 시상식에서 최고 후계농업경영인상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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