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우수 후계농업경영인

[한국농어민신문 이우정 기자] 

안영호 한농연강릉시연합회장이 사과나무를 둘러보며 이상기후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안영호 한농연강릉시연합회장이 사과나무를 둘러보며 이상기후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18년부터 본격 사과 공부
7종 이상 키우며 적합성 시험
강릉 최초 다축형 재배 시도

기후변화 갈수록 예측 어려워
각종 질병·병해충 대비도 중요
정부·지자체가 연구 나서야

“고품질로 차별화하기 위해 현재 18brix인 사과 당도를 앞으로 20brix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급격한 이상기후에 대비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여러 품종의 사과를 시험 재배 중인데, 정부나 지자체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1984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안영호 한농연강릉시연합회장(65)은 두릅 1300평과 사과 1200평 약 320주 규모의 농사를 지으면서 강릉시 사과연구회장을 맡아 강원대학교 마이스터대학 사과 전공 과정을 공부하는 등 활발한 사과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안 회장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 농작물이 우수한 품종으로 자란다'는 믿음으로 하루 평균 13시간씩 과원에서 작물들을 돌본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일이 생기면 발 벗고 나서는 농업·농촌의 파수꾼이기도 하다. 지난 4월 11일 강릉에 크게 산불이 났을 당시에도 누구보다 먼저 강릉 곳곳을 돌아다니며 농가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안 회장은 “급격한 고령화로 농업·농촌에서는 젊은 측에 속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일들에 나서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앞으로 농업·농촌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고 전했다.

20살 때 부모님을 위해 처음 농사를 시작한 그는 1988년 소값 파동으로 농사를 대폭 축소하고 28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 놀고 있는 토지를 가만둘 수가 없어 다시 농사에 뛰어들었다. 안 회장은 사과 농사를 짓기 위해 진흙땅이던 토지에 마사토와 비료를 투입해 토지 상태를 개선하고 유공관도 하나하나 손수 묻어 사과 농사 맞춤 관수 시설을 설립했다.

설치한 관수 시설은 집중호우 피해를 최소화하고 원활한 물 빠짐과 공급으로 고품질 사과를 생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해발 200m에 위치한 안 회장의 동막골농원은 산골에 자리 잡고 있고 근처에 저수지가 있어 기온편차가 크고 물이 좋아 당도 높은 사과를 생산하는데 최적지이다.

실제로 올해 생산된 사과의 당도는 18brix로 매우 높다. 올해는 냉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거름을 평소보다 많이 줘 일반 사과보다 2배 가량 크게 자라 1개당 1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그는 쌀겨에 우분과 유기질비료를 섞어 최소 2년에서 3년 발효시킨 퇴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당도 높은 사과 생산의 노하우로 꼽고 있다.

안 회장은 “2018년부터 사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무엇보다도 농부가 나무의 성향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스킨십을 꾸준히 해줘야 좋은 열매를 맺기 때문에 혼자서 관리하고 둘러볼 수 있는 규모로 사과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때문에 사과가 크고 당도가 높아 도매시장 경매사와 대표가 찾아와 두 배 규모의 밭에 계약재배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수락하지 않았다. 앞으로 당도를 20brix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다”고 전했다.

고품질 사과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이상기후 문제는 당연한 관심사 중 하나.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사과 품종을 기르며 적합성 실험도 하고 있다. 안 회장의 농장에 있는 사과 품종만 7종 이상이다. 또한 강릉 사과 농가 최초로 다축형 사과 재배를 시도하기도 하는 등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과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전공자들이 안 회장의 농장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 요청을 할 정도이다.

그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조만간 강원도 평지에서도 당도 높은 사과의 생산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여 여러 품종의 사과를 기르며 어떤 품종이 어떤 환경에서 가장 적합한지 시도하고 있다”며 “독자적으로 많은 연구를 시도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사과를 제공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급격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가 별다른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이유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상기후 문제와 이로 인한 각종 질병이나 병해충에 대해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농가는 앞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농부가 자주 들여다보며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개인이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고 주도적으로 연구를 실시해 기후변화에 대비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릉=이우정 기자 leew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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