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내지 않고…농업만 바라보며 40년 한길

▲ 최근 심은 배추밭에서 임채문 회장과 심재식 사무국장이 생육상황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한국농어민신문 최상기 기자]

최근 버섯농사 시련 맛봤지만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푹~
한농연 이름 알리는 일에 앞장
고철·폐농기계 수거 돈 모아
인재양성기금으로 활용
항암배추 길러 이웃돕기도


‘뼛속까지 오롯이 농업인’, 한 분야의 장인에겐 물려받은 DNA가 있다고들 한다. 오직 농업만 바라보면서 살아온 이 시대의 장인 농업인 임채문(57)씨. 주위 분들이 그를 말할 때 서슴없이 하는 말이다.

임채문 씨는 “더욱 잘하지 못해서 항상 부끄럽고 지역발전을 위해선 농업인도 더욱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17살에 함평 지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바로 농업에 뛰어들어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는 기간인 무려 40년을 농업만 바라보며 살아왔다.

현재 그는 논농사 80마지기, 밭농사 40마지기, 봄에 순을 채취해서 파는 1000여평의 가죽나무 재배와 ‘한우 하면 알아주는 함평 한우’ 13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게 전부다. 복합영농을 하지만 절대 욕심내지 않고 살아간다는 게 인생철학이다.

살아온 동안 무엇에 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시 객지 생활도 무려 3년 정도 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해 왔지만 결국 얻은 것은 몸만 상하고 말았다. 서울에서 3년 정도 막노동 수준으로 용접을 했다. 지금은 그 후유증으로 적잖게 시력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살고 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때 겪은 아픔이 지금 풍성하게 삶의 윤택을 주는 농업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농촌에서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은 없다. 그만큼 기술적인 부분은 보편화 되고 농업인간 정보 교환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농업공무원 보다도 기술적인 부분은 현장 경험까지 더해져 앞서고 있다는 자평과 함께 자부심을 늘 가져도 될 정도라는 것.

물론 농업을 해오면서 실패 아닌 실패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력 분야로 농사 시작부터 해오던 버섯 사업은 최근에 문을 닫았다. 규모의 경쟁력에서 뒤처지면서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포기 아닌 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 경우다. 그래서 10대 후반부터 해오던 버섯 사업을 접었다. 지금까지 해 온 사업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대단히 큰 후퇴다.

하지만 반전은 있는 법. 그는 요즘 지역사회 봉사에 푹 빠져 있다. 그동안 하지 않던 새벽일을 한다. 그래야만 시간을 내서 조직적 봉사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올해 한국농업경연인(이하 한농연) 함평군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조직의 발전을 통해 한농연의 위상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 할 것”이라고 밝혔던 취임 소감을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지역 대소사는 물론 한농연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조건 나서기로 했다. 매년 열리는 함평 나비대축제를 앞두고는 함평천 꽃길 조성에 회원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 모두 함께 해요! 평화롭고 살기 좋은 함평 건설’이라는 지역 알리기에 나섰다. 함평읍 내교리 일원 천변에 흰색 유채 5만주, 노란색 유채 5만주, 흰색무 10만주 등 총 21만주를 식재해 특색 있는 천변경관 조성으로 방문객들로부터 아름다움의 환호성을 들었다. 개인이 아닌 한농연이여서 가능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특히 지역 인재 육성에도 조직적으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함평 관내에서 ‘고철·폐농기계 수거운동’을 벌여, 모은 돈으로 인재양성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20톤을 수거, 지역 환경개선은 물론 기금 확보를 통해 400만원의 인재양성기금을 함평군에 기탁했다. 지역 인재 양성만이 지역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민들까지 참여를 확대하는 운동으로 확대 전개되고 있다.

또한 지역 불우이웃돕기엔 그 어떤 조직보다도 앞서야 한다는 강경 입장이다. 그 대표적인 사업으로 올 겨울 김장김치를 담그기 위해 배추밭에 항암배추 5000주를 정식하고 잘 키우고 있다. 한희중(50) 한농연 함평군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이 배추밭 600평을 무상으로 내 놓았다. 무럭무럭 자라면 이 배추는 김장으로 담궈져 지역 불우이웃에게 나눠주게 된다. 그 때까진 모든 정성을 다해 최고의 배추를 키워내는 기술력을 보여주고 함께하는 땀을 흘릴 작정이다.

임 회장은 “이제 한농연도 지역사회발전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왔다”며 “농업도 바뀌고, 농업인의 의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농촌의 밝은 미래는 한농연에 달렸다는 말을 남겼다.

함평=최상기 기자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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