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농 노하우 청년들에게 전파할 것”

[한국농어민신문 양민철 기자] 

올해 새농민상 본상을 수상한 이종면 한농연고창군연합회장이 수확 중에 콤바인에서 잠시 내려 정성 들여 가꾼 잘 익은 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 새농민상 본상을 수상한 이종면 한농연고창군연합회장이 수확 중에 콤바인에서 잠시 내려 정성 들여 가꾼 잘 익은 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군 제대 후 본격 농사 뛰어들어
하루 4시간 자며 한발 한발 전진

논·밭·축사 2만6000여평 일궈
연매출 6억원 ‘부농의 꿈’ 이뤄

장학재단·사랑의열매…기부 열심
새농민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

“그냥 흙과 농사가 좋았다. 그래서 농사를 지었다. 임차는 한계가 있다. 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 그러면 부농의 꿈이 이뤄질 것이다.” 전북 고창군 아산면에서 농사를 짓는 이종면 한농연고창군연합회장(53)이 35년 전을 회상했다.  

이종면 회장이 나고 자란 고창 아산면은 전국 유명지인 선운산도립공원이 자리하고 산과 바다, 들이 어우러진 청정지역이다. 이 회장은 소년기에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농사에 빠져들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경운기를 다룰 정도였다. 뼛속까지 농민이다. 고교 졸업 후 농사를 시작했다. 말년 휴가를 나와 빚을 내 트랙터를 구입했다. 미래 농촌의 희망을 산 셈이다.

본격 농사는 지난 1995년 농민후계자로 선정되기 3년 전인 군 제대 뒤다. 새벽 4시에 기상해 밤 12시까지 일에 몰두했다. 잠은 하루 4시간만 청한다. 날 새고 농작업 한적도 허다하다. 30여년이 흐른 지금도 5시간 이상 잔 적이 없는 그의 별명은 '괴물'이다. 

이 회장은 젊음과 열정, 강한 집념으로 부자를 꿈꾸며 한 발 한 발 전진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덕분에 조금씩 조금씩 돈을 모았다. 이 자본으로 1993년부터 한우 축사 100평을 조성한다. 한우 입식도 서서히 늘렸다. 1998년에는 70두까지 확대했다. 당시 고창에서 두 번째 큰 규모였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였다. 바로 첫 시련이 닥쳤다. 모두가 암울했던 IMF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소값은 바닥이었고, 사료값은 폭등했다. 눈물을 머금고 소 전체를 헐값에 처분했다.

한우 정리 대금으로 농지 2000여평(논10마지기)을 구입했다. 땅은 정직하다는 믿음을 간직했다. 특기인 근면과 성실로 농사에 매달렸다. 쌀을 비롯해 오디·복분자·블루베리·아로니아·양파·고추·콩·대파·고구마·감자·마늘·무·배추 등 수십 가지 작물을 다룬다. 돈이 되는 작목은 두루 섭렵했다. 특용작물까지 손댔다. 옻나무와 도라지 등 농사짓는 작물마다 돈이 되었다. 인근 농가들도 이 회장 농사 눈치를 본다. 농사를 따라 하기 위해서다. 바로 벤치마킹이다.

땅 한 평 없이 맨손으로 억척스럽게 개척한 논과 밭, 축사는 모두 2만6000여평에 이른다. 대농에 규모까지 갖췄다. 이 회장은 쌀 농사의 소득에 한계를 절감한다. 돈벌이가 썩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구제금융 위기의 소 파동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음이 설레었다. 2010년경 한우 사육에 다시 뛰어들었다. 송아지 50마리를 구입했다.

한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농업기술센터와 대학교 등에서 고품질 한우사육과 품종개량에 대한 기술을 배웠다. 바이러스 예방에도 만전을 기한다. 아침마다 주사기를 들고 농장을 누빈다. 어미와 새끼에 백신을 놓기 위해서다. 새끼는 어미젖에 의지한다. 튼실한 송아지를 위해서다. 그리고 볏짚을 먹여 설사도 미연에 방지한다.

피나는 노력과 정성이 송아지 폐사율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었다. 한우 사양관리는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뒷받침했다. 조사료에 적정량의 배합사료도 제조한다. 환경문제도 스스로 실천했다. 축분 퇴비장을 만들고, 퇴비는 농경지에 뿌려진다. 여기서 조사료가 생산된다. 경종과 축산이 상생하는 친환경 순환농법을 지향한다.

농장 이름도 새겼다. ‘늘푸른농장’은 번식우 등 250여 마리를 사육한다. 수송아지는 알맞게 키워 송아지 경매장으로 나간다. 회전율 향상으로 경영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암송아지는 새끼를 내기 위해 정성 들여 키운다. 운도 따랐다. 보통 암컷과 수컷의 출산 비율이 반반인데, 늘푸른농장은 수송아지가 60∼70% 생산된다. 그만큼 소득도 늘게 된다.

이종면 회장은 농지와 축사 등 자산 40여억원에 연 6여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청소년기 희망 사항인 대농과 부농의 꿈을 동시에 이뤘다. 그의 성공에 영농일지가 한 몫 한다. 빼먹지 않고 매일 농사 상황을 써 내려간다. 풍년 농사와 소득 증대의 지침서가 됐다. 

해마다 1000여평의 텃밭도 운영한다. 여기에 무·배추·대파·고구마·감자·마늘 등을 심는다. 김장김치도 담근다. 지인들과 나눠 먹기 위해서다. 늘 농촌을 생각하고 사랑하라는 뜻에서 더 그렇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지역농협 이사(현 3선)에 선출됐다. 방범대장, 4H회장, 체육회장, 한농연 회장 등 리더십을 발휘한다.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봉사와 배려의 정신도 무장했다. 이종면·김성자 부부는 (재)고창군장학재단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연 100만원 이상의 기부를 한다.  이종면 회장은 올해 새농민상 본상을 수상했다. 앞서 국무총리상, 농림부장관상, 전북도지사, 전북도교육감, 전북지방경찰청장, 고창군수 표창, 농협중앙회장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이종면 회장은 “어릴 적 꿈꿨던 부농의 꿈이 실현된 만큼 이제는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감은 물론 자신의 농사에 대한 노하우를 미래 우리나라 농업을 짊어질 청년들에게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춰 나가겠다”고 자그마한 꿈에 새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창=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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