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에게 농협은 최후 버팀목”

[한국농어민신문 구자룡 기자] 

진주시농협조합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도 진주 금곡농협 조합장이 수출딸기 공동선별 작업 및 수출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주시농협조합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도 진주 금곡농협 조합장이 수출딸기 공동선별 작업 및 수출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합원 초고령화로 인해
매년 여러 사업의 한계 절감

도·농 교류와 상생 지속할 때 
‘농협’ 간판도 지켜갈 수 있어

도심 속 로컬푸드 직매장 확보
영세농 농산물 적정가에 팔 것 

“농촌지역에서 농협은 농민들에게 최후의 버팀목입니다만, 조합원 초고령화로 인해 해를 거듭할수록 여러 사업에 한계가 오고 있음을 절감합니다. 농촌농협의 새로운 활로를 함께 모색해 지속 가능한 도·농 교류와 상생을 이뤄나갈 때 ‘농협’이라는 간판도 지켜갈 수 있습니다.”

정의도(63) 경남 진주시 금곡농협 조합장은 이와 같이 피력했다.

정 조합장은 오래 전부터 농협개혁을 주창해온 강성 농민운동가 출신의 농업경영인 조합장으로 손꼽힌다. 어느덧 재선 조합장을 지내면서 진주시 농협조합장협의회 회장을 맡아 ‘농협다운 농협’ 구현과 농민조합원 실익 증진 등을 위해 폭 넓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 조합장은 1958년 진주시 금곡면 송골리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20대 중반에 잠시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곧 고향으로 들어와 부모를 모시며 농업·농촌을 줄곧 지켜왔다.

1985년 복합영농으로 후계농업인(농업경영인)에 선정되면서 번식우를 키우다가 몇 년 후 시설하우스 농사에 뛰어들었다. 초기 미니장미 재배용 시설하우스를 지었다가 판로문제에 봉착해 고추 수경재배로 전환했다. 수경재배 기술이 정립되지 않은 시기라 어려움을 겪었고, 토마토 토경재배로 전환했다. 작목반을 조직해 수출업체와 계약하고 송이토마토 일본 수출에 나서기도 했으나, 열과 발생과 기술지원 차질 등으로 수출업체와 투쟁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는 농업으로 새로운 길을 앞장서 개척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꿋꿋이 극복해내어 시설고추와 벼농사를 안정적으로 영위하게 됐고, 재선 조합장이 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몇 년 전 아들도 불러들여 대를 잇는 농업경영인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정 조합장이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지어왔던 또 하나의 농사는 ‘농정 농사’였다. 한농연진주시연합회 회장과 한농연경남도연합회 수석부회장 등을 지내며 농산물수입개방 저지와 농가부채 해결 등을 위해 고 박홍수 농림부장관 등과 함께 ‘아스팔트농사’를 뜨겁게 지은 세대다.

농협 개혁의 기치를 내건 집회와 정책 활동에도 앞장섰다. 그 열망을 실현시키고자 40대였던 2000년대 초반부터 조합장선거에 출마해 세 번 내리 낙선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2015년 네 번째 도전에 나서 결국 당선됐고, 2019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금곡농협은 면단위의 매우 영세한 지역농협이다. 현재 조합원 수가 1060명인데, 그중 250명은 복수조합원이다. 직원도 24명에 불과하다. 경제사업도 신용사업도 한계가 다분하다.

정 조합장이 첫 취임했던 2015년에는 더욱 열악했다. 당시 금곡농협의 직원은 14명에 불과했고, 대출 실적은 190억원에 예금 약 400억원으로 예대비율이 47.5%에 그쳤다. 이에 정 조합장은 진주 시내를 훑으며 대출 판매 확대에 총력을 쏟았다. 경제사업과 조합원지원에 사용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4년 후 대출은 500억원, 예금은 570억원으로 획기적인 실적 증가를 거뒀다. 하나로마트도 본점으로 이전해 리모델링해 매출을 대폭 끌어올렸고, 주유소 매출도 배가시켰다. 최신식 공동선별장을 건립해 딸기와 고추 공동선별 및 수출 시스템을 정비했다.

2015년 480억원이었던 금곡농협의 자산 규모는 2021년 연말 1500억원을 내다볼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뤄냈고, 예대비율도 100%를 넘겨 농협중앙회 자금까지 가져다 쓴다고 한다.

정 조합장은 “농협 밖에서 농민운동을 할 때는 농민 조합원이 진정한 주인으로 대접 받으면서 제대로 주인 역할을 하는 농협, 깨끗하고 투명한 농협을 갈망했다”며 “그 초심은 여전히 되새기고 있으나, 현재는 그 정도로는 너무도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의 초고령화가 심화되어 10년 이내에 조합의 여러 사업이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고 고심을 토로했다.

이에 정 조합장은 “도심지역에 내실 있는 로컬푸드 매장을 확보해 영세한 농민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신선하고 적절한 가격에 판매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는 한편, 도시지역 농협과의 통폐합 방안도 다방면으로 모색해 나가야 하는 것이 큰 숙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예전엔 농촌농협 통폐합 추진이 내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면, 요즘은 도시농협이 기피하고 거부해 난항을 겪곤 한다”며 “인근 지역과의 통폐합이 여의치 않다면 차라리 시도 경계를 넘어선 도시농협과의 통폐합 방안이라도 열리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정 조합장은 “농업·농촌·농민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기 어려운 일을 농협이 수행하는 경우가 많듯이, 농협이 미적거리는 분야의 역할을 농민단체가 수행하기도 한다”면서 “농민단체와 활발히 소통하고 협력해서 ‘농협다운 농협’ 만들기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주=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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