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 어려움 딛고 청정쌈채소 길러냈죠"

 

[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 기자]

양구 특산품 곰취·고추냉이 등
쌈채소·장아찌로 판매 '고소득'
유기농 벼 농사에 한우 키우고
유기질비료 공장도 위탁 운영
바쁜 시간 쪼개 농협대도 다녀  


오전 6시 김선묵 씨는 기상과 동시에 우사로 나가 30마리의 한우에게 사료를 주고 건강 상태 등을 점검한다. 간단한 아침 식사 후 양구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1만4000㎡ 규모의 연간 50만포를 생산하는 유기질비료 공장으로 출근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주문현황 등을 파악후 처리한다.

점심 때는 이장을 맡고 있는 양구군 동면 후곡리 주민들과 마을회관에서 식사를 같이하며 마을사업과 어르신들의 겨우살이 준비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은 면사무소에 지원을 건의한다. 오후 3시 곰취를 중심으로 장아찌 가공공장의 주문현황을 파악하고 7만5800㎡의 논에서 수확한 벼를 농협에 납품하고 토요일에는 농협대학 수업을 위해 수원으로 출발한다.

지난 1994년 농업경영인으로 선정돼 양구군회장과 강원도연합회 부회장 등을 지낸 김선묵(51)씨의 하루 일과는 잠시도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노령화된 농촌에서 비교적 젊기 때문에 마을과 지역을 위해 책임을 맡아 일을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그를 접경지역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산나물 재배와 가공사업으로 농업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한다. 실제로 그는 청정지역 양구의 특산품인 곰취와 고추냉이, 산마늘을 심어 서울 등에 청정 쌈채소로 직판하고, 나머지는 장아찌로 가공·판매하며, 지난해 봄에만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벼 농사도 일정 면적은 유기농으로 재배 후 한살림조합에 납품해 시중가보다 75%정도 비싸게 팔고 있다.

김 씨는 “지금은 휴전선과 인접한 산골마을의 특산품이 돼 농가소득의 효자 노릇을 하는 청정쌈채소인 곰취와 고추냉이, 산마늘 등이 지역 특산품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산업사회에 개발이 안돼 낙후된 지역의 특성을 살려 청정성과 일교차가 심한 지역적 특성을 자원으로 이용한 것이 성공요인이다”고 평가했다.

양구퇴비영농조합으로 등록해 ‘땅살림’이라는 브랜드로 공급되는 유기질비료 공장은 5년 전 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며 퇴비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동안 일부 업체들이 불량재료를 사용해 퇴비를 생산해 공급하면서 토양이 오히려 오염되거나 피해를 입는 경우를 목격한 김 씨는 우수한 퇴비의 생산이 성공농사의 밑거름이라는 신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엄선된 톱밥과 축분 등 재료를 이용해 충분한 발효와 후숙을 통해 토양의 미생물을 활성화시키는 퇴비를 농가에 공급하게 된 것이다. 토양의 중요성을 아는 농업인의 마음으로 퇴비를 생산하면 불량재료를 쓸 수 없다고 김 씨는 강조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주말마다 3년째 농협대학에 나가는 이유도 양구농협 이사로 활동하며 능력의 한계를 느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3000여명이 넘는 조합원들의 꿈과 기대가 모아진 농협을 경영하는 이사가 결산장부와 경영의 기본적인 이론과 현장을 모르고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선묵 씨는 “지금도 농업과 농촌이 어려운데 미국이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며 더 많은 시장 개방을 요구하면 우리 농업이 설자리를 잃게 된다”며 “농업경영인은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바쁘게 일한다”고 강조했다.

양구=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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