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 보고 살아온 ‘한우 순정남’

▲ 한우를 사육하며 축산농가로 살아가는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최정범 한농연구례군연합회장.

군대 다녀온 후 뛰어든 축산업
다른 직업은 생각조차 안해봐
3년간 남의 집 살며 기술 습득
시간 쪼개 ‘인공수정사’도 따
주사 등 직접 해결 억대 순소득
다양한 환원 통해 뜻 깊게 사용


“아무리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도 축사에 들어와 아이들 눈을 보고 있으면 안 좋은 마음들이 눈 녹듯 사라집디다. 나한텐 소가 인생 그 자체라고 봐야죠.”

오직 한우만 보고 살아온, 한우밖에 모르는 ‘한우 순정남’ 최정범(53) 한농연구례군연합회장의 이야기다. 그는 중학교 시절 하교 후 소를 타고 풀 메러 가는 게 가장 큰 낙이었을 만큼 한우와는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다른 직업은 갖는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오로지 소 키우는 것에 전념해왔습니다.” 좋아하는 일인 만큼 항상 즐겁게 일한다는 그는 젖소를 기를 요량에 농고를 진학했고, 군대를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축산업에 뛰어 들었다. 

뜨거운 열정은 갖고 있었지만 시작은 미약했다. 사육 기술을 배우고 젖소 사육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남의 집에 들어가 3년간 먹고 자며 갖은 고생을 했다. 그는 초기 시설비와 젖소 가격이 너무 비싸 결국 한우로 마음을 돌렸지만 3년간 얻은 교훈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굉장히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인공수정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고난을 겪을 때 불평만 해선 안 됩니다.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용기를 내야합니다.” 
실제로 최 회장이 자격증을 획득할 당시 구례군에 인공수정사 자격증 보유자는 3명뿐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이것이 자신의 성공 비결 중 하나라고 최 회장은 이야기했다. 

이후 1996년 영농후계자로 선정, 정부 지원금을 통해 132㎡(40평) 가량의 조그마한 축사에서
송아지 5마리로 한우 사육을 시작했다. 물론 자격증을 활용해 인공수정사 활동도 함께했다.
그렇게 욕심내지 않고 자본금을 모은 최 회장은 2008년 3305㎡(1000평) 면적의 축사를 지어 규모를 확대했다. 

현재는 130두의 한우를 키우고 있는 그는 인공수정이 사양길로 접어 들 때 쯤 한우사육과 함께 정육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최 회장은 항상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특히 그는 한우 사육 하나만 가지고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하며 소 값 파동 당시를 회상했다. “큰 소 한 마리를 팔아도 사료 값 대기도 힘들었죠. 그때 소를 절반정도 팔며 가슴앓이 많이 했어요.”  실제로 소 값 파동 당시 용방면의 대다수 축산 농가들이 폐업을 하고 현재 최정범 회장 혼자만 남았다. 그러나 마을 축산 농가들이 픽픽 쓰러져갈 때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정육업을 겸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최 회장은 “한우 400~500마리 가량을 키울 정도로 완전 규모화를 하던지 같은 직종의 다른 일을 겸업해 경영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혈관주사, 인공수정 등 축사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일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소의 생리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수의사 부를 일이 거의 없을 정도죠. 직접 인공수정해서 생산하고, 암소의 경우는 직접 도축하고 거세우는 도축장으로 보냅니다. 그러면서 비용들을 많이 절감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라고 내세울 건 없지만 그동안의 경험이 노하우라고 이야기한 최 회장은 경험을 통해 체득한 기술들인 만큼 아픔도 많았다고 말한다. “처음엔 송아지도 많이 죽였죠. 올해는 송아지를 50마리 가량 길렀는데 2마리 빼곤 다 살렸습니다. 태어나서 직업이 이것 한가지 밖에 없었으니 오죽하겠어요.” 

지금은 그가 한우를 길러 얻은 순소득만 1억원 가량. 정육업을 통해 추가로 1억 원 가량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어렵게 번 돈인 만큼 최 회장은 지역사회 환원을 통해 뜻 깊게 사용하고 있다. 그는 검찰청의 법사랑위원회, 범죄피해예방위원회 위원으로서 범죄로 피해 받은 이들에게 금전적인 지원과 위로를 하고, 용방사랑나눔회를 통해 지역의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 기계수리, 쌀 기부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정범 회장은 “개별 농가들은 수급조절이 어렵다”며 “농가들은 대한민국에 소가 몇 마리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고 축산 정책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이어서 “스마트폰 등 기술발전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정보입수가 가능해지면서 일정부분 개선 됐지만 정부 차원의 수급조절은 여전히 중요하며, 축산 농가를 안심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례=최상기·김종은 기자 kimj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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