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통해 ‘운삼기칠’ 농사 꿈꾸죠”

[한국농어민신문 구정민 기자] 

4년 전 귀농 감자·토마토 농사
첫해 겨울 한파로 냉해 쓴맛

환경 제어하는 스마트팜 관심 
김제 혁신밸리 입주, 영농 열심

직거래 등 연매출 3억 달성 
농장 임대 끝나면 창업 도전도

청년농부 김기현(32)씨가 김제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재배 중인 토마토를 보며 웃고 있다.
청년농부 김기현(32)씨가 김제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재배 중인 토마토를 보며 웃고 있다.

“흔히 농사를 ‘운칠기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급변하는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통해 ‘운칠기삼’의 농사를 ‘운삼기칠’의 농사로 바꿔가는 게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전북 김제에서 아버지와 함께 4년 전 귀농해 감자와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농부 김기현 씨(32)는 이제 팜큐베이터 농장의 어엿한 대표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귀농귀촌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그는 일찍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아 전북대학교 농대를 진학,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각종 행사장에서 농산물을 팔았다. 졸업 후에는 필리핀 환경청에서 인턴으로 농업 관련 연구 생활을 거쳐 서울에서 도시농업관리사로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져왔던 막연한 농부의 꿈은 2019년 겨울, 부푼 꿈을 안고 김제 광활면에 귀농하며 이뤄졌다. 외가가 있는 김제 광활면은 봄 감자 최대 생산지로 농가들 대부분이 이모작으로 농가소득을 올린다. 김 대표는 귀농 당시를 떠올리며 “빈 손으로 귀농하다시피 한 저에게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것은 정말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며, 후계농 육성자금과 영농정착지원금을 통해 그는 겨울 감자를 기르며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관련 교육을 받고 지식에 경험을 더해갔다. 하지만 귀농 첫 해 겨울철 한파로 인해 감자가 다 죽어버려 농사에 있어서 기후 등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된 그는 농사환경을 관리·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고 관련 교육 수강에 더욱 매진했다.

김 대표는 “아무리 농사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해도 매번 하늘에 모든 걸 맡겨 농사를 짓는다면 ‘나의 노력들이 다 무슨 소용이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날씨를 이겨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겨 스마트팜 교육을 대학 수능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 것 같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지난해 1월 김제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입주한 김 씨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작물의 생장 정보와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기초로 최적의 생장환경을 만드는 법을 배워 토마토 농사에도 뛰어 들었다. 이미 그는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 사이에선 열렬한 스마트팜 지지자로 통한다. 온실 농장에서 재배·수확·관리를 비롯해 포장과 납품까지 전 과정의 일을 3명의 팀원들과 같이 한다. 일이 끝난 저녁엔 함께 개선할 점을 점검하고 영농일지, 지출내역서, 사업계획서 등을 작성해야 비로소 하루가 마무리 된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그의 일상은 피곤할 법도 하지만 항상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그는 “손수 키워보니 작물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다 제 자식 같아서 하루라도 안 보면 보고 싶고 매일 밤 토마토를가 이상이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자야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또한 생산만큼이나 판로 개척이 중요하기 때문에 농장대표로서 농업기술센터 담당자와도 수시로 다양한 정보를 소통한다.

그는 지난해 토마토 100여톤을 생산해 주로 공판장에 납품하고 일부는 온라인으로 SNS와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해 개인직거래로 판매해 연매출 3억원을 달성했다. 한편 아이들을 초청해 직접 딴 토마토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체험도 실시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지역과 하나되는 시간도 갖고 있다.

농장 임대 기간이 끝나는 내년 6월에 맞춰 전북도에서 지원하는 청년창업 스마트팜 패키지사업에 지원해 동료들과 함께 창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주민 4명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외국인에 비해 비싼 인건비로 고민은 되지만 지역민과 더불어 농사를 짓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김 대표는 “농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저에게 주민 분들이 농사의 모든 것을 도와주셨다. 저도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부족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가 쉬는 날에도 장터에서 농산물을 홍보하고 청년 동아리, 지역 정책 서포터스, 마을기자 활동에도 적극 나서는 이유다.

김제=구정민 기자 kooj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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