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농사 30년, 축적된 노하우로 ‘최고가’

[한국농어민신문 이평진 기자] 

상추·깻잎 등 채소농사 짓다
1990년대 초반 딸기 시작

하우스 안 비닐터널 재배부터
수막·고설재배 등 여러 시도

관주용 비료도 스스로 타서 써
“병 없이 꾸준한 수확이 기술”

딸기 농사 30년 경력을 가진 청주시의 이길승 씨는 자신만의 재배 노하우를 축적해 자가 육묘, 병해충 관리에 집중하며 최고의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딸기 농사 30년 경력을 가진 청주시의 이길승 씨는 자신만의 재배 노하우를 축적해 자가 육묘, 병해충 관리에 집중하며 최고의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이길승 씨(65). 그가 생산하는 딸기는 주로 청주도매시장으로 출하된다. 그는 출하 때마다 최고 수준의 경락가를 기록한다고 한다.

올해로 딸기농사 30년째. 실패도 많았고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그는 원래 농사꾼이 아니었다. 20대 후반에 슈퍼를 운영하다 5년 만에 실패를 했다. 고향인 괴산군 칠성면을 떠나 청주에서 자리를 잡으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사업에 실패하면서 그의 수중에는 가진 게 없었다고 한다. 결국 처가인 옛 청원군 남일면으로 들어가 처음 농사를 시작했다.

“사업 실패하고 가진 거 하나 없이 처가로 갔습니다. 땅이 없어서 남의 땅 3000평을 빌려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마침 이웃에 농촌지도소 다니던 사람이 있어 그가 알려주는 대로 땅콩 농사를 했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얼마간의 수익을 거뒀고 이를 밑천 삼아 하우스 1000평을 지었다.

“처음에는 상추, 깻잎 같은 채소 농사를 지었어요. 그러다가 토마토나 오이 같은 과채류로 바꿨지요. 하우스 농사가 괜찮았는데 아는 분이 딸기를 한 번 해보라고 권해요. 그래서 1990년대 초반에 딸기를 하게 됐습니다.”

1990년대 초반 만해도 지금처럼 2중, 3중 하우스가 아니었다고 한다. 달랑 외겹하우스였다고 한다. 그러니 보온이 최대 관건이었다고 한다.

“하우스 안에 대나무 활대를 꽂고 비닐을 덮어 터널재배를 하는 겁니다. 겉에는 볏짚으로 짠 꺼치를 덮었어요. 그때는 보온이불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신문도 보고 농촌지도소에서 교육도 받고 하면서 남일면에서는 처음 수막재배를 했다고 한다. 충남 논산부터 경북 고령에 이르기까지 딸기로 유명한 곳은 전국을 다 다녔다고 한다.

“전북 남원까지 안 가본데 없이 다 다녔어요. 그렇게 배운 걸 가지고 수막시설을 하니까 훨씬 낫더라구요. 수막을 하면서 수확일수도 늘어났고 수확시기도 앞당겨졌습니다.”

수막재배 이전까지는 가온을 하기 힘들어 딸기 수확을 해봐야 두 달 정도가 고작이었다고 한다. 기온이 올라가는 3월말께 수확을 시작해 5월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막재배를 하면서 첫 수확이 2월초로 당겨지고 수량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후 온풍기를 설치해 가온까지 하게 되면서 딸기 재배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게 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우리 지역은 다 토경농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10년 전쯤에 고설을 설치했지요. 그것도 지역에서는 제가 제일 먼저 했습니다. 투자비도 만만치 않고 농가에서는 긴가민가 하는 분위기도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거의 고설재배로 변했잖아요. 뭐든 남보다 앞서 해야 살아남아요.”

딸기농사 초창기 두 달 남짓 수확하던 게 지금은 6개월로 늘어났다. 엄청난 발전이라고 한다. 지금은 8월말에 정식해서 11월 중순부터 수확을 한다고 한다. 다음 해 5월까지 수확을 하니 옛날보다 생산량이 몇 배는 늘어났다고 한다.

그는 자가 육묘를 한다. 딸기모종을 사서 하는 농가도 많지만 스스로 육묘할 정도는 됐다고 한다. 생산 품종은 금실과 설향. 금실은 설향보다 식감이 아삭하고 맛있다고 한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딸기 생육이 시원찮다고 한다. 병충해가 많고 일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전국적으로 양이 많이 안 나옵니다. 작황이 아주 저조해요. 그래서 딸기 값이 좋은 겁니다.”

그는 가장 민감하고 기술습득이 어려운 품목이 딸기라고 말한다. “딸기는 여러 가지 비료를 쓰기 때문에 각각의 성분을 어떻게 배합을 할지가 관건입니다. 이게 어렵다보니까 처방을 업체에 맡기는 이들이 많아요.”

그는 관주용비료를 스스로 타서 쓴다. 비료를 배합하는 그만의 노하우를 가졌다는 뜻이다. 딸기는 재배환경에 민감한 품목이어서 양액처방이 맞지 않으면 생육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병이 많거나 기형과가 생기거나 생육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의 하우스는 시들음병으로 군데군데 몇 포기 뽑아낸 곳이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큰 병이 없어 양호한 생육을 보이고 있다.

“위황병, 잿빛 곰팡이병, 흰가루병, 응애가 가장 골치지요. 그런 병이 없이 꾸준히 수확하는 게 기술이고 노하우입니다.”

그는 다른 농가와 다르게 별도로 쓰는 자재나 농약이 없다고 한다. 어차피 들어가는 농자재는 다 비슷하다고 한다. 결국은 어떤 방식으로 작물을 관리하느냐가 관건인데 그게 노하우고 재산이라는 것이다. 5년 전만해도 200평 하우스 열 다섯 동 농사를 졌다. 나이가 들면서 지금은 다섯 동으로 규모를 줄였다고 한다.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이제는 힘에 부쳐요. 부부 노동으로 감당할 수 있는만큼만 하는 겁니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해서 애들 둘 시집장가 보냈으니 됐습니다. 요즘은 큰 욕심이 없습니다.”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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