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내가 일한 만큼 ‘합당한 보상’…미래 생각하고 쌀농사 용감하게 도전

[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정연우 대표가 도정공장에서 갓 찧은 쌀을 포장작업 하고 있다.
정연우 대표가 도정공장에서 갓 찧은 쌀을 포장작업 하고 있다.

10만㎡ 논농사에 정미소 운영육묘부터 판매까지 직접 관리

경기 평택시 안중읍에서 10만㎡의 논농사를 지으며 정미소까지 운영하고 있는 정연우(27) 용감한농부들 대표는 차세대 쌀 농업을 이끌 청년농부로 주목받고 있다. 후계농업경영인이자 청년창업농인 정 대표는 20대의 젊은 나이에도 육묘부터 이앙, 생육관리, 수확, 도정, 유통·판매까지 직접 다하는 베테랑 쌀 농사꾼이다.

정연우 대표가 연간 수확하는 쌀은 45톤 규모로, 이를 도정·가공해 판매하면 연 매출은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오랜 경험의 전문 농업인들도 벅찬 일들을 묵묵히 해내며 짧은 농사 경력의 앳된 청년농부가 올린 성과 치고는 대단하다.

정 대표는 “농부가 요즘 20대들에게 각광받는 직업은 아닙니다. 그러나 초 고령화 된 농촌사회에서 곧 농부들이 사라질 농업시장을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쉽지 않은 직업임에도 미래를 생각하고 농업에 뛰어들었죠. ‘블루오션’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청년들이라 하여 ‘용감한 농부들’이라 이름 지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연매출 2억5000만원 ‘베테랑’한농대 현장교수 등 활동도

그가 처음부터 농부의 길을 택한 것은 아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일반대학 행정학과에 입학했지만 자신의 꿈과 이상하고는 맞지 않다고 판단, 1학기를 마치고 곧바로 중퇴했다. 대학을 중퇴한 그가 미래를 고민하던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부모만의 일인 줄 알았던 농사였다.

정 대표는 농부의 길을 걷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 식량작물학과에 입학, 체계적인 농업교육을 받았다. 2017년 졸업 후 곧바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그는 지원 자금 1억5000만원으로 논 3300㎡를 구입하고 쌀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청년창업농으로 선정돼 1.3ha의 농지를 지원받았다.

그는 “쌀농사를 결심한 건 쌀 전업농인 아버지의 영향도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주식인 쌀 수요가 꾸준한 편이기 때문이었어요. 특히 평택시 인구의 1%를 고객으로 유치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죠.”
 

우리 주식인 쌀 수요 꾸준, 평택시 1%만 고객 돼도 승산

그에게 1년 365일은 항상 바쁘다. 3~4월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로, 비료와 퇴비·종자 등 농자재 준비와 경운작업·모 이앙으로 분주하다. 5월은 모내기철이고, 6~8월은 꾸준한 논 관리로 벼를 기르는 시기, 9~11월은 본격적인 벼 수확철을 맞는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농한기라지만, 수확을 마친 벼를 정미소에서 도정·가공해 판매까지 해야 하기에 오히려 이 시기에 더 바쁜 날을 보낸다.

수확철을 맞은 최근에는 도정을 하고 택배 작업과 직접 배송까지 하느라 밤 세우기 일쑤다.

그는 “농업은 내가 일한 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분야”라며 “잠을 조금 줄이고 한 시간 더 움직이면, 그만큼의 보상과 보람을 누릴 수 있기에 농업이 좋다”고 흐뭇해했다.

그가 재배하는 벼 품종은 향찰미·흑미·찹쌀 등의 특수 기능미와 국산 품종인 참드림이 주를 이룬다. 특수미는 소포장 잡곡제품으로 고가에 판매된다.

참드림 품종은 ‘정승쌀’ 브랜드로 평택과 인근 서울·수도권 식당과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으며, 밥맛이 좋아 단골고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정승쌀은 지난 2018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에서 주최한 ‘전국 으뜸농산물 한마당’에서 곡류부문 대상을 받으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2020년 평택시농어민대상 고품질 쌀 생산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자가 생산 벼 외에도 관내 농가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연간 2000톤의 벼를 매입, 도정·판매하고 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 10만㎡의 논을 50만㎡까지 늘려, 평택시민의 2%가 자신이 재배한 쌀을 먹도록 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농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사업 신청 컨설턴트와 한국농수산대학 현장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정 대표는 “농업인구 고령화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농업도 바뀌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저 같은 젊은 농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가 아니라, 시골에서 저처럼 자신의 미래를 찾는 청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평택=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