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작물 육묘, 한시라도 눈 못 떼죠”

[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청년농부 홍근명 홍씨농장 대표(맨 왼쪽)는 지난해 부친의 육묘장에서 독립해 육묘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동생인 쌍둥이 남매를 직원으로 채용해 함께 부농의 꿈을 꾼다.
청년농부 홍근명 홍씨농장 대표(맨 왼쪽)는 지난해 부친의 육묘장에서 독립해 육묘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동생인 쌍둥이 남매를 직원으로 채용해 함께 부농의 꿈을 꾼다.

3대째 육묘 이어온 31세 청년농 
엽채·과채류 등 100여 품목
모종 수백만본 연중 재배 출하

직장 다니던 동생들까지 합류
연 매출 7억원 훌쩍 넘기고
자동화·SNS 판매 등도 힘써 

육묘는 종자와 더불어 농작물 생산의 기초단계로 최종 수확물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특히 발아와 생장조절, 병해충 관리 등 모든 기술이 집대성되기 때문에 어느 작물보다 공을 들이고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어려운 농사를 조부모와 부친에 이어 젊은 나이에 3대째 육묘사업에 뛰어든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홍씨농장 대표 홍근명(31)씨를 만나봤다. 홍 대표는 부친이 운영하고 있는 육묘장의 대를 잇기 위해 신구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군제대후 24살부터 곧바로 육묘사업에 투신했다.

부친인 홍범식(64)씨와 공동으로 육묘장을 운영하다 지난해부터 독립한 홍 대표는 2만여㎡의 대규모 육묘장을 손수 운영하며 당찬 청년농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학에서 조경·육종에 대해 공부하고 육묘사업을 7년 동안하고 있지만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만큼 예민한 작물이기 때문이죠.”

그는 잠시도 농장을 비울 수가 없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모종을 보살피지 않으면 언제 망가질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엽채·과채류 등 100여 품목 수백만본의 모종을 연중 재배해 출하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는 것.

최근 기능성 소비 트랜드 변화로 고추 품종만 24종이다. 여기에 가지, 토마토, 오이, 수박, 참외, 호박, 파프리카, 부추, 상추, 치커리, 케일 등 과채·엽채류가 80여 품목이다. 여름에는 배추와 무, 가을에는 양파, 대파 등 월동 작물까지 모종을 키워 납품해야 한다.

1~2월에는 상토와 종자구매를 완료하고 재배포를 만들어 3월까지 종자 파종을 한다. 4~5월부터 본격적으로 고추를 비롯 엽채·과채류를 출하하고 5~6월 참깨·곡류, 7월 들깨, 8월 배추·무, 9월에 양파와 대파를 파종해 10~11월 납품 후 12월은 하우스를 정비한다. 이 가운데 4~6월 모종 납품이 전체 매출액의 8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배송차량 6대와 가족·지인 등 20여명이 총동원돼 일을 거둔다.

여주시에도 육묘장과 상추 재배 하우스가 있다. 이곳은 부친 홍범식씨가 운영하고 있지만 홍 대표는 이곳까지 신경을 쓴다. 그만큼 고되고 일이 많다보니 최근에는 동생인 홍선호(30)·홍근인(30) 쌍둥이 남매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직장을 다니던 동생들이 그만두고 같이 육묘 일을 해줘 나아졌지만 그래도 해마다 눈코 뜰새 없어요. 정성껏 키운다고 해도 이상기후와 온·습도 조절이 조금만 어긋나도 병해충이 극성을 부리고 냉해를 입기 일쑤죠. 특히 병해충은 여러 가지 실험과 방법을 동원해도 내성이 생겨 가장 힘든 부분이죠.”

홍 대표는 무엇보다 병해충 방제에 심혈을 기울여 해마다 양질의 모종을 생산하고, 건강하고 안정적인 모종 공급을 위해 자체 박스를 제작·납품해 거래처로부터 호응이 매우 좋다. 그가 납품하는 곳은 남양주를 비롯해 양평·여주·하남·구리·성남·포천 등 경기 동북부 농자재 대리점 30여곳으로, 계약 재배해 도매 납품하고 일부는 지역농협에도 공급해 주고 있다.

홍씨농장 육묘장의 연 매출은 7억원을 훌쩍 넘는다. 홍씨농장에서 사용하는 종자 값만 평균 2억원이다. 상토도 8000~1만톤 가량 사용한다.

홍 대표는 농산물 소비시장 변화에 따른 육종 정보수집과 재배연구에 남다른 열정을 쏟는다.

그는 “종자·농약사·상토회사와 직접 구매 및 계약재배를 하다보니 젊은 영업사원들과 유대관계가 강화돼 시장 트랜드 정보 교환에 이점이 많다”면서 “특히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의 각종 기술교육과 정보 습득에 만전을 기울이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재배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홍 대표는 선친 때부터 해 오던 기존 재배환경에서는 육묘사업이 어렵다고 판단, 최첨단 자동화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육묘 도매뿐 아니라 인터넷, SNS 판매 등을 활성화 해 판로를 다양화시키고 자체 모종 브랜드를 만들어 체인화 사업까지 확장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남양주=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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