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재배 도전…불모지 개척 선구자

[한국농어민신문 윤광진 기자] 

고대열 한농연보령시연합회 부회장이 고구마 육묘장에서 육묘를 살펴보고 있다.
고대열 한농연보령시연합회 부회장이 고구마 육묘장에서 육묘를 살펴보고 있다.

보령에 적합한 ‘대유미’ 찾아
23농가서 200여 농가 되기까지
연구회 조직해 생산기반 다져

2019년 학교급식 납품 시작
코로나 위기 직면했지만 
굴하지 않고 농사 승승장구

보령방조제의 한쪽 끝인 충남 보령시 천북면. 이곳과 인근 오천면을 잇는 보령방조제가 육지와 육지 사이의 바다를 거침없이 가로지른다. 천북면은 굴이 특산물인데, 굴요리로 한 끼 식사를 삼아도 좋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지역이다.

이곳 천북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묵묵히 농토를 지키고 있는 인물, 고구마 산지로 자리 잡기까지 산파역을 해낸 인물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농조합법인천북면고구마마을을 운영하는 고대열(52) 한농연보령시연합회 수석부회장이다.

고 부회장은 도시에서 대학을 다닌 몇 년의 세월을 제외하면 이곳에서 농사꾼으로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충남대학교 농과대학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12월 귀향한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학사 출신 농업인으로, 지역 농업 활성화에 골몰했던 고 부회장은 “농업이 살아야 농촌경제가 살고 농업인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그는 바로 전공을 살려 축산업을 시작했다. 1996년도 농업경영인 선정과 함께 한우 사육에 나섰다. 이후 규모를 키워 낙농업에 전념했으나, 이 무렵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하는 불운을 겪었다. 납유 쿼터제 도입 및 배정 물량이 턱없이 부족했고, 생산 비용은 늘어나고 경제성은 악화됐다,

2004년 법인을 조직해 우유를 생산했던 그는 낙농 규모화로 경쟁력 있는 사업에 도전했으나, 부득이 경제성 악화로 2007년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충남대를 졸업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 즉 청운의 꿈을 품고 귀향해 농업에 도전한 고 부회장. 이로써 그는 젊은 나이에 첫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재도전에 나섰다. 고구마에 눈길을 돌렸다. 보령 전역에서 고구마 재배 농가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을 정도로 보령은 고구마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이곳 천북면에만 일부 재배 농가가 있었을 정도였다. 기껏해야 작목반 수준인 23농가에 불과했다.

이에 고 부회장은 고구마 재배를 널리 보급키로 마음먹고 ‘보령시고구마연구회’를 조직했다.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고구마 작목 활성화 및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고군분투했으며, 그 결과 현재는 보령 전 지역에서 200여 농가가 고품질 고구마를 생산하는 규모를 갖추게 됐다.

고 부회장을 비롯한 농가들이 주로 재배하는 고구마 품종은 ‘대유미’이다. ‘대유미’는 보령 지역에서 재배하기에 적합한 품종으로, 고 부회장이 노력 끝에 발굴한 품종이나 다름없다.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와 공동으로 육종 시범 사업을 추진하여 국내 품종 36가지를 도입했으며, 시험 재배 끝에 찾아낸 유일무이 고구마 품종이다. 고구마 부가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도 마다 안했다. 2012년에 농림부로부터 머드고구마 부가가치 제고 사업으로 30억원을 지원받아, 2013~2015년 3년 간 사업을 완료했다. 고구마음료수와 고구마말랭이 생산 공장을 건립해 지역 생산 고구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가소득으로 이어지게 한 숨은 일꾼이었다.

이와 별개로, 고 부회장은 자신의 영농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2019년부터 학교급식에 도전했다. 첫 해는 고구마를, 지난해부터는 고구마와 오이, 애호박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당시, 과거 축산업에 종사했던 시절에 발생했던 구제역 악몽이 ‘트라우마’로 떠올랐다.

그러나 고 부회장은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학교급식 납품과 서울 가락시장 출하, 인터넷 판매 등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고 성공적인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농사에 쏟아 붓는 열정 외에도, 고 부회장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보령의 자존심을 지키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서해안 천혜의‘보물창고’인 보령 지역을 국내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 일환으로 내년에 개최되는 농업경영인 전국대회를 보령에서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최근에 한농연보령시연합회가 보령머드박람회조직위원회와‘윈-윈’키로 하는 내용의 협약 체결하는 데도 기여했다.

“농업 농촌 발전을 위해 무엇이든 해보고 싶었어요.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지금껏 살면서 터득한 경험을 살려 보령 발전에 기여하며 살아가는 농업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요즘 고 부회장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고구마 육묘장(3동) 관리와 캡오이 수확 및 출하로 여념이 없으며, 보령시연합회 임원 활동은 물론 농업경영인 전국대회 유치 건, 보령머드축제 성공적 개최 협조 건 등으로 촌음을 아끼며 지내고 있다.

부인과 1남 2녀를 둔 고 부회장은 “항상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면서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보령=윤광진 기자 yoonk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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