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여수 최초 무농약 포도재배

[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주변 만류에도 친환경 성공
학교급식 납품도 이뤄내

시 포도연구회 회장 역임
주변 농가 소득향상 이끌어

최연소 여천농협 이사 취임
조합원 복지향상 힘쓰고파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여수 최초 무농약 포도재배에 성공한 남동식 한농연여수시연합회장이 하우스 내에서 자리고 있는 분화류를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 남해안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여수는 312개 섬, 국가산업단지를 품고 있는 수산업과 중공업 도시로 농업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남동식 한농연여수시연합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하면 된다”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여수시 농업 발전을 이끌어 주변에서 호평 받고 있다. 

특히 여수시 최초 친환경 재배 포도를 학교 급식에 납품, 농가 소득향상을 이끈 그의 인생 스토리를 들었다. 남동식 회장은 여수시 소라면 농업인 가정에서 4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집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지만, 교육열 높은 부모님은 그를 중학교부터 남동생들과 순천으로 유학 보냈다. 1985년 농업인 아들로 자연스럽게 순천대학교에서 원예학과에 입학했지만 1992년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우연한 기회로 레미콘 영업에 뛰어들었다. 

첫 직장, 레미콘 차량을 운행하며 건설 현장에서 사회생활을 배웠다. 현장의 거친 사람을 상대했지만, 사업수완을 익힐 수 있었다. 착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좋게 본 사무실 직원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1994년 아내는 남 회장과 미래를 약속했다.

레미콘 영업 4년 차에 접어든 1996년 지병에도 굳건하게 가정을 이끌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당시 남동생 2명은 숭실대 법학과 재학 중으로 학비를 지원해야 했다. 하지만 레미콘 회사 월급으로는 월 100만원의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었고,  어머니가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게 둘 수 없어 아내·세 아들과 함께 여수로 귀향했다. 

벼농사는 안정적이었지만 동생들 학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더 큰 돈이 필요했다. 1996년 후계자 자금 3000만원을 받아 자금 회전이 빠른 시설원예를 선택, 300평 하우스 2동을 마련했다. 이후 2000년까지 4년 동안 주변인을 보며 안개꽃과 국화, 고추재배를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쌓여가는 부채에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실패 원인을 되짚었다. 

남동식 회장은 실패 원인을 본인의 준비 부족에서 찾았다. 당장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전남농업기술원에 찾아가 교육을 듣고 정보를 수집하면서 포도재배를 준비했다. 여수지역 특성상 작은 규모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친환경 농업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여수에서 최초로 무농약 포도재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모두 포도에 무농약이 말이 되냐며 말렸지만, 결과로 그들에게 증명했다. 이후 여수시 포도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며 주변 포도농가들을 설득, 당시 학교급식을 추진하던 정부 정책에 편승해 무농약 포도 납품을 이뤄냈다. 농가는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학교는 친환경 농산물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양쪽 모두 명분을 챙길 수 있었다.

이후 벤처농업대학교, 전남마이스터대학, 전남생명농업대학, 일본·미국·캐나다 연수를 다니며 농업 관련 지식을 쌓았다. 2003년에는 그동안 노력을 인정받아 최연소 여천농협 이사에 취임해 지금까지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남동식 회장은 논 3만3000㎡(1만평), 밭 9900㎡(3000평), 300평 시설하우스 1동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 학교 급식에 납품하고, 아내는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남동식 회장은 후배들을 위해 “힘들고 어려울 때가 많겠지만 내가 헤쳐 나가야 한다는 적극적인 생각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면서 “가장이나 조직 리더로서 생존과 발전을 위해 일말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정부 정책에 대해서 “배추가격 폭락으로 산지 폐기하는 농민들을 보면서 농업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생명산업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 농가가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 보장을 위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동식 회장은 내년 여천농협 조합장 선거 출마 포부도 밝혔다. 여천농협은 지난해 율촌농협과 통합되면서 조합장 선거가 한해 미뤄졌다. 

남 회장은 “여천농협은 도농 복합 조합으로 농업인들의 이사회 진출이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하며 “조합장으로 조합발전과 조합원 복지향상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어머니·사촌 동생 2명과 함께 살면서 맏며느리로, 아들 3명의 엄마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당신의 자리가 크다”며 “고맙고, 사랑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여수=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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