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지 않는 흙, 노력만큼 돌아와”

[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고등학교부터 부모님과 농사
경운기 구매, 동네 일 도맡아

수도작, 마늘·양파·수수 재배
논 3만평·밭 1만평 연수익 1억

도시민들 농작물 직접 키우는
관광농원 만드는 것이 꿈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노력만큼 돌아온다.”

염전과 병어·민어 등 고기잡이로 유명한 섬에서 농업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홍영신(55세·신안 지도) 한농연신안군연합회장은 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특히 “초등학교 동창 58명 중 장래희망이 유일하게 농부였고, 지금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신안군 지도읍 사옥도(沙玉島),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래와 옥이 많아 이름 붙여진 곳이다. 사옥도는 바로 옆 증도와 함께 질 좋은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으로 유명하다. 홍영신 회장은 이 곳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섬에는 초등학교만 있어 중학교부터는 형제들과 목포에서 유학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생주임선생님의 가혹한 체벌을 피해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을 선택했다. 다음 학기가 시작하는 10개월 동안 그냥 집에 있을 수 없어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친구들은 학교에 다닐 때지만 그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경운기를 구매했다. 작은 섬마을 첫 농기계였다.

당시 동네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하면서 어린나이에 상상할 수 없었던 돈을 벌었다. 지금 트랙터로 버는 돈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했다. 끝내지 못한 학업은 주말마다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다니며 졸업했다. 농사에 조금씩 재미를 느끼고 있을 때 4-H에 가입했다. 단체·조직 등 사회경험이 없었던 그에게 4-H 활동은 새로운 세계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보니 지역 4H에서부터 도회장을 거쳐 1995년 중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도 4-H 도 선임부회장으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농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1992년 당시 4-H 읍·면·군 회장을 2년 이상 역임하면 공무원 특채 규정이 있어 기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잠깐 마음이 흔들렸었지만 그는 흙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고 지금도 후회는 없다.

1992년 후계자 자금을 받아 소 5마리와 논 4000평, 밭 6000평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소 값 파동으로 소는 팔고 수도작과 마늘·양파·수수 등을 재배하며 지금까지 흙과 함께하고 있다. 후계자 자금을 받아 농사시작 후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논 3만평, 밭 1만평을 경작하며 1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돈 되는 축사나 시설작물을 권하지만 그는 “흙에서 진실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는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으며 지력 향상을 위해 수확 후 볏짚을 논에 다시 사용한다.

미래계획에 대해 물었다. “현재 경작하는 땅을 늘려 아들에게 물려주고 본인은 관광농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큰아들은 대학교 재학 중이지만 농사에 대한 꿈을 가지고 쉬는 날 내려와 일손을 돕고 있다.

관광농원과 관련해 “도시민들이 방문해 직접 농작물을 만지고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농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고 소비로 이어질 것이다”는 주장이다.

홍영신 한농연신안군연합회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우리 농업인들에게 “농업에 미래가 있다. 조금만 참고 힘내자”고 말한다. 이어 “농업인들이 바른 마음가짐으로 좋은 흙에서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한다면 소비자는 결국 우리 농산물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한농연신안군 회장을 맡고 있는 선배농업인으로서 젊은 후배들이 농업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라 말한다.

그는 최근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정책들이 수립되고 있지만 많은 규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면서 “농어촌공사 매입지·국유지를 청년농업인에게 1순위로 배정 해주고 빠른 정착을 유도해야하지만,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외지인과 기존 경작인들이 계속 배정받는 상황”이라며 “실태조사를 통해 청년농업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관심이 필요하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전남=이강산·최상기 기자 leek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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