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우수후계농업경영인

[한국농어민신문 구정민 기자] 

정영상 한농연전북도연합회 수석부회장.
정영상 한농연전북도연합회 수석부회장.

쌀값 하락·재해 등 힘든 시기
소통·신뢰로 한농연 하나돼야

30년째 묵묵히 농사 지으며
드론 활용 영농시설 현대화 등
전북농정 변화하는데 앞장

방범대원·봉사활동 등도 열심

“이경해 열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농업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늘 앞장서겠습니다”

정영상 한농연전북도연합회 수석부회장(61)은 지금의 역경을 견디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매사 강조한다. 쌀값 하락에 기후위기에 따른 재해까지 곂쳐 어느때보다 힘든 시기이지만 소통과 신뢰로 한농연이 하나 되어 나아가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전국 최대 곡창지인 김제평야에서 농촌 사랑꾼이라 불리는 정영상 회장의 농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30년째 묵묵히 농사일에 매진하며 농권보호를 위해 늘 노력하는 정 회장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우며 진안에서 나고 자란 정 회장은 ‘농사를 지어도 공부는 해야 한다’는 아버지 말씀에 따라 대학에 진학해 경영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4남 2녀 중 장남이었던 정 회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전북 군산에 위치한 군산유리에 입사해 서둘러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월급과 대우가 좋아 직장생활에 만족스러웠지만 부모님의 건강 문제로 결국 퇴사를 결심하고 온 가족이 함께 아버지의 염원이셨던 김제 원평에 터를 잡고 대농의 꿈을 펼치게 된다.
 

정 회장은 대학시절 부족한 식량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식용달팽이에 대한 성공사례를 기억하고 50평 비닐하우스에 현대시설을 구축해 기반을 마련한 후 전문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의 농장은 전북권내 뿐만 아니라 타지에서도 찾아올 만큼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겨우 1년 반 만에 유통업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1억 50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정 회장은 “그땐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죠. 고령의 부모를 도와 농촌에 정착하려던 꿈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으니 앞으로 어찌해야되나 고충이 심했다”며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했다.
 

낙심해 있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동네 어르신들이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농촌생활을 해왔던 그에게 동네 이장직을 권유했고 고심 끝에 맡게 됐다. 그의 나이 31세였다. 이후 10년동안 이장직을 도맡아 마을의 대소사와 궂은일에 앞장서는 등 마을에 젊은 활기를 불어넣어 주민들에게 최고의 모범이장으로 평가받았다.
 

1995년도 축산으로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정 회장은 후계농 자금을 토대로 점차 농사일을 늘려 갔고 본격적인 양파농사에 뛰어들었다. 그는 “농작물은 주인 발걸음을 듣고 자란다”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불철주야 농사일에 매진했다.
 

이후 정 회장은 안정적인 공급과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양파공선회를 조직했다. “그때 당시 김제는 양파 주산지가 아니다 보니 처음엔 주변에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지역농가들과 지자체 및 농협 등 관계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결국 공선회를 조직했고 이는 우수한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전했다. 
 

12개 농가로 시작한 공선회는 현재 60여 농가가 함께하며 김제 양파농가 부가가치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9만9000㎡(3만평) 규모의 양파밭에서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뛰어난 양파재배가 가능했던 것은 친환경 제제를 활용한 철저한 방제로 병해충 예방에 힘쓴 결과다”라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달해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 회장의 한농연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2016년 김제시연합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지역농업 발전과 회원들의 소통을 위해 물심양면 헌신해왔다. 바쁜 영농철에도 자신의 농사 일보다는 농민들의 일이 늘 먼저였다.

농민의 권익을 위해서는 농정개혁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농권운동도 전개해 왔다.

2019년 김제시가 농업인회의소 시범사업 대상 지자체로 선정되는데 기여했고, 드론 활용 등 영농시설 현대화를 선도적으로 추진해 주위 농가들에게 멘토로서 역할도 톡톡히 했다.
 

한편 지역의 우수 농특산물 홍보를 위한 그의 노력은 으뜸농산물한마당에 출품한 ‘김제 지평선 쌀’이 농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김제 쌀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도연합회 대외협력부회장과 수석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농업인 권익 신장과 전북도연합회 조직 발전을 위해 임원들과 함께 앞장섰다.

2021년부터는 전북도청의 삼락농정 농촌활력분과 및 식량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북농정의 변화를 이끄는데 공헌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역 노인들과 취약계층 지키기에도 열심이다. 수십년째 방범대원, 지역사랑회, 어부바 봉사회 등 지역봉사단체에서 폭넓은 봉사활동을 펼쳐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정영상 회장은 “올해는 평생을 농민운동에 몸 바친 이경해 열사의 20주기다. 지난달 말 직접 멕시코 칸쿤 현지에 방문해 추모식을 거행하며 열사의 숭고한 희생과 정신을 되새겼다”며 “열사의 뜻을 계승해 농업인의 권익 신장과 농권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무엇보다도 한농연 조직이 소통하고 화합해 전북 농업발전을 선도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제=구정민 기자 kooj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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