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안

[한국농어민신문]

흰구름 흘러가는 하늘이 몹시 푸르다. 그 아래 정원에서 카메라를 들고 한유를 즐기는 딸의 거동을 바라보며 농가주택 건축의 완성은 정원의 완성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집은 2017년에 지었다. 국가기관 건물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공사지만, 온 가족이 2년간이나 계획한 후 신축에 들어갔다. 딸 내외는 당시 국내에서 열린 건축박람회에 다니며 건축자재나 업체 선정을 고민했고, 책도 두 권이나 사서 정독했다. 건축자금도 예외 지출이 발생한 것을 고려해 더 꼼꼼하게 계획했다.

덕분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흔히 겪는 업체와의 마찰 없이 정한 기간에 마무리되었고, 준공 검사가 완료된 후 바로 이사 왔다. 그러나 정원을 만들면서 우리는 주택의 완성은 아직 멀었음을 깨달았다. 

집을 설계할 때 몇 번이고 고쳐 그린 그림대로 정원 만들기에 들어갔다. 마당을 빙 둘러 계획했던 나무를 심고 그럴듯한 자연석을 보기 좋게 배치했다. 안쪽으로는 생각해둔 모양의 판석으로 예쁜 길을 내고 마당에는 롤 잔디를 얹었다. 그동안 봐 둔 꽃까지 심었으니 잘 가꾸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계절이 지나고 나무가 자라면서 위치가 잘못되었음이 드러났다. 

땅 내 맡고 잘 자라는 나무와 꽃을 자리를 옮겨 심고, 또 다른 종류를 심고 또 심기를 몇 해, 비로소 처음 상상하던 정원의 모습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5년 전에 착공한 집 짓기가 이제 겨우 완성되어가는 느낌이다. 한 가정에서 집을 짓고 이사하는 일도 이리 준비가 필요하거늘, 한 나라 대통령의 집무실이나 관저가 이사하는 일은 더 오랜 고민과 계획이 있어야 하며 국민의 뜻도 반영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지금 대한민국은 5개월째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단 하루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대통령에게 청사를 빼앗긴 국방부는 각 부처가 뿔뿔이 흩어져 임시거처로 옮긴 것은 둘째치고, 지난 세월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에 누적된 주요 시스템이 단 하루 만에 내동댕이쳐진 것은 기막힐 노릇이다.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버린 후유증은 바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이 물에 잠긴 최악의 폭우와 사라호를 능가하는 위력의 태풍 힌남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통령 관저 자리로 낙점 당한 외교부는 공관을 내주고 곤란에 빠진 상황이다. 외교행사 치를 자리가 없어 호텔로 전전하다가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행사를 줄이는 실정이다. 돈 때문에 외교행사를 줄인다니, 지금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나 같은 촌부까지도 문득문득 걱정이 든다. 496억 든다던 집무실 이전 비용은 자고 나면 늘어만 가는데. 878억이나 들여 영빈관을 짓는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앞으로 얼마나 더 추가 비용이 들지 생각하니 현기증이 다 일었다. 

이 사태를 지켜보며 줄곧 드는 의문이 있다. 나 같은 농부도 몇 년을 계획한 후 집을 짓고 이사하는데, 한 국가의 대통령 집무실 이사하는 일을 대통령 개인의 마음대로 저지르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점이다. 임기 5년밖에 안 되는 대통령이 장기적인 계획도 없이 자기 뜻대로 하루아침에 뚝딱 옮겨버려도 괜찮은 걸까. 다음 대통령이 나도 다른 데로 옮기겠다고 나오면 그때 또 옮길 건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을인데 남의 속도 모르는 햇살은 참 눈이 부시다. 찬란하게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딸아이는 여전히 정원에서 꽃들과 눈맞춤하고 있다. 잘못된 이사에 대한 생각이 너무 깊었던 걸까.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이 매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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