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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경로당 이야기이길숙

마을회관(경로당)은 시대의 사랑방이다.

마을에서 연세 높으신 분들이 모여 점심도 지어 먹고 후식으로 커피 한잔씩 돌리고 나서 으레 화투치기로 들어가는 재미있는 놀이터다.

화투치기라야 민화투 10원짜리 판에 불과하지만 화투판이 벌어지면 패에 못 낀 사람은 옆에서 훈수를 두다 그도 시들해질 즈음 따뜻한 방바닥에 스르르 잠이 들어도 뭐라 할 사람 없는 편안한 장소.
밖의 날씨가 추워질수록 경로당은 더욱 활기를 띄는데

 - 내일이 등너머 집 제사지. 아마?
 - 숭실댁 네 개, 새끼 다섯 마리 났다며? 암놈은 몇 마리여?

이웃의 잘잘한 사연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마을회관은 서 너 해 전만 해도 점심식사 고정인원이 20명을 넘었었다. 그러던 것이 몇몇분 돌아가시고 혹은 자제분 댁으로 가시고 하더니 요즘 출석은 십여 명 정도란다.

작은 솥에 밥을 해도 충분하다며 밥이 모자라던 예전이 그립다고 말들 하신다. 그 분들에겐 환갑을 넘기고 손주를 넷씩이나 둔 부녀회장의 호칭이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새댁”이다. 새댁이 왔다고 반색하시며 못 본 사이의 일상을 시시콜콜 얘기하는 모습이 꼭 유치원생 같아서 웃음이 절로 물린다.

우리 마을은 한국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70여호의 가구 수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학생이 한명도 없듯이 노령가구가 주를 이루며 그 중 할머니홀로가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령인구가 많은 자연부락은 말 그대로 묵은 마을이라 해도 괜찮겠다. 묵었다는 말은 자연그대로여서 아무 때나, 누구나, 너그럽고, 아늑하고, 편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토록 묵은 마을에는 묵은 분들이 계심으로 인해 고향으로서 온전히 유지되는 것 일게다. 그 분들이 살아온 한 세기 가까운 세월은 결코 만만한 삶이 아니었으니까. 온 나라를 휩쓸던 전염병도 수차 겪어내고, 동족상잔의 6.25난리도 겪어내야 했으며 이웃 간의 애경사도 인정으로 다독이며 지내온 곰삭혀진 세월이 바로 마을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었을까?

고령어르신은 자칫 집안에만 갇혀 보내는 생활이 부지기수인데 가까운 곳에 이처럼 소통할 공간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할 일인가?

외출복 차려입고 유모차 밀고 들어서는 경로당학교 8학년 9학년 사람들. 이곳의 웃음은 고향마을의 향기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아침의 만남이 새롭고 더 반가운 얼굴로 이웃이 함께 어우르는 노년은 복지 중에 으뜸복지라고 전해라~
 

   
 

이길숙
이원농장, 이원농장펜션 운영
(사)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제4, 5대 회장 역임
수필집 ‘이원농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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