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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양파 농사의 애환이종순

오래전부터 우리는 양파 농사를 조금씩 지었다. 양파 농사에 자신이 생겼던지 재작년에 남편이 제안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양파 농사를 대규모로 해보자는 것이었다. 중대 결심을 한 우리 부부는 7,000평씩이나 임대까지 해 양파로 큰판을 벌이게 되었다.

양파는 종자를 파종하고 대략 50~60일 정도 키워 본바탕에 정식한다. 이 일은 수작업으로만 해야 하는 손이 무척 많이 가고 힘든 일이다. 또한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만큼 많은 인부와 자본도 필요하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시작한 대규모 농사였지만 실패의 쓴맛을 제대로 보았다. 따뜻한 비닐 속에서 퇴비를 먹고 자란 풀들이 금방이라도 비닐을 들어 올릴 것처럼 무섭게 났다. 우리 부부는 칼바람에 맞서 제초작업을 했다. 마침 방학 중이라 집에 온 큰아들도 함께했다. 매일 생쥐 꼴이 되어 추위에 떨며 들어오는 부자를 보며 나는 부엌에서 홀로 눈시울을 적셨다. 그런 과정 끝에 수확했더니 시세가 좋지 않았다. 양파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까 고민하는데 남편이 말했다.

“올해 양파시세가 안 좋으면 내년에는 재배 면적이 줄 것이야. 우리에게는 지금이 기회야.”

두 번째 해, 우리는 정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전국 파종 정보, 제초 과정과 약의 성능, 출하 시기와 날씨에 영향을 덜 받는 방법까지 매일 영농일지를 썼다. 인부 관리의 허술했던 점을 보완하고 일기와 출하시기에 민감한 조생종보다는 만생종을 많이 심어 저장용의 느긋함을 노렸다. 작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5일 간격으로 소독했다. 워낙 면적이 넓어 하루 만에 다 하지 못했는데 이때 남편이 정말 고생이 많았다. 양파가 가득 찬 논에 농약 호스를 메고 그 넓은 밭을 홀로 약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그 결과 작년 양파 농사는 그야말로 대풍이었다. 거짓말 약간 보태면 양파 크기가 남편 머리만 했다. 양파가 얼마나 잘되었던지 동네 사람들과 일하러 온 인부들, 그리고 상인들까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며 부러워했다. 또 그 양은 얼마나 많던지 아무리 양파망에 담아도 담아도 끝이 없었다. 시세까지 좋았다. 가격 욕심을 내다 때를 놓쳐 손해 본 기억을 더듬어 출하 시기도 과감하게 결정했다.

뜬금없이 ‘선견지명’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누가 ‘농사나 짓지’ 라고 했을까? 농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농사도 남보다 먼저 예측하고 예견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어려서부터 일기를 썼다. 농사라는 게 몹시 힘들게 지어도 이것저것 빼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작년에는 양파 농사로 빚도 조금 갚았고 곧 결혼하는 아들의 결혼식 비용도 충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욕심을 부렸다. 이제 곧 제초작업의 계절이 온다. 너무나 힘들겠지만 고생 끝에 돌아오는 달콤한 결과를 생각하며 어기영차 힘을 내본다.

이종순/1993년 농민신문 생활수기 입선,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전남 회장 역임, 수리봉 농원 운영

   
 

이종순
1993년 농민신문 생활수기 입선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전남 회장 역임
수리봉 농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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