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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선후배의 윈윈이음전

우리 논 이웃 밭에 청년들로 가득하다. 노인 천지인 농촌에서 저렇게 많은 젊은이라니. 생경한 풍경에 자전거를 세우고 일부러 서서 구경한다. 젊은이들은 일사불란하게 각자 맡은 일을 하더니 어느새 그 넓은 밭에 봄배추 파종하는 일을 끝내고 다른 밭으로 이동한다. 어떤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왔나보다 생각하다가 문득 그 댁 아들이 귀농했다는 말을 떠올린다.

그 댁 아들은 친구들이나 또래의 귀농자들을 불러 오늘처럼 작물의 파종까지 연대하는 모양이다. 말하자면 품앗이다. 정기적 모임으로 농사 관련 정보도 교환한다니 농촌의 현실로 미루어보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점점 연로해지는 기존의 농부들은 일손이 모자라 농사를 포기하는 일이 속출하는데, 다른 한편에서 이루어지는 청년들의 단합이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붐비는 곳은 다른 데에서도 목격되었다. 객지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일일이 배우는 게 번거로워 市에서 실시하는 컴퓨터 고급반에 등록한 적이 있다. 거기에도 열의로 가득한 젊은 수강생들로 비치된 컴퓨터가 부족할 정도였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교육에 참여하면 나는 젊은 축에 끼었는데 지금은 판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교육받으면서 나는 강하게 엄습해오는 공포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총기가 딸려 진도를 따라갈 수 없어 쩔쩔매다가 수업이 종료되기도 하는 등의 이유만이 아니었다. 농사지어서 가공하고 포장‧판매까지 직접 하는 우리는 젊은이들의 그것과는 비교 불가라는 자각 때문이었다.

주위 분들의 칭찬에 잘하고 있다고 여긴 적도 있었다. 귀농한 젊은이들의 생각과 방향, 작물의 선택, 구체적인 마켓 계획 등을 알게 되면서 우리의 제반 공정과 수준은 얕고 총체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제값 받고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농부의 첫째 염원이라면 그 통로는 좁고 너무 미약하다. 컴퓨터나 SNS가 능숙해야 하는데 무슨 수로 청년들과 내가 대적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힘에 부치는 들일이야 말해 무엇할까? 기존 농부들의 경쟁자는 어쩌면 피 끓는 젊은 귀농인들이라는 생각이 집에 돌아와서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귀농한 젊은 이웃들과 아침저녁으로 만나며 친교를 나눌 것이 뻔하다.

한발 먼저 농사짓고 가공해 판매에 뛰어든 선배로서의 나의 경험이 장점이라면 그 장점을 나는 후배인 그들과 나누고 싶다. 열심히 가르쳐 주었지만 당장은 잘 깨우쳐지지 않는 컴퓨터나 기계의 조작법, 신기술은 우리도 시나브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분명 있을 줄 기대한다.

세 살 손자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면 배우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힘 있고 실력 빵빵한 청년들 앞에서 지레 소심해져 무섬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내 그들과 부대끼며 서로 유익을 얻는 관계가 되고 싶다. 그것이 바로 농사 선후배의 윈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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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
편지마을회원
한국문인협회 문경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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