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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담] 트롯, 그들에게 공로상을이음전

[한국농어민신문]

어머니나 고모들이 즐겨 불렀지만 나는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유와 표현이 은유적이라기보다 너무 직설적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트롯에 대한 내 생각은 이랬는데 마음이 와락 움직이는 계기는 한 방송사에서 제작한 미스터트롯이었다. 이전에 종료한 미스트롯이라는 프로가 은근히 불을 지폈다면 미스터트롯은 활활 열기를 내뿜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녹아버릴 기세였다.

시청자가 참여하는 투표가 순위에 크게 기여한다는 말에 한 치 망설임 없이 주목하던 한도전자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점수를 보탰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청춘들의 노래와 절로 힘이 솟구치는 춤 동작은 충분한 활력소가 되고도 남는 일대 사건이었다. 코로나 19 감염병으로 두려움과 긴장감이 지속하는 동안에도 그들의 출현에 마음이 풀어져서 잠깐씩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친구들과 꾸민 단체 카톡방에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글들이 올라왔다. 가끔 안부나 경조사만 전하다가 만날 수 없으니 글로 푸는 본격적인 수다가 새로웠다. 서로 코로나 19를 조심하자는 당부의 글은 빠지지 않았다. 고충을 호소하는 친구에게는 위로하는 뜻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가 담긴 동영상을 날름 띄우기도 했다. 미스터트롯 이야기도 물론 단골로 등장하는 화젯거리였다. 음악 성향이 맞는 사람에게 응원과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각자의 생각을 그곳에 피력했다. 저녁에 몰아서 읽는 내용이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는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한 경연자는 청소년 시절에 문제아였다고 한다. 그의 특이한 이력은 내가 관심의 심지를 저절로 돋게 했다. 뚱뚱한 외모는 내 아들과도 흡사하다. 아들을 키워낸 어미라면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는 소년들의 일탈을 무언들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그맘때의 의지로는 극한 상황을 극복해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잘 성장해 준 그에게 그래서 애틋함과 연민의 정은 더 하는지 모르겠다. 노래 솜씨가 출중하고 굵고 투명한 목소리가 너무 좋다. 그가 당당히 입상권에 들어서 무대의 중앙에 섰을 때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

이후 입상자 전원은 인기가 치솟아 노래와 관계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에서까지 얼굴을 비추었다. 나는 광팬답게 채널을 요리조리 돌려 그들이 나오는 곳이면 졸졸 어디든 따라다닌다. 이전에는 직접적이라 민망스럽고 거슬리던 노랫말도 인생이며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아니겠는가 하고 합리화한다.

세상은 여태 경험하지 못한 질병으로 휘청거리는데 농사의 큰 대문은 어김없이 활짝 열렸다. 땅을 갈고 작물을 파종하는 의식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본연의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에게 벅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다만 아직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소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인간과 정면 대결하려는 기세여서 걱정일 뿐이다. 우리 지역에서 특히나 창궐한 까닭으로 더더욱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이유였다. 심각한 기저 질환자로서 나는 두려움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을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무기한 상태로 외부와 소통 없이 집에만 갇혀 있으려니 정박한 배 같은 고요함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는 그때마다 미스트롯의 청년들은 구세주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도 없이 안방에 등장하는 그들을 만나면 거짓말처럼 기분은 수직으로 상승했으니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 했던가? 우리나라를 넘어 트롯이 어쩌면 세계의 명곡으로 부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k팝의 선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의 트롯도 세계를 평정하는 그 날이 올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 아직도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미스터트롯과 감염 병이라는 큰 산맥의 중앙에서 산 지난 몇 개월은 천국과 지옥의 문을 우리는 동시에 서성이지 않았던가? 미스터트롯을 보며 신나서 세상의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면 감염병 코로나는 얼마나 가혹하고 코앞까지 다가와 위협적이었나. 변덕쟁이처럼 두 감정의 교차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찾아왔다.

나처럼 전염병의 종식을 기다리다 지치고 낙담하는 사람들이 좀 많았겠는가? 또한 상한 마음을 그들 트롯맨들의 노래와 춤으로 위로받고 치유된 사람들도 얼마나 많았겠는가? 어루만져준 그들에게 나는 상이라도 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한 사람에게만 표창되는 공로상 말이다. 예상하지 못한 시상식을 보고 경연이 한 장이던 그때처럼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열광할 거 같다.

/이음전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회원 편지마을회원 한국문인협회 문경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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